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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만난 오세훈·전장연, 50분 면담에도 입장차는 여전(종합)

등록 2023.02.02 18:24:15수정 2023.02.02 18: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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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내일 시위 지속 여부 발표"

당초 계획보다 20분 더 대화 나눠

오세훈 "기재부에 전장연 입장 전달"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2.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2.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권혁진 이재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만남이 확실한 결론을 맺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오 시장은 지하철 지연이 뒤따르는 시위를 자제해달라고 거듭 촉구했지만, 박 대표는 시민들 앞에서 이를 약속해달라는 오 시장의 요구에 확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면담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검토해서 내일 (오전 8시) 혜화역 선전전 때 입장을 발표하겠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간담회가 양측의 명확한 약속없이 막을 내리면서 하루 뒤 전장연의 입에 모든 관심이 쏠리게 됐다.

오 시장은 2일 오후 3시30분 서울시청에서 열린 전장연과의 간담회에서 박 대표를 향해 "시위와 요구는 얼마든지 좋은데 지하철을 세우는 것은 안 된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중앙 정부에 시위를 한다는데 왜 그 방법이 서울 지하철 지연이냐. 시위와 요구는 해도 되지만 지하철을 세우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하철 지연을 수반하는 전장연의 시위 행태가 법적으로도 크게 문제될 수 있다는 내용도 보탰다.

오 시장은 "만남을 준비하면서 철도안전법을 오랜만에 봤는데 (대중교통 지연은) 굉장히 중형에 처해지는 범죄"라면서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는 표현을 썼더니 전장연이 '그럼 우리가 강자냐'고 하신 것을 봤는데 난 전장연이 굉장한 강자 됐다고 생각한다. 정시성이 생명인 지하철의 운행을 84번 지연시켰다. 경찰도 박 대표를 비롯한 전장연 시위자들을 제대로 처벌 못한다. 이 정도 사회적 강자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박 대표는 "만약 우리가 사회적 강자라 여긴다면 진짜 사회적 강자인 기재부에도 이 문제의 원인이 있다"면서 "똑같이 평등하게 이 문제에 대해 서울시장으로서 기재부 장관에게 요청해 주시길 바란다"며 기획재정부에 장애인권리 예산 반영을 건의해달라고 청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2.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2.02. [email protected]

그동안 각각 다른 단체들과의 합동 면담(서울시)과 단독 면담(전장연)을 고수하면서 평행선을 달리던 오 시장과 전장연의 만남은 최근 오 시장이 단독 면담을 수용하면서 어렵게 성사됐다.

서울시측에서는 오 시장과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이 자리했고, 전장연측에서는 박 대표 홀로 면담에 임했다. 간담회는 예정된 30분보다 긴 50분 가량 이뤄졌다.

먼저 발언권을 얻은 오 시장은 "많이 기다렸는데 뵙게 돼 반갑다. 환영한다"며 인사를 건넨 뒤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는 단순, 명확하다. 부탁하기 위해 뵙자고 했다"고 운을 뗐다.

오 시장은 "그동안 서울시민이 많은 불편을 겪었고 박경석 대표님도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말씀하신 걸 봤다. 더 이상 지하철을 세우거나 하지 말자고 부탁하려고 뵙자고 했다"면서 만남의 취지를 소개했다.

오 시장의 간단한 인사 후 발언에 나선 박 대표는 과거 서울시가 먼저 모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사망 사고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사과 역시 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장애인의 죽음을 하찮게 여긴 결과라고 본다. 우리는 지하철 이동권만 이야기 한 것이 아니다. 저상버스 도입, 시외간 이동버스 등 모든 부분이 서울은 그나마 잘 돼있어. 지역 간 문제는 매우 불평등하다"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또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거론하면서 탈시설의 당위성을 긴 시간 역설했다. 이 과정에서 오 시장에게 "시설 수용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관행"이라면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를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김 실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경우 해석에 따라 취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에게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2.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에게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2.02. [email protected]

소요 예산만 보더라도 전장연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도 했다. 24시간 활동지원 요구를 들어주려면 하루 8시간씩 3명의 근무자가 필요한데 이 경우 돌봄비용만 월 1300만원, 연 1억5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24시간 붙여서 자립생활 하는 것이 정말 장애인을 위한 것이냐, 아님 활동보조 인력을 위한 것이냐, 아님 활동보조를 제공하는 단체를 위한 것이냐. 여러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가 오 시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중 탈시설 예산이 70~80%를 차지한다고 말한 내용을 두고 참석자들 사이에서 잠시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간담회 막판 박 대표는 오 시장에게 다시 한 번 탈시설 관련 검토와 다음달 23일까지 기재부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데 힘을 보태달라고 부탁했다.

박 대표는 "3월에 기재부가 국가전략회의를 하고 재정전략을 다 결정한다더라.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데 만나라고 좀 해달라. 대화로 풀어달라고 해달라. 우리는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에서만 목소리를 듣지 말아달라. 서울에서마저 포기하면 어디서 하겠느냐. 이 부분을 좀 봐달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진심으로 돕고 싶지만 예산 배정이 쉽지 않은 여러 상황 역시 이해해달라고 설득했다. 기재부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알려달라는 전장연의 요구에는 간담회 후 취재진과 만나 "입장 전달은 해드리려고 한다"면서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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