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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다 약 3배 넒은 우크라 농지…러 농업회사에 빼앗겼다

등록 2022.12.07 10:55:36수정 2022.12.07 11: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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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장관 출신 푸틴 측근 트카체프

우크라군·정보기관·경찰 수사 나서

[즈흐리우카=AP/뉴시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즈흐리우카의 밀밭에서 농민들이 밀을 수확하고 있다. 2022.08.10.

[즈흐리우카=AP/뉴시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즈흐리우카의 밀밭에서 농민들이 밀을 수확하고 있다. 2022.08.1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크라이나 최대 농업회사 3곳이 뉴욕시 면적 2배(서울시 면적 2.7배)의 농지를 빼앗겼다. 농지를 차지한 것은 러시아군이 아니라 전 러시아 농업장관 알렉산더 트카체프의 가족회사다.

트카체프의 가족회사 아그로콤플렉스가 약 40만 에이커(약 1600㎢)의 농지 소유권을 차지해 우크라이나 최대 농업회사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군과 정보기관,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점령지 장악을 굳히기 위해 러시아 루블화를 도입하고 교육 커리큘럼을 바꿨다. 동시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푸틴과 연고가 있는 부호들이 점령지로 은밀히 진입해 돈을 벌고 있다.

우크라이나 농업회사 하르우이스트 최고경영자(CEO) 드미트리 스코르니아코우는 “러시아가 점령지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전한 현지 농부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 5월 하르우이스트가 보유한 농지를 두고 현지 반군 정부와 아그로콤플렉스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공포사격도 있었다고 했다.

결국 하르우이스트 토지를 셋으로 나눠 도네츠크 지역의 10만 에이커(약 404㎢)가 아그로콤플렉스 소유가 됐다.

우크라이나의 다른 농업회사인 니불론이 보유한 토지 5만 에이커(약 202㎢)도 아그로콤플렉스에 넘어갔다고 이 회사 안드리 바다투르스키 CEO가 밝혔다.

제3의 우크라이나 농업회사인 아그로톤은 아그로콤플렉스가 25만에이커(약 1011㎢)를 훔쳐갔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를 점령한 직후부터 조직적으로 토지 약탈에 착수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나 공무원 소유의 토지와 현지를 이탈한 주민 소유 토지가 1차 약탈 대상이 됐다.

러시아 지원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당국자들이 총을 들고 떼거지로 현지 농장에 나타나 자신들 관할이라고 주장했다. 계속 일하도록 농부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인 토지 소유주를 총으로 위협해 우크라이나 법령이 아닌 러시아 법령에 따른 소유권 표시를 포함하는 계약서를 쓰도록 했다.

일부 소유권을 인정받은 경우에도 수확물의 70%를 러시아나 DPR, LPR에 공급하도록 했다. 많은 농장의 소유권 등기가 변경됐다. 우크라이나 농업회사와 농민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었다.

이 지역 농지의 상당 부분을 지금 아그로콤플렉스사가 경작하고 있다.
[소치=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3년 1월 3일 흑해 연한 휴양도시 소치의 스키 리조트에서 당시 크라스노다르 주지사였던 알렉산더 트카체프(푸틴 뒤 녹색 점퍼)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소치=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3년 1월 3일 흑해 연한 휴양도시 소치의 스키 리조트에서 당시 크라스노다르 주지사였던 알렉산더 트카체프(푸틴 뒤 녹색 점퍼)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아그로콤플렉스를 소유한 트카체프는 푸틴과 찍은 사진이 여러 장인 측근이다. 트카체프는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지방 주지사를 역임한 뒤 2015년~2018년 농업장관이었다. 그의 재산은 러시아 부호들 가운데서도 두드러지게 많다.

트카체프는 흑해 연안 환경보호구역 안에 아그로콤플렉스 명의의 성채 모양 별장 여럿을 보유하고 있다. 스탈린 시대 비밀경찰 책임자 소유였던 조지아의 별장도 그의 소유다.

부인 명의로 크라스노다르에 프랑스 샤토를 본 딴 대규모 와인농장도 있다. 그가 모스크바의 유명 인사들을 부른 파티에서 여성 댄서들이 포도를 몸에 문지르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도 있다.

그는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합병한 2014년 유럽연합(EU), 영국, 호주에 제재를 당했으나 미국은 제재하지 않고 있다.

트카체프가 농업장관으로 아그로콤플렉스 대표를 겸하는 동안 그의 가족회사들이 러시아 최대 식품 생산회사가 됐다. 매출이 이 기간 동안 3배 이상 늘었다. 아그로콤플렉스는 현재 러시아내 농지 200만 에이커를 장악해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농업회사다. 지난해 매출이 11억6000만 달러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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