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금이·오미영 작가 "'인생은 파도타기', 씩씩하게 뛰어넘길"
서울시뮤지컬단 신작 '알로하, 나의 엄마들'
원작자 이금이 "사진신부 삶에 숨결 넣어"
오미영 "책읽고 뮤지컬 장면들 바로 그려져"
[서울=뉴시스](왼쪽부터)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원작자인 이금이 작가와 각색을 맡은 오미영 극작가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2022.12.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아동·청소년 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이금이 작가의 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뮤지컬로 새 옷을 입었다. 서울시뮤지컬단 신작으로, 오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 카페에서 이 작가와 뮤지컬 각색을 맡은 오미영 극작가를 만났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사진 한 장에 운명을 걸고 낯선 땅인 하와이로 시집간 세 여성의 삶과 우정을 그린다. 의병 활동으로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와 사는 가난한 양반집 딸 버들과 결혼하자마자 과부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홍주, 무당 손녀라는 이유로 수많은 돌팔매질을 당해온 송화까지 열여덟살 세 소녀는 각자 꿈을 갖고 하와이로 향한다.
소설의 시작은 우연이었다. 이 작가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집필을 위해 재외동포 관련 자료를 찾다가 사진 한 장에 시선이 꽂혔다. 앳된 얼굴의 소녀 세 명이 각각 양산과 꽃다발, 부채를 들고 함께 찍은 흑백사진이었다.
[서울=뉴시스](왼쪽부터)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원작자인 이금이 작가와 각색을 맡은 오미영 극작가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2022.12.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행복한 삶을 상상하며 조선을 떠나 건너온 하와이도 꽃길은 아니었다. 사진 속 남편부터 다른 상황에 여러 가지 고된 현실과 직면한다. 이 작가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실망하고 시련에 좌절하지만 이야기를 어둡고 슬프게 그리고 싶진 않았다. 사진신부들이 생명력을 갖고 삶의 파도를 넘어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소설을 뮤지컬화하면서 원작자인 이 작가에게 먼저 의견을 구했다. 그는 "애초에 2차 콘텐츠가 됐을 때 제 소설을 그대로 재현하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생각했다. 재해석이나 주제 확장을 기대했다"며 "제게도 또 하나의 동력이 된다. 소설 속 대사가 나올 때 '더 잘 쓸 걸' 하는 책임감도 들고, 뮤지컬을 보면서 자극이 되고 영감을 받는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서울시뮤지컬단의 신작 '알로하, 나의 엄마들' 공연 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2022.12.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소설은 버들이 중심인데 송화와 홍주의 이야기를 키워서 세 소녀의 연대가 잘 보이도록 했어요. 다음 세대로의 연결지점인 딸을 액자식 구조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로 설정했고, 애틋함을 더하며 극적 효과를 위해 남성 캐릭터를 수정하거나 새로 만들어서 힘을 실었죠."
이 작가의 소설이 뮤지컬화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아동 성폭력 문제를 다룬 '유진과 유진'이 이미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1984년 새벗문학상에 당선돼 등단하면서 30년 넘게 다양한 아동·청소년 문학을 써왔다. 어릴 적 동화책으로 큰 위안과 행복을 얻었다는 이 작가는 초등학교 때부터 작가의 꿈을 꾸며 아이들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서울=뉴시스]서울시뮤지컬단의 신작 '알로하, 나의 엄마들' 공연 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2022.12.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은 100년 전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도 담고 있다고 했다. 때로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 파도처럼 밀려와도 주인공들처럼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죠. 국내에도 해외 이주노동자와 결혼 이주여성이 많잖아요. 100년 전 이야기로 그치는 게 아니라 현재 우리 자신도 비춰보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파도를 묵묵히 견디고 이겨낸 한 세대가 지나가고, 그 다음 세대는 비록 깨지더라도 부딪치며 한발한발 나아가죠."(이금이)
"극에서 '인생은 파도타기'라는 이야기를 계속 해요. 파도가 밀려올 땐 힘들고 어렵기도 하지만, 때론 씩씩하게 뛰어넘을 수 있죠. 각자 겪고 있는 어려움이 있을 텐데, 힘차게 뛰어넘는 용기를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오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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