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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죽음의 상인' 송환에 집착한 이유는…"침묵 유지했기 때문"

등록 2022.12.09 10:44:41수정 2022.12.09 10: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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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군정보국(GRU) 지원으로 무기 거래하고

푸틴 측근과 관계 깊지만 한 번도 인정안해

다른 스파이에 "조국이 절대 잊지 않는다" 메시지

푸틴에겐 정치적 목적 이상으로 애착 가는 인물

[AP/뉴시스] 9일(현지시간) 러시아 RU-24 TV가 제공한 영상을 캡처한 사진으로,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는 무기 거래상 빅토르 부트가 미국에서 석방된 뒤 러시아 비행기 안에서 말하고 있다. 부트는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공항에서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맞교환된 뒤 러시아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022.12.09.

[AP/뉴시스] 9일(현지시간) 러시아 RU-24 TV가 제공한 영상을 캡처한 사진으로,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는 무기 거래상 빅토르 부트가 미국에서 석방된 뒤 러시아 비행기 안에서 말하고 있다. 부트는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공항에서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맞교환된 뒤 러시아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022.12.09.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만성통증 치료를 위해 1g도 안 되는 대마초 기름을 가진 채 입국했다는 이유로 투옥된 미국 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죽음의 상인”이라는 별명으로 수많은 무기를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분쟁지역에 공급하고 마약 거래와 살인혐의를 받아 투옥된 빅토로 부트를 교환한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그러나 러시아가 한사코 부트의 송환을 고집함으로써 미국은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가 왜 그토록 부트의 송환을 원했는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미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부트가 러시아 군정보국(GRU)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GRU는 소련 연방정보국(KGB)와 그 후신인 러시아 대외정보국(FSB) 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훨씬 더 과감하고 위험한 일을 많이 벌이는 곳이다. 최근 몇 년 새에도 해킹으로 미 대선에 개입하고 망명자들을 살해했다.

부트는 또 러시아 전 부총리 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인 이고르 세친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추정된다. 두 사람은 소련 시절인 1980년대 아프리카에서 함께 근무했었다.

부트는 차가운 독방에 몇 년 씩 갇혀 있으면서도 GRU 및 세친과의 관계를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으며 미국에 어떤 정보도 유출하지 않았다. 이 점이 바로 러시아가 부트 송환에 집착한 이유다.

미 하버드 벨퍼센터 사이먼 사라드쟌 연구원은 부트가 러시아 정부의 도움을 받아 대규모 무기 거래를 할 수 있었으나 그에 대해 전혀 발설하지 않았다면서 러시아 정부가 부트의 침묵을 유지하기 위해 송환을 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 정보 전문가 마크 칼레오티는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다른 첩보원들에게 “조국이 절대 잊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지난 7월 푸틴이 정치적 목적 이상을 원한다면서 “부트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러시아 단어 스보이(svoi)는 우리의 일부, 조국을 위해 일한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1967년 타지키스탄에서 태어난 부트는 소련군사외국어학원을 졸업해 GRU 요원이 됐다. 소련이 붕괴한 직후 혼란기에 돈을 벌겠다며 소련제 안토노프 An-8 비행기로 전쟁지역을 넘나들며 운송사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소련 무기를 공급했다.

2000년 즈음 부트는 세계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무기 상인이 됐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앙골라, 라이베리아 등지에 무기를 공급했다. 분쟁 양측에 동시에 무기를 공급하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GRU의 묵시적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부트는 태국에서 지대공 미사일 100대, AK-47 소총 2만정, 수류탄 2만개, 박격포 470문, 저격소총 350정, C-4 폭약 5t, 탄알 1000만발을 구입한다며 접근한 미 마약단속국(DEA)에 체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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