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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이 10년간 韓 문화재 환수사업에 진심인 이유

등록 2022.12.09 06:05:00수정 2022.12.09 08: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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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구기향 라이엇게임즈 사회공헌총괄

문화재청과 협업해 10년간 국외 문화재 환수 기획 및 주도

"국외 문화재 환수는 '인연 찾기'…기회 오면 기금으로 빠르게 지원"

게임은 문화라는 일념 아래 문화의 뿌리 '문화유산' 보호 앞장

10년간 누적 기부금 68.7억 쌓으며 상시 대기…올해 6건 환수

올해 8억원 추가 기부 약정 예정…"플레이어의 자부심 되고 싶다"

구기향 라이엇게임즈 사회공헌 총괄이 지난 1일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구기향 라이엇게임즈 사회공헌 총괄이 지난 1일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지난 2012년부터 10년 동안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환수하는 데 수십억원의 기금을 들여 든든한 ‘지원사격’을 펼치는 게임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 게임 반열에 오른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를 서비스하는 ‘라이엇 게임즈(라이엇)’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게임 회사이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은 자국 기업을 뛰어 넘는다. 라이엇은 '한국 문화재 지킴이'를 자부한다. 지난 10년간 국외 문화재 환수를 비롯한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사업을 벌여왔다. 문화재청과 후원 약정을 맺고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 관계기관 및 협업사들과 함께 매년 수억원에 이르는 기부를 진행해왔다.

국외 문화재 환수 사업의 특성상 그 절차가 매우 녹록치 않다. 언제 올 지 모르는 환수 기회를 마냥 기다릴 순 없지 않은가. 기회가 왔을 때 빠르게 기금을 투입하고 소장자를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기부자 입장에서 다른 사회공헌 활동에 비해 장기간 사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지원 예산 집행 시기와 규모를 예측할 수 없어서다.

외국 게임사가 우리나라 국외 문화재 환수에 이토록 적극적이고 ‘진심’인 이유는 뭘까. 라이엇의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10년 동안 진두지휘하고 있는 구기향 라이엇 사회공헌 총괄을 만났다. 그는 “‘게임은 문화이고, 문화의 뿌리가 바로 문화유산"이라며 "문화 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건 게임사와 게이머들에게 값진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게임=문화의 뿌리는 '문화유산'…10년 동안 6건 환수


구기향 총괄은 2012년 라이엇에 입사한 첫 날부터 당시 라이엇 대표로부터 ‘특명’을 받았다. 라이엇이 약속한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구 총괄은 ”고민하던 중 한복 색이 다양해 우리 문화유산 수준이 높다는 어느 직원의 의견을 우연히 들었다. 문화 유산 지킴이 활동을 통해 롤이 한국에서 사랑을 받으면서 젊은 세대의 소통 채널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게임은 문화고 놀이이며, 문화의 뿌리는 문화유산이니까 말이 되더라. 이게 라이엇 다운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기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10년 간 라이엇의 최고경영자(CEO)가 세 번 넘게 교체됐지만 라이엇의 국외 문화재 환수 활동은 그대로 유지돼왔다. 국외 문화재 환수 활동 취지에 대해 공감과 함께 구 총괄의 강한 추진력 덕분이다. 그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함께 공감하는 장기 문화재 프로젝트는 이례적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케이스 스터디를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구 총괄은 문화재 지킴이 활동은 게임 플레이어들의 지지가 있어 가능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의미로 이달 라이엇은 롤의 한국 플레이어에 대한 감사 이벤트로 ‘신바람 탈 샤코의 선물’을 진행하고 있다. 롤의 대표적 한국 스킨으로 꼽히는 ‘신바람 탈 샤코’가 라이엇 한국 문화유산 보호 활동에 동참한 플레이어에게 맞춤 선물을 나눠주는 형태다. 이미 300만명이 넘는 플레이어가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그동안 라이엇 게임즈가 환수한 국외 문화재는 6건이다. 올해는 조선 왕실 유물인 '보록' 환수에 성공했다. 다만 다음 환수 일정은 알 수 없다. 이에 구 총괄은 국외 문화재 환수를 ‘인연 찾기’에 비유하면서 "수억원의 예산을 들고 문화재청 뒤에 서 대기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구 총괄은 홍보와 사회공헌을 총괄하면서 문화재청과 직접 소통하고 기획부터 협상까지 전면에 나서고 있다.

