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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독려 속 민간의 우크라 무기 판매 급증

등록 2022.10.07 12:33:41수정 2022.10.07 12: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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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고 소진 막고 소련제 무기 공급 가능해 지원

암시장 활성화로 테러리스트 등에게 넘어갈 위험

냉전 이후 무기 암거래 시장 허브였던 우크라

전쟁 뒤 30년 동안 다시 무기 암거래 발원지될 듯

[하르키우=AP/뉴시스]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지난 4월 동북부 하르키우 교외에서 소련제 대전차 로켓 RPG-7을 살펴보고 있다. 2022.4.7

[하르키우=AP/뉴시스]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지난 4월 동북부 하르키우 교외에서 소련제 대전차 로켓 RPG-7을 살펴보고 있다. 2022.4.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바이든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민간의 무기 판매를 장려하면서 무기거래상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감독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미 센트루이스 교외에서 리무진 대여업을 하다가 그만 둔 마틴 즐라테프는 최근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았다. 3000만달러(약 422억원) 상당의 로켓, 총류탄 발사기, 탄약을 우크라이나군에 판매하는 사업이다.

즐라테프와 동업자인 접골사 출신 히더 그조르졔프스키가 국제 무기 거래에 첫발을 내딛었다. 여러 중개상과 7개 나라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전달했다. 무기수출을 엄격히 규제하는 나라들를 피해 회색지대도 거쳤다.

두 사람은 최근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적기 납품이 핵심"이라며 미국과 불가리아, 보스니아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팔겠다고 제안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 정부는 민간의 우크라이나 무기 판매를 신속히 승인해 수억달러 상당의 무기가 전달되도록 했다. 몇 주씩 걸리던 허가과정을 몇 시간안에 처리해줬다. 국무부 기록에 따르면 올들어 첫 4개월 동안 3억달러(약 4212억원) 상당의 무기가 민간에 의해 우크라이나에 전달됐다. 국무부가 지난해 승인한 무기 판매는 1500만달러(약 210억원)도 안된다. 국무부는 또 새 무기상 면허도 신속히 내준다. 민간이 판매하는 무기가 암시장에서 테러리스트 등 미국의 적대세력의 손에 들어가기 쉽기 때문에 미 정부는 여간해선 무기 판매를 승인하지 않아왔다.

민간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전달된 무기는 175억달러(약 2조4558억원) 상당에 달하는 미 정부의 지원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 무기는 전달 과정이 꼼꼼하게 관리되지만 민간 무기 판매는 거의 감독이 안된다.

국방교역자문위원회 위원인 무기 수출 전문 변호사 올가 토레스는 "완전히 서부시대"라면서 "기회를 잡고 새로 무기 판매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즐라테프는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보낸 제안서에서 "통상 60일 걸리는 허가를 7일만에 받았다"고 했다. 그는 무기 거래 관련 서류를 제시하는데도 자신이 무기거래상이라는 사실을 부인했고 동업자 그조르졔프스키 박사는 거래 사실을 안다면서도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무기 거래를 통해 200만달러(약 28억원) 이상을 벌 예정이었다. 그러나 NYT가 무기 거래 관련 허위문서 사용을 지적하자 거래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민간의 무기 거래를 지원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국방부가 자체 재고를 소진하는 것을 줄이고 정부가 지원할 수 없는 소련제 무기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외국 정부를 상대로 무기를 판매하는 민간회사들이 많다. 그러나 즐라테프의 회사는 여러 단계에 걸친 무기 거래 중계에 끼어드는 형태였다. 기록에 따르면 이 회사는 미국에서 생산된 탄환과 불가리아와 보스니아에서 생산된 무기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개 단계를 거치면서 공급되는 무기가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불가리아 등 부패가 심하고 암시장이 발달한 나라가 그렇다.

미 국무부는 민간 무기 거래의 일부를 검사하는 추적 시스템을 운영해 잘못된 곳으로 가지 않도록 방지한다. 그러나 지난해 국무부가 승인한 1만9125건의 수출 요청 가운데 281건만을 점검했다.

불가리아 출신인 즐라테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리무진 대여업이 큰 타격을 받자 지난해말 무기거래에 뛰어들었다. 뒤에 그조르졔프스키 박사가 동업자가 됐다. 시의적절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세계의 암거래 무기를 샅샅이 흟던 때였다. 예컨대 우크라이나 국영 회사가 미국 무기 중개상을 통해 탱크, 박격포, 소련제 미그-29 전투기 구입을 타진했다.

즐라테프 회사는 탄약과 대전차 로켓, 박격포 등을 보스니아 생산자로부터 사서 코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보내도록 돼 있었다. 그밖에도 불가리아에서 공대지 로켓 발사기 900정을 사서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불가리아와 보스니아는 우크라이나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즐라테프 회사는 이들 무기를 폴란드에 공급하는 것으로 서류를 꾸몄다. 이것이 미국법에 저촉되는 지는 확실하지 않다. 국무부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것으로 정직하게 신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저지른 속임수는 무기가 엉뚱한 곳으로 가도록 하는 원인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 거래에 큰 장이 열렸다. 즐라테프가 우크라이나에 판매하려던 탄환의 가격은 통상 가격보다 50% 높은 가격이었다. 총류탄은 유엔 평화유지군 매입가의 2배다. 전문가들은 비싼 가격으로 중개인들이 이문을 남긴다고 했다.

미 스팀슨센터 연구원 엘리아스 유시프는 민간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전달되는 무기가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반면, 중간 거래상, 판매 루트, 허위 서류 등의 요소가 확립되면서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가 무기 암시장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냉전 종식 후 그랬던 것처럼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30년 동안 불법 무기 거래 발산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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