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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남성을 음해하는가'…신간 '섹스할 권리'

등록 2022.09.30 0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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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섹스할 권리 (사진=창비 제공) 2022.09.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섹스할 권리 (사진=창비 제공) 2022.09.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영국 스타 철학자 아미아 스리니바산의 화제작 '섹스할 권리'(창비)가 국내 출간됐다.

37세에 옥스퍼드대학교 석좌교수가 되어 주목받은 그의 첫 단독 저서로 지난해 출간과 동시에 미투운동 이후 페미니즘의 방향성을 찾는 이들에 필독서로 등극했다.

아미아 스리니바산은 인식론, 형이상학, 정치철학, 페미니즘 이론을 연구주제로 삼고 있고, 로즈 장학금, 올솔스 칼리지 펠로십, 레버흄 연구 펠로십 등을 수여받은 촉망받는 젊은 철학자다. 그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가르치는 페미니즘 이론 학부 수업은 수강생이 너무 많아서 학내에서 가장 넓은 강의실로 옮길 정도라고 한다.

'섹스할 권리'는 2018년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발행되자마자 뜨거운 화제를 모았고, 출간까지 이어졌다. “불세출의 탁월함”(지아 톨렌티노) 등의 평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오웰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이 책은 미투운동 이후 페미니즘의 교착상태를 거침없이 돌파한다

미투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페미니즘의 새로운 부흥기를 불러왔다. 처음에는 피해 여성의 성관계 동의 여부가 심판대에 올랐고, 그후에는 남성 권력자의 은근한 혹은 노골적인 성적인 요구에 대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조건과 위치에 놓인 여성의 ‘동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이며, 만약 ‘동의’가 불완전하다면 도대체 무엇으로 여성의 성적 자율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다.

일각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성적 자율권을 옹호하고 성 해방을 주창한 제2물결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성관계에 있어 ‘동의’ 여부에만 집착함으로써 젠더 간 비대칭적인 권력관계를 간과하고 오히려 여성들로 하여금 남성에게 자발적으로 종속되도록 함으로써 페미니즘을 퇴보시켰다고 비판한다.

미투운동이 불러온 페미니즘의 부흥과 논쟁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생물학적 여성’을 페미니즘의 주체이자 궁극적으로 해방되어야 할 최후의 피억압 계급으로 보고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래디컬 페미니즘(TERF)과, 인종/계급/섹슈얼리티와 같은 ‘억압의 다양한 축’을 고려해 피억압 계급의 외연을 확장할 것을 강조하는 교차성 페미니즘 사이의 치열한 대립으로 이어졌다.

스리니바산은 도발적이면서도 탄탄한 철학적 접근과 예리하고 명료한 산문으로 21세기 페미니즘의 섹스에 대한 접근을 고찰하고 그 한계와 고민점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책은 총 여섯 꼭지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 '누가 남성을 음해하는가'에서는 미투운동으로 화두가 된 피해자 중심주의의 필요성과 그 한계를, '포르노를 말한다'는 페미니즘의 프로섹스-안티섹스 논쟁을 파헤치며 성적 재현의 문제를 다룬다.

아일라비스타 살인사건과 남성의 성적 권리의식을 다루는 '섹스할 권리'와 그에 이어지는 '욕망의 정치'는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과 ‘섹스할 권리’(즉,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는 없지만,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우리의 성적 욕망에도 정치적 검토와 재교육이 필요할 수 있다는 도발적 주장을 제시한다.   

 출판사 창비는 "이 책은 까다로워서 말로 옮기기조차 어려운 논점들을 서슴없이 지적함으로써 우리의 생각을 흔들어놓고, 우리가 못 보는 더 큰 틀을 보여주고, 논리의 오류나 윤리의 맹점을 지목한다"며 현 시대 페미니즘의 주소를 알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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