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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뇌전증' 브로커, 발작 등 시나리오 세워 병역면탈 유도

등록 2023.01.27 13: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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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뇌전증 진단서 발급으로 7명 병역 면탈 혐의

사무실 차리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상담 카페 개설

구씨 측 "범행 자백…뇌전증 병역 판정 강화가 중요"

'허위 뇌전증' 브로커, 발작 등 시나리오 세워 병역면탈 유도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가짜 뇌전증(간질)' 진단 수법으로 7명의 병역 면탈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병역 브로커 구모(47)씨는 발작 증세 호소 등 자신이 만든 시나리오에 맞춰 의뢰인의 병역 면탈을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조상민 판사는 27일 오전 11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구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구씨는 허위 뇌전증 진단서를 발급받는 수법으로 7명의 병역 의무자들이 병역 등급을 낮추거나 면제 판정을 받도록 돕고 그 대가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군 수사관 출신인 구씨는 서울 강남구에 사무실을 차리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병역 의무자를 위한 상담 카페를 개설한 뒤 자신이 만든 시나리오에 맞춰 발작 등을 호소하게 해 의뢰인의 병역 면탈을 도왔다. 구씨는 과거 행정사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병역 면탈 시나리오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사례로 지난 2020년 6월20일께 해당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접근한 병역 면탈자 이모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받기로 한 뒤 뇌전증 환자로 면탈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후 이씨는 경기도의 한 병원을 찾아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뇌전증 증상이 있었으며 지난 2020년에는 게임을 하다가 발작 증상이 있었다고 거짓말을 해 의사로부터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병무청에 해당 진단서를 제출한 이씨는 재병역 신체검사대상 7급 판정을 받았다.

7명의 병역 면탈 혐의로 우선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추가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 병역을 면탈한 구씨 의뢰인 중에는 프로배구선수 조재성(OK금융그룹)씨와 아이돌그룹 소속 래퍼 라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구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했다. 다만 범행을 자백하고 병역 면탈자 수사에도 협조한 점을 참작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처벌보다 뇌전증 병역 판정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수사 단계부터 공소사실을 전부 자백했고, 이 사건 병역 면탈자가 범행을 부인할 경우, 이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도 보였다"며 "재범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탈자들이 먼저 연락해 뇌전증 환자인 척하기도 했다. 조금이나마 참작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어 "단순히 피고인 처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뇌전증 병역 판정 강화를 통해 병역 면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3월22일 오전 10시40분에 열린다.

한편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은 지난달 초부터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을 꾸리고 수사를 벌인 뒤 지난달 구씨를 구속 기소했다.

현재까지 수사대상은 스포츠·연예계 인물, 대형로펌 소속 법조인의 아들 등을 포함해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전날, 또 다른 병역 브로커 A(37)씨와 함께 병역면탈을 의뢰한 혐의를 받는 의사 B(30)씨, 프로게이머 코치 C(26)씨, 골프선수 D(25)씨 등 16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또 이들의 가족 또는 지인 가운데 브로커와 병역면탈 계약을 체결하거나 대가 지급, 허위 목격자·보호자 행세를 통해 범행에 적극 가담한 혐의를 받는 공범 6명도 함께 기소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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