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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간호법, 국민건강 위협? 의료계 갈등 유발?

등록 2022.10.07 05:00:00수정 2022.10.07 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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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지난해 3월 발의…출구 못찾는 대치국면

"간호법 제정 촉구"vs"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

"의료체계 붕괴,국민건강 위협"vs"국민건강 증진"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vs"특정 직역 혜택 없어"

"다른직역 업무영역 침해"vs"사실무근,관계없어"

"초고령사회 앞두고 숙련된 간호인력 양성해야"

[서울=뉴시스]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여야 합의로 마련해 통과시킨 '간호법' 조정안을 존중해 중단됐던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수요 집회가 5개월여 만에 다시 국회 앞에서 열렸다. (사진= 대한간호협회 제공) 2022.10.05

[서울=뉴시스]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여야 합의로 마련해 통과시킨 '간호법' 조정안을 존중해 중단됐던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수요 집회가 5개월여 만에 다시 국회 앞에서 열렸다. (사진= 대한간호협회 제공) 2022.10.05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지난해 3월 국회에서 발의된 '간호법'을 둘러싼 보건의료 직역 간 대치 국면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4개월 넘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간호법을 두고 의료계 내부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한간호협회(간협)와 이에 맞서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보건의료단체들이 간호법 조항에 대해 주장들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핵심 쟁점들을 정리해봤다.

간호법 제정이 보건의료체계 기반을 흔든다?

우선 양측은 간호법 제정으로 보건의료체계와 국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의협을 비롯한 13개 보건의료단체들로 구성된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은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법안과 다름 없다”면서 "협업 기반 의료에 불협화음을 조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 직역만을 위한 법안을 제정하기 보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을 통해 모든 보건의료직역이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보건의료단체들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향후 간호계가 개정을 통해 조금씩 권한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간협, 한의협(대한한의사협회) 등이 포함된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범국민운동본부)는 "간호법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양성과 면허·자격, 업무 등에 대한 규정을 담은 법률로, 팀 기반 의료를 와해하거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근거를 담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인력의 정의, 업무, 양성, 확보, 배치 등 간호에 관한 총괄적 법률로, 보건의료체계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 국민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도 의료법과 별도로 간호법이 존재하지만, 이로 인해 그 나라의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된 사례가 없고, 오히려 간호인력 양성과 수급 등의 체계가 마련돼 국민의 보편적 건강보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간호법 제정되면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감독을 벗어나 업무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양측은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감독을 벗어나 업무범위를 확대할 수 있느냐를 두고도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다.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은 지역사회에서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 없이 방문간호센터, 케어코디네이터센터를 개설해 독립적 간호업무를 할 수 있도록 업무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면서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범국민운동본부는 "간호법은 간호사 단독개원과 무관하고, 특정 직역에게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면서 "간호법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간호사 등'으로 명시하고 간호법 제5장에 '간호사 등의 권리 및 처우개선 등'을 통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와 간호사 등의 일·가정 양립, 간호인력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내용 등이 명시돼 있다"고 맞섰다. 또 "보건복지부도 간호법 제정으로 인한 간호사의 단독개원은 '안 된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가습기살균피해자지원센터) 자문을 맡고 있는 이시우 변호사(법무법인 담헌)도 “간호법에는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규정이 없고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간호사의 의료기관 개설을 통한 진료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사는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와 달리 의료기관 개설 권한이 없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간호법 저지 13개 단체 보건의료연대 출범식이 열린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참석한 보건의료연대 회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8.23.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간호법 저지 13개 단체 보건의료연대 출범식이 열린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참석한 보건의료연대 회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8.23. [email protected]


간호법이 다른 직역 업무영역을 침해한다?

간호법이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 다른 직역의 업무영역을 침해하느냐 여부도 핵심쟁점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은 장기요양기관 등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를 간호사의 보조인력으로 만들고 간호사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만든다"면서 "지역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조무사의 일자리 상실 등 생존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전체 보건의료인력의 권익향상과 처우개선을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간협은 "간호법은 다른 직역의 업무를 침탈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상 간호조무사의 업무는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고, 간호법 제5장(간호사 등의 권리 및 처우개선 등)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모두의 고용안정을 도모했다"면서 "간호조무사에 대한 간호사 지도권도 현 의료법과 동일하고, 또 간호법 우선 적용 규정을 삭제했기 때문에 '간호조무사 해고 후 간호사를 의무 채용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한방사선사협회는 "현재 방사선사의 고유 업무인 초음파, 방사선 검사와 임상병리사의 업무영역인 심전도·초음파·뇌파·근전도 등 생리기능검사 등 각종 검사업무를 간호사가 진료 보조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면서 "또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의 업무인 진단명 및 진단 코드 관리업무를 단지 의료인이라는 이유로 간호사 업무에 포함하려 하는 등 간호사에 의한 의료기사 업무 침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간협은 "간호법은 다른 직역의 업무 침탈과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간호사 면허범위 내 업무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간호사가 다른 직역의 업무를 침탈하고 있다면 경영자인 병원장이 불법적으로 다른 직역의 업무 수행을 지시해 간호사가 업무상 위력 관계로 인해 지시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간호법 때문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다양화되는 간호업무에 따라 간호법 제정을 통해 숙련된 간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오는 2025년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뿐 아니라 지역사회 등에서 다양화, 전문화되고 있는 간호 업무를 체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의료기관 뿐 아니라 지역사회 재택 중심의 질병예방과 관리, 방역시스템 마련을 위해 숙련된 간호인력 양성과 배치, 교육 등을 체계화하기 위한 독립된 간호법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가하는 노인질환을 예방하고 지원을 강화하려면 맞춤형 간호간병 돌봄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면서 "간호인력을 적극 활용하면 사회적 비용에 비해 훨씬 큰 사회적 편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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