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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후 최대 재건 프로젝트'…우크라 전후 경제 논쟁 가열

등록 2022.12.09 16: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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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재정 지원 국가·학계·은행 등 논쟁

재건 초점은 '비용'…소련 유산 탈피도 과제

일각선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노동규제 완화

반노동정책·신자유주의 부작용 우려도

정부·공공부문 부패·무능도 개선 필요

EBRD "민간 개입 없인 목표 달성 어려워"

[마리우폴=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6월13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에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통제하에 있는 마리우폴에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보인다. 이 공장은 마리우폴 포위전 동안 거의 완전히 파괴됐다.

[마리우폴=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6월13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에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통제하에 있는 마리우폴에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보인다. 이 공장은 마리우폴 포위전 동안 거의 완전히 파괴됐다.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당분간 끝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전후 우크라이나의 경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 지에 대한 논쟁은 벌써부터 가열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가장 큰 재건 프로젝트를 어떻게 관리할 지에 대한 시급한 아이디어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논쟁엔 각 국 정상들과 전 세계 인도주의 단체, 대학, 은행 지도자가 참여하고 있다. 수천억 달러를 기부하거나 빌려줄 준비가 돼 있는 정부, 단체, 기업과 함께 그것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파괴된 도시와 기반 시설을 복구하는 것에 대한 관심은 주로 '비용'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프레임워크(틀)에 대한 공방은 수면 아래에서 이뤄져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에서 독립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공급망, 교통망 등 많은 부분이 당시 유산을 머금고 있다. 유럽 체계와는 많은 부분이 단절돼 있다는 의미다. 철길 수치가 달라 우크라이나 열차가 유럽 국경을 쉽게 넘을 수 없는 것이 그 예다. 원자로에서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러시아가 이전에 공급한 많은 부품들도 다른 곳에서 가져와야 할 것이다.

소련 붕괴 후 현대적이고 민주적인 시장경제로의 불완전한 전환은 더 큰 도전이다. 우크라이나는 일부 부패와 정실(情實)주의에 시달려왔다. 그리고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될 유럽연합(EU)의 기준을 충족할 탄력적인 정치 기구도 만들지 못했다.
[마리우폴=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6월13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에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통제하에 있는 마리우폴에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보인다. 이 공장은 마리우폴 포위전 동안 거의 완전히 파괴됐다.

[마리우폴=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6월13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에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통제하에 있는 마리우폴에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보인다. 이 공장은 마리우폴 포위전 동안 거의 완전히 파괴됐다.

'책임감 있고 투명하며 신뢰할 수 있는' 공공 부문 부족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또 누가 그런 결정을 내릴 지에 대한 논쟁의 핵심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경제학자 유리 고로드니첸코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원을 지시할 수 있고 사람들이 그것을 들으리라는 것은 이상주의적 견해"라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정부는 규제할 능력이 없다. 전문적이고 잘 훈련된 관료제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로드니첸코는 독립 경제학자 네트워크인 영국 런던의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이들의 권고안은 광범위하지만 '경제 활동의 근본적인 규제 완화'를 지향한다. 자원 분배와 경제를 이끌기 위한 시장 경제 확대, 노동법 완화,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의 정치·경제 통제권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르키우=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추후이우에서 소방관과 구조대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치우며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2022.07.26.

[하르키우=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추후이우에서 소방관과 구조대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치우며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2022.07.26.


그러나 일각에선 이에 대해 경고음을 냈다.

노벨상 수상자인 컬럼비아대학의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러한 아이디어는 "괴상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다른 국가에서 불평등, 환경 악화, 주택 및 의료 서비스 부족 등을 야기한 일종의 불간섭주의적인 신자유주의가 우크라이나의 모델로 홍보되고 있는 것을 우려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의회가 승인한 노동법의 변화는 이런 논쟁의 초점이 됐다. 스티글리츠 교수와 다른 비평가들은 "고용주들이 노조의 교섭력을 약화하면서 노동 조건을 바꾸고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등 노동자 보호가 해체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루크 쿠퍼 런던 이코노미스트도 "유럽연합(EU)이 단체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법적 의무를 강화하고 있을 때 우크라이나는 노동 보호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군사적, 경제적 성공은 시민들의 동의 여부에 달려 있다"면서 "노동자들이 보호가 약화되고 임금이 낮아진다고 느낀다면 그런 노력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고로드니첸코는 노동자에 대한 이런 비우호적인 정책은 경직되고 시대에 뒤떨어진 소련 시대의 규칙을 점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보고서에서 말한 것은 우크라이나에서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상황이 심각하다. 뭔가 바뀌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마리우폴=AP/뉴시스]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관할 마리우폴 야적장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으로 파괴된 차량이 쌓여 있다. 2022.08.08.

[마리우폴=AP/뉴시스]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관할 마리우폴 야적장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으로 파괴된 차량이 쌓여 있다. 2022.08.08.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보고서의 또 다른 기여자인 키이우경제대학의 교수이자 장관 출신인 티모피 밀로바노우는 "규제 완화 추진은 시장경제에 대한 맹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이 이를 감당할 만큼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밀로바노우 교수는 스티글리츠 교수의 일반적인 비판에는 동의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현장의 문제들은 정부 통제와 시장 규제 완화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의 부동산 개발업자와 전직 의원이 도시 지하철 시스템 건설 계약을 따내기 위해 드니프로 시장에게 뇌물을 건넨 것을 상기하면서 "무능과 부패가 민간 및 공공 부문 모두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선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제의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냈지만 전력망과 연료저장고, 상수도 시설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공격 속도는 빨라졌고 파괴력도 커졌다. 일부 도시는 거의 파괴됐고 전역에 걸쳐 공장, 주택, 사무실, 통신선, 병원, 교회, 항구, 철도, 농지 등이 황폐화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45%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리적 인프라와 함께 교육, 사회, 보건 서비스를 함께 복구하는 것도 과제다.
[미콜라이우카=AP/뉴시스]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카의 한 학교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돼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던 한 구조대원이 숨진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2022.09.29.

[미콜라이우카=AP/뉴시스]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카의 한 학교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돼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던 한 구조대원이 숨진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2022.09.29.

재건에 필요한 총 비용 추청치는 다양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여름 재건 비용을 7500억 달러로 추산했는데 전쟁이 길어지면서 그 수치도 매일 늘어나고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동유럽 및 코카서스의 마테오 파트론 전무이사는 "민간에 대한 더 깊은 개입 없이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우리는 민간 및 기업 이니셔티브를 촉진하기 위해 개방 시장 중심의 경제로 전환을 조성할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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