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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약품 노조, 내주 부분파업 돌입…생산에 차질 빚나

등록 2022.12.08 05:30:00수정 2022.12.08 08: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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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과 노조 16차 협상에도 입장 차이 여전

노조, 12일 월요일부터 부분파업 돌입

현대약품 노동조합이 지난 1일 서울 강남 현대약품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하는 모습 (사진=현대약품 노동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대약품 노동조합이 지난 1일 서울 강남 현대약품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하는 모습 (사진=현대약품 노동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현대약품과 노동조합의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현대약품 노조가 내주 부분파업에 돌입하면서 의약품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약품 사측과 노조의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 채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오는 12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현대약품 허성덕 위원장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오전 16차 협상에 나섰으나 서로 입장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며 “노조는 서로 대화로 맞춰가자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계속 안건을 새로 제시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전과 다를 바 없는 협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약품 노조는 천안공장 내 QA(품질보증), QC(품질관리) 등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허 위원장은 “그동안 의약품 일부 품절로 인해 직원들이 연장근무를 했었으나 2주째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에 본사에서 직원 7명을 공장으로 보내 업무를 하고 있다. 부분파업 시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사측이 진심으로 노조와 대화할 마음이 있다면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또 오너 3세인 이상준 대표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대화의 장으로 직접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노조가 힘의 우위를 이용해 요구조건을 관철하려 파업을 단행한 것은 작금의 경영환경과 경제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회사는 끝까지 대화를 통해 현재 교착상태에 놓여있는 단체교섭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역시 실제 가능하지도 않은 장래 근로조건 저하에 대한 막연한 추측, 근거한 불안을 조합원에게 조장하기보다 실제 조합원들의 권익을 위한 실리적 교섭에 임하는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는 우를 범하기보다 노사가 함께 비전을 갖고 보다 먼 장래를 바라보며 양보와 타협의 태도로 교섭에 임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노조와 사측의 주요 갈등 원인은 연차와 임금 삭감이다.

현대약품 측에 따르면, 2004년 7월 1일 근로기준법이 개정될 당시 노조와 단체 협약을 통해 법적 기준인 기본 15일보다 많은 20일을 부여하기로 했고, 최대 25일의 상한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근속년수에 따라 무한대로 연차 휴가 일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대약품에 재직하고 있는 직원들 중에서는 올해 기준 30일 이상의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직원이 급증하고 있으며, 불과 수년 내에 40개의 연차휴가를 부여받는 직원도 생겨나게 된다”며 “관공서 공휴일이 유급휴일로 전환된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이 시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유급휴가로 말미암아 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노조의 반발이 이어지자 신규 입사자에 한해 15~25개 연차를 적용하자는 제안을 제시했다.

노조 측은 연차제도가 생길 당시 노조가 있던 회사는 연차를 22개로 시작해 32개까지 상한선으로 정했으나, 현대약품은 이를 20개로 낮췄고 대신 상한선을 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위원장은 “만약 협상을 하려고 한다면 기존 조합원들이 받고 있는 불이익을 해결해줘야 한다”며 “회사는 격려금 20%를 주고 임금 인상도 2~3%로 올릴테니 제안을 받으라고 하고 있으나 적정한 보상이 아니라면 받아들일 수가 없다. 사측의 주장대로 한다면 노노갈등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입사자 임금 부분 조항 역시 서로 양보하지 않고 있다.

사측은 현대약품 신규입사자 연봉 수준이 동종업계 평균 대비 약 15% 이상 높아 회사 경영상황을 고려할 때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직원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단체 협약 체결일 이후 신규로 입사하는 직원들에 한해 새로운 연봉테이블을 적용하자는 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노조 측은 연차제도 협상 등을 위해서는 기존 묶여있는 호봉제 및 지지부진한 승진제도 등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 위원장은 “사측은 임금을 동결에서 1.5%, 2.5%를 거쳐 3%로 인상하겠다고 하면서 양보라고 주장하는데, 제약사 평균 임금 인상률은 4%를 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사측은 최저 인상률 제시와 함께 격려금(임금 인상률 0.5%)으로 3.8%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금까지 합친 금액으로, 어떤 회사도 이런 식으로 임금 인상률을 계산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현대약품은 여성근로자에 대한 차별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생산직 여성근로자의 경우 15년차나 30년차나 임금이 다르지 않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현대약품 노조는 지난달 23일 쟁의 출범식을 진행하고, 8일 만인 지난 1일 서울 강남 현대약품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에 나선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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