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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300]사람을 먹어치우는 사랑

등록 2022.11.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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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11월 5주차 개봉 영화 및 최신 개봉작 간단평을 정리했다.

식인의 사랑, 식인의 윤리…본즈 앤 올(★★★★)

[영화평 300]사람을 먹어치우는 사랑


어떤 관객은 애초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다른 관객은 역겹다며 중도에 포기할 수 있다. 또 누군가는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릴지 모른다. 카니발리즘(cannibalism·동족포식을 뜻하며, 인간에 적용하면 식인을 의미)은 분명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새 영화 '본즈 앤 올'(Bones and All)을 관객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진입 장벽이다. 하지만 일단 러닝 타임 130분을 견뎌낼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르게 보일 것이다. 카니발리즘은 극단적 은유일 뿐 '본즈 앤 올'은 상식을 벗어난 기이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보편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내고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익숙한 이야기가 우리 모두 한 번쯤 겪었던 일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이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필요한 영화…그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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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꼭 만들어져야 하는 영화가 있다. 이런 작품들은 종종 평가의 범위를 벗어나곤 한다. 이런 영화들에 대해 흔히 말하는 각본의 완성도 혹은 연출의 정교함 같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그런 영화들은 다루기로 한 소재와 그것에 접근하는 태도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기에 별점 같은 것으로 재단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마리아 슈라더 감독의 '그녀가 말했다'가 이런 영화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고발 기사를 쓴 기자들과 기사의 일부분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명확한 목표와 올곧은 태도를 가지고, 정직한 화법과 진솔한 과정을 통해, 관객의 마음에 적중한다.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완벽하게 좋은 영화인 건 분명하다.

"아니요, 모르겠어요"…압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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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마동석)은 박지우(정경호)에게 항상 말한다. "형만 믿어. 형이 다 해줄 테니까. 뭔 말인지 알지?" 아마도 영화 '압꾸정'을 본 관객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아니오, 모르겠어요." 애초에 관객은 이 영화의 만듦새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딱 한 가지만 해내면 된다. 관객을 웃기는 것. 그런데 웃기기가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웬만큼 정교한 상황 설정을 하지 않고는 관객의 마음을 좀처럼 열 수 없다. 그게 아무리 마동석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애초에 마동석의 말장난만으로는 러닝 타임 112분을 다 커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그 말장난이 아주 웃긴 것도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침의 메타포…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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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는 러닝타임 내내 서스펜스를 가지고 놀며 이른바 스릴러로 불리는 이 장르의 재미를 채울 줄 아는 작품이다. 그러나 얼렁뚱땅 넘어가며 정교함을 포기해버리는 대목도 있어서 완성도가 매우 높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올빼미'를 괜찮은 장르물 정도로만 평하는 건 부족하다. 이 영화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바로 비유와 상징. '올빼미'는 갖가지 메타포를 통해 정치 권력과 흔히 이 권력에 지배당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민중의 관계를 매섭게 풍자한다. 게다가 주맹증을 앓고 있는 침술사라는 설정은 참신하기까지 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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