국외 문화재 환수 기회가 닿았을 때 라이엇의 역할은 빠르게 같이 움직이는 '돈 주머니' 역할이다. 그는 "외부에 (문화재 환수협상사실이) 알려지면 유물이 숨거나 가격이 움직이고 소장자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어 제한적인 정보를 필요한 시점에 공유 받고 움직이는 기민함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 총괄은 ”한국에 꼭 돌아와야 하는 문화재 가운데 경매 예고가 뜰 경우 누군가 빠른 판단과 어느 예산 쓸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민간 도움 요청을 이럴 때 한다“며”어떻게 해외에 나가게 된 건지 출처가 명확하지 않거나, 문화재를 정밀하게 실견조사했을 때 가치는 높게 판단되는데 정부가 국고를 쓰는 게 맞는 게 고민을 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런 어려움 때문인지 아직까지 라이엇을 제외하면 민간 기업 가운데 문화재 환수를 지원하는 곳은 거의 없다. 구 총괄은 ”올해 예산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데 언제 문화재 환수가 가능할지 몰라서 부담스럽다고 하더라.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언젠가 인연을 만나겠지 하고 예산을 확보해 상시 대기해야 한다. 극비리에 정보를 주면 내부보고를 통해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속이 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라이엇 게임즈는 27일 충무로에 위치한 ‘한국의집-민속극장’에서 진행된 ‘환수 문화재 언론공개회’를 통해 국외소재문화재 ‘보록(寶盝)’의 국내 환수 성공 소식을 발표했다.(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2022.07.27

[서울=뉴시스] 라이엇 게임즈는 27일 충무로에 위치한 ‘한국의집-민속극장’에서 진행된 ‘환수 문화재 언론공개회’를 통해 국외소재문화재 ‘보록(寶盝)’의 국내 환수 성공 소식을 발표했다.(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2022.07.27


10년간 68.7억 기부하고 국외 문화재 환수에만 20억 할당…"플레이어가 자부심 갖는 계기될 것"

올해까지 라이엇게임즈가 기부한 금액은 총 68억7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국외 문화재 환수를 위한 기금에만 20억원을 할당했다. 연말에도 할당 예산을 잡을 예정이다. 구 총괄은 ”12월 중순에 8억원을 기부할 예정이고 집행 계획도 이미 끝났다“라며 ”문화재청 산하 여러기관과 논의해서 곧 후원 약정을 곧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문외한’이라고 칭하며 겸손함을 보였다. 구 총괄은 ”이 프로젝트의 성공 배경인 파트너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단 등이 그 분야에서 가장 전문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외한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돈만 내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최우선 지원사격이 필요한 부분이 어딘지 논의하고 이런 부분을 지원하면 좋겠다고 역으로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 총괄은 10년간 국외 문화재 환수에 집중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화재로 2014년 한국으로 돌아온 대형불화 ‘석가삼존도’를 꼽았다. 석가삼존도는 라이엇이 환수에 성공한 첫 문화재이기도 하다.

그는 ”석가삼존도는 전시가 쉽지 않아 창고에 갖고 있지 말고 우리한테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대중 앞에 단기 전시라도 하겠다고 호소했고, 결국 기증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려줬다"라며 "수년간 사례가 안 나왔다면 매해 기부가 쉽지 않았을 텐데 1년만에 첫 번째 인연을 찾았고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점차 라이엇의 문화재 지킴이 활동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는 “게임사를 비롯해 여러 민간 기업이 예산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해왔고 문화유산 접점에 대한 관심 환기는 된 것 같다”고 평했다.

올해로 문화재 지킴이 활동 10주년을 맞은 라이엇은 내년부터 새로운 문화재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조만간 공식석상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10년 성과에 대해 구 총괄은 “10년 동안 이 프로젝트를 왜 하냐고 물어볼 때 마다 게임도 문화고 그 문화의 뿌리를 지키는게 우리 역할이라고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드리면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이제 납득을 한다”고 평했다.

구 총괄은 “여전히 우리 플레이어 가운데 게임이 취미라고 말할 때 움츠러드는 이들이 있다. 문화재 지킴이를 통해 내가 하는 게임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비게이머에게도 당당히 설명할 수 있는 자부심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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