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안기부·경찰 동원해 전교조 탄압…진실화해위 "중대한 인권침해"

등록 2022.12.09 11:44:52수정 2022.12.09 11:49:4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진실화해위, 제48차 위원회 열고 진실규명 결정

보안사·법무부 등 11개 기관 동원해 교사들 사찰

전교조 탈퇴 종용하고 해직 등 전방위적인 탄압

진실화해위 "국가가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하라"

육군 25사단 병장 월북 조작 의혹 사건 조사개시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2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 당시 정부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법무부,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경찰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전교조 교사를 사찰하는 등 인권을 침해한 사실이 확인됐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48차 위원회를 열고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이는 1989년 전교조 결성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이다. 진실화해위는 신청인 이부영씨 등 247명에 대한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전교조 결성 및 교사 해직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사건'은 1989년 전후반 시기 안기부의 총괄기획 하에 문교부(현 교육부), 법무부, 보안사, 경찰 등 11개 국가기관이 전교조 교사를 불법 감금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탄압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전교조 참여 교사인 신청인들에 대해 사찰, 탈퇴 종용, 불법감금, 재판부 로비, 사법처리, 해직 등의 탄압을 가했다"며 "이 과정에서 노동의 자유,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직업의 자유 등의 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 조사에 따르면 문교부는 전교조 결성 전부터 교원 사찰 기구인 '교원전담실'을 설치해 교사들의 동향을 청와대와 안기부에 보고했다. 사찰 대상엔 학부모도 포함됐다.

이후 1989년 5월28일 전교조가 창립되자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체제수호 차원에서 인식하고 대처하라고 지시했고, 안기부는 등 11개 국가기관은 전교조 와해를 기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안기부는 1989년 8월 '전교조 징계 조치 이후 전망과 대책'이란 문건에서 "전교조 결성목표가 참교육을 빙자해 좌익이념인 '민중교육론'을 교육계에 확산시키는 데 있음을 홍보해 교육계로부터 과감히 축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대검찰청 보안부는 본격적인 전교조 조합원 검거에 나섰다. 보안부는 전교조 문제를 공안사건화해 1989년 8월 전교조 결성에 관련된 231명을 입건하고 41명을 구속했다. 87명은 기소됐다.

치안본부(현 경찰청)는 노조활동 주동자를 찾기 위해 사무실을 수색하고 전교조 교사들의 집회 및 시위를 물리적으로 해산하는 데 동원됐다. 교사들을 영장 없이 감금하기도 했다.

아울러 문교부가 정권의 지시를 받고 전교조 교사들의 행정·민사소송, 헌법재판소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등에 대응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와 법원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

보안사는 전교조 주요 간부들에 대한 대공혐의를 찾기 위해 민간이 사찰과 가택 침입에도 나선 것으로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밝혀졌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안기부 등 전 국가기관을 동원해 신청인들에게 중대한 인권침해를 가했다"며 "국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2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23. [email protected]

진실화해위는 '육군 25사단 병장 월북 조작 의혹 사건' 등 3건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육군 25사단 병장 월북 조작 의혹 사건'은 1968년 육군 25사단에서 병장으로 복무 중이던 신청인이 초소 근무 중에 발생한 소대장의 월북 사건과 관련, 소대장에 동조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는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이상 복역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검토 결과 불법 감금 및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정황이 파악됐고,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의 개연성이 있다"며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