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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공장 확산…44% 비싼 원가부담은 어떡해?

등록 2022.12.09 06:00:00수정 2022.12.09 07: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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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아메리카' 글로벌 경쟁력 논란

파운드리 주도권 경쟁, 칩 가격 인상 촉발 우려

[피닉스=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마크 리우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미래에 지금보다 더 낙관적인 적이 없다. 우리는 더 나은 미국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2.12.07.

[피닉스=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마크 리우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미래에 지금보다 더 낙관적인 적이 없다. 우리는 더 나은 미국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2.12.07.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세계적인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대대적인 미국 투자에 나서며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비용 증가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비용이 아시아 생산비용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미국 반도체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계획한 금액인 120억 달러의 3배가 넘는 400억 달러를 현지에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공장 2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애리조나주 사상 가장 큰 외국인 직접 투자 사례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를 투입해 파운드리 제2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미국 인텔도 파운드리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해 미국이 전 세계 파운드리 산업의 새로운 생산기지로 급부상하는 상황이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반도체, "44% 더 비싸"

하지만 투자 비용을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골드만삭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새로운 팹(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대만에 비해 44%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TSMC도 미국 상무부가 진행한 반도체 인센티브 프로그램 시행 설문조사 회신문에서 "피닉스 공장 건설 비용과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대만에 동일한 팹을 구축하는 것에 비해 자본 집약도가 상당히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자재·운송비의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 규제 요건 등 6가지 측면에서 비용 상승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내 생산시설 대부분에 초미세 공정이 도입되는 점도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제2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테일러시와 인접한 오스틴시에서 1998년부터 파운드리 공장을 가동해본 경험이 있어 팹 운영 측면에는 TSMC보다 상황이 낫다는 평이다. 하지만 5나노 공정 초기부터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칩 크기가 작아야 하는데, 그럴수록 생산 난도가 높아져 수율 관리 어려움도 배가된다. 미국은 지난 수 십 년간 반도체 제조를 하지 않은 탓에 현장 실무인력이 부족해 수율 관리가 더 어려울 수 있다.

반도체를 더 작게 만들려면 수 천 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장비들을 투입해야 해 막대한 시설 투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원가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역대급 투자가 역대급 인상, '부메랑' 될 수도

결국 '메이드 인 아메리카' 칩의 확산은 반도체 산업 전반에 비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역대급 시설 투자'가 되레 '역대급 가격 인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행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520억 달러(68조5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상태다. 인텔은 상무부에 보낸 서신에서 "인센티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동아시아 지역과 미국 간 제조 비용 차이를 상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규 반도체 시설 투자기업에는 최대 30억 달러(3조9000억원)의 보조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지원금을 통한 비용 상쇄가 실제로 어느 정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인텔 관게자는 "최첨단 팹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복잡하고, 가장 비싼 건축 프로젝트"라며 "현재 최첨단 팹 1곳당 100억 달러 이상 비용이 들어, 30억 달러 수준의 보조금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반도체 산업이 세계 경기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는 만큼, 불황에는 과잉 생산이 나타날 수 있고 미국 반도체 팹의 타격이 훨씬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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