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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채종협 "취준생 연기, 신인시절 모습 투영했죠"

등록 2023.01.18 08: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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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을 잠금해제' 주연

지난해 'KBS 연기대상' 신인상

뇌전증으로 5급 전시근로역 군면제

"10년째 약 복용…할수있을 때까지 연기"

채종협

채종협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채종협(30)은 ENA 종방극 '사장님을 잠금해제'를 통해 신인 시절을 떠올렸다. 극중 '스마트폰에 갇힌 사장을 구한다'는 설정은 판타지 요소가 강했지만, 취업 준비생을 연기 할 때는 현실감있게 살렸다. 오디션에서 수없이 떨어지길 반복했을 때 감정을 캐릭터에 투영했다. 무엇보다 "세상에 있을 법한 취준생, 근데 어디에도 없을 법한 취준생의 순수함에 초점을 맞췄다"고 털어놨다. 극중 캐릭터와 비슷하다며 "아직 부족하지만 진실되게 연기하고, 시청자들에게 진심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현호'(윤병희)와 편의점 앞에서 소주, 맥주를 마시는 신이다. 나도 오디션 보고 합격을 기다리는 동안 '붙었을까? 떨어졌겠지?' 등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당시 (오디션에 떨어지면) 한강을 걷고, 혼자 술 마시고 뛰고 멍 때리기도 했다. 조금 다른 결이지만, 사장님을 잠금해제에도 나의 모습을 투영했다. 비를 맞으면서 버스를 타거나, 버스 타러 가는 길, 자취방을 구하는 신 등이 그랬다."

이 드라마는 수상한 사건에 휘말려 스마트폰에 갇힌 IT기업 사장 '김선주'(박성웅)와 그 폰을 줍고 취준생에서 하루 아침에 사장이 된 '박인성'(채종협)의 공조를 그렸다.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영화 '오케이 마담'(2020) 이철하 감독과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 홈'을 공동 집필한 김형민 작가가 만들었다. 휴대폰과 대화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마지막 촬영할 때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가끔 집에서 '하이기가 날씨 어때?'라고 물어봤는데 이제 아예 안 쓴다"고 웃었다. 상대역인 박성웅(50)과 직접 만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장에서는 마지막에 침대 누워있을 때 한 법 뵀다. 극본 리딩과 제작발표회를 포함하면 총 세 번 만났다"며 "사실 본방송을 보면서 성웅 선배가 어떻게 했는지 알게 됐다"고 귀띔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성웅 선배가 어떻게 연기할지 몰라서 매 순간 촬영할 때 감독님께 물어봤다. 연기는 서로 주고 받으면서 쌓아가야 하는데, '공기계랑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 싶었다. 성웅 선배는 경력과 노하우가 있어서 다 맞춰줬지만, 내가 더 받아 먹었다면 조금 더 대화하는 느낌으로 그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취준생일 때는 경험을 바탕으로 잘 전달했지만, 사장이 됐을 때 좀 더 강단있게 하지 못해 아쉽다.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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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회에서 인성은 실버라이닝 사장직을 내려놓고, 연기자 꿈을 이뤘다. 비서 '정세연'(서은수)과는 연인이 됐다. 스마트폰에 갇힌 사장은 선주가 아니라, 실버라이닝이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기 위해 만든 AI '바로 4.0'이었다. 선주는 의식불명 상태로 정신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열린 결말로 끝나 시즌2 가능성을 남겨뒀다.

"초반부터 박성웅 선배가 스마트폰에 갇히지 않은 걸 알고 연기했다"며 "열린 결말로 끝나서 더 만족스러웠다. 만약 시즌2가 나온다면, 인성은 실버라이닝의 바로 4.0 광고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내가 아는 김선주 사장은 되게 논리적이다. 사람보다 데이터를 믿는다. 그 동안 바로 4.0이 데이터를 다 기록했을 것"이라며 "깨어나서 제일 먼저 딸 '민아'(기소유)를 찾은 뒤 데이터를 확인할 것 같다. 자신이 누워 있었던 동안 일어난 일을 확인하고 기억을 되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 1%대(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티빙에서도 공개했지만, 1~12회 내내 시청률 변동이 거의 없었다. "시청률은 아쉬운 게 많다. 죄송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잘 나오면 좋지만, 개인적으로 시청률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없었다. 1~12부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갈 수 있느냐'는 의문에 답을 내리고 싶었다. 매 순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한 신도 허투루 찍지 않았다. 이전에는 카메라가 돌 때 고요함이 무섭고 초조했는데, 이제 조금 덜해졌다"고 돌아봤다.
[인터뷰]채종협 "취준생 연기, 신인시절 모습 투영했죠"


모델 출신인 채종협은 2016년 웹드라마 '툰드라쇼 시즌2-조선왕조실톡'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2019~2020)에서 드림즈 투수 유망주 '유민호'로 주목 받았다. 이후 '마녀식당으로 오세요'(2021) '너에게 가는 속도 493㎞'(2022)와 사장님을 잠금해제까지 연달아 주연을 맡았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너가속으로 신인상도 받았다. 이미 차기작도 확정한 상태다. 김소현과 로맨스 드라마 '우연일까' 촬영 중이며, '무인도의 디바' 출연도 검토하고 있다.

'알고 있지만'(2021)부터 사장님을 잠금해제, 우연일까까지 웹툰 원작인 작품이 많이 출연했다.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는 소설이 원작이다. "아무래도 원작 팬들이 많아서 좀 부담스럽다"며 "원작 속 모습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지 않느냐. 그림을 보고 각자 상상하는 게 다른데,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게 큰 부담감이다. 설득력있게 연기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스토브리그를 제외하면 흥행작이 없어서 갈증도 느낄 터다. "흥행작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너무나 무거울 것 같다"며 "'흥행작을 하고 싶지 않다'는 아니다. 그렇다고 흥행작을 쫓고 싶지는 않다. 지금 앞에 놓인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푹 빠져서 이 순간을 즐기면 흥행작이 찾아오지 않을까"라고 바랐다.

채종협은 뇌전증으로 인해 군 면제를 받은 상태다. 5급 전시근로역 처분을 받았다며 "고등학생 때 남아공에서 처음 쓰러졌다. 스물 한 살 때 한국에 들어와서 검사 받았을 때 4급 판정을 받았다. 약을 꾸준히 먹었는데, 촬영할 때나 집에서도 간간히 쓰러졌다. 분명히 아침이었는데 밤이 돼 있는 상황이 이어졌다. 4년이 흘러 재검 요청이 와 뇌파 검사를 다시 받았다. 뇌파수가 불안정해서 판이 튀었다고 하더라. 2017~2018년께 5급 판정을 받았다. 10년째 약을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철하 감독님께 시집을 선물 받았다. 첫 페이지에 '나는 머물기 좋은 장소입니까?'라고 써 있더라. 채종협 하면 함께 하고 싶은 배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도 배우라는 수식어는 높고 어렵다. '배우 채종협입니다'라고 얘기를 못 하겠더라. 그래서 '연기하는 채종협입니다'라고만 한다. 배우라는 단어에 조금 더 가까이 가는 게 목표다. 사실 쉬지 않고 활동해서 지치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몰라서 계속 하고 있다. 언제 어느 순간 내가 못하게 될지 모르는 거라서···.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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