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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XX' 등 전세계 욕설, 한가지 '공통점' 가지고 있다

등록 2022.12.07 12:30:47수정 2022.12.07 12: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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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연구팀, 전세계 욕설 공통점 찾는 연구 진행

5개국 이상 언어 욕설 '접근음' 발견하지 못해

'소리' 자체가 특정 의미 지니고 있을 수 있어

[서울=뉴시스] 런던 대학 연구팀이 전 세계 욕설에서 한 가지 동일한 패턴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2022.12.0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런던 대학 연구팀이 전 세계 욕설에서 한 가지 동일한 패턴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2022.12.0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희준 인턴 기자 = 전 세계의 욕설이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심리학 학술지 사이코노믹스에 발표된 욕설의 음성적 특성에 대한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욕설'로 분류되는 표현들에는 '접근음'이 사용되지 않는다. NYT는 드라마 '더 굿 플레이스'에서 주인공이 내뱉은 대사인 "Holy ducking Shirtballs"를 이번 연구를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예시'로 들었다. 주인공의 대사에서, 'shitballs'의 'shit'에는 접근음인 'r' 발음이 추가됐고, 'fucking'은 'ducking'으로 바뀌었다. '욕설이 금지된 사후 세계'에 떨어진 주인공이 '욕설'을 내뱉었지만, 세계의 규칙 때문에 자동으로 검열된 것이다.

접근음은 마찰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넓게 트인 조음기관의 틈에 공기를 통과시키면서 내는 소리다. 한국어의 경우 'ㅢ'을 구성하는 'ㅡ', 특정 자음(ㄴ, ㅅ, ㅆ, ㅎ) 이외의 초성 뒤에 오는 'ㅑ', 'ㅒ', 'ㅕ', 'ㅖ', 'ㅛ', 'ㅠ' 등 이 6개 모음이 접근음에 해당한다. 영국 연구팀의 경우 영어 자음 'L', 'R', 'W', 'Y' 발음을 접근음의 사례로 들었다. 한국어의 대표적인 욕설인 '개XX', '시X' 등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접근음을 찾아볼 수 없다.

런던 대학 심리학 박사 라이언 맥케이는 일부 영어 욕설이 공통적으로 'P'(ㅍ), 'T'(ㅌ), 'K'(ㅋ) 등의 '파열음'을 포함하고 있다는 욕설의 '음성적 특성'을 발견했다.

해당 발견에 흥미를 느낀 맥케이는 대학 동료 쉬리 레브-아리 박사와 연구팀을 결성했다. 연구팀은 영어권 이외의 언어에서도 동일한 특성이 관측되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욕설의 패턴을 찾기 위해 히브리어, 힌디어, 헝가리어, 한국어, 러시아어 발화자들을 모집해 각자 '본인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저속한 욕설'을 나열하게 했다. 연구팀은 그렇게 도출해 낸 욕설과 각 언어권에서 자주 사용되는 일상 표현의 발음을 비교했다. 연구팀은 모든 국가의 욕설이 일상 표현에 비해 더 많은 파열음을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연구팀의 예상은 빗나갔다. 타 언어권 욕설의 일상어 대비 파열음 비율은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렇게 수집한 다양한 언어권의 욕설에서 한 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패턴을 발견했다. 수집한 욕설에서 '접근음'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발견된 패턴을 뒷받침하기 위해 아랍어, 중국어, 핀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발화자에게 '새'를 뜻하는 알바니아어 'zog'(조그)와 zog를 살짝 변형한 '가짜 단어'인 'yog'(요그), 'tsog'(트소그) 들려준 후 어느 단어가 더 욕설처럼 들렸는지 질문했다. 각 언어권의 발화자들은 세 단어가 모두 욕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접근음이 없는 단어'인 트소그를 욕설이라 추측했다. 연구팀은 유일하게 욕설에도 접근음을 사용하는 프랑스인 역시 접근음을 사용한 표현들이 욕설이 아닐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후 연구팀은 욕설 순화 표현 역시 조사했고, 'damn'의 순화 표현인 'darn', 'fucking'의 순화 표현인 'frigging' 등의 순화 표현들에서 기존 욕설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수많은 접근음을 발견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벤저민 버겐 언어학 교수는 "해당 연구는 서로 관련이 없는 언어 간의 욕설에서 유사한 패턴을 발견한 최초의 사례이다"라고 밝혔다. 벤저민 교수는 연구팀이 발견한 패턴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더 큰 언어 영역에서 같은 패턴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벤저민 교수는 해당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외부 평가자이다.

레브-아리 박사는 "20세기 언어학은 모든 단어가 임의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 욕설과 같은 특정 표현은 '소리' 자체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욕설에 대한 연구 결과가 몇몇 단어의 소리-의미 사이 연결관계가 필연적임을 강조하는 '음성상징' 이론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밝혔다.

음성상징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코'와 '꼬끼오'가 있다. 코는 영어(Nose), 루마니아어(N'áz), 에스토니아어(Nina), 츠와나어(Nko) 등의 수많은 언어권에서 'n' 발음으로 시작하며, '꼬끼오'는 미국에서는 'cock-a-doodle-doo', 유럽의 다양한 국가에서는 'chic-chi-ri-chì' 라는 표현으로 언어권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느낌으로 사용되고 있다.

레브-아리 박사는 "접근음에는 본질적으로 '표현을 험악하지 않게 들리게 하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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