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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드디어 경계 넘은 '관능의 청춘'

등록 2023.02.06 08: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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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200' 1위…K팝 그룹 다섯번째

모범적 아이돌, 안정적 일탈의 기민함

[서울=뉴시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2022.08.30.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2022.08.30.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K팝 그룹으로는 다섯 번째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는 항상 '경계의 아이돌'이었다.

2019년 데뷔 당시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동생 팀으로 불리며, K팝 역대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신인 그룹이 됐을 때부터 그랬다.

방탄소년단이 특정 세계관 속에서도 K팝 사상 가장 주체적인 아이돌로 주목 받은 뒤 이들을 발굴한 하이브(당시 빅히트 엔터테테인먼트)가 다른 세계관을 설정하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내놓았을 당시 인위적인 느낌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사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방탄소년단은 태생부터 다르다. 데뷔 당시 힙합을 기반으로 삼았던 방탄소년단은 청소년이 처한 부당한 현실에 맞섰다. 반면 초창기 몽환적인 신스팝 장르를 활용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현실에서 약간은 벗어난, 동화적 판타지를 좇았다.

그런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성장 서사는 일종의 미션 깨기에 가깝다. 이들 시리즈 타이틀에 악곡이나 문단의 단락(段落)을 뜻하는 장(章)이 붙어 음반마다 이야기가 적힌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겨간다는 의미가 붙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지금까지 2개의 큰 장(章)을 선보였다. '꿈의 장' 3부작과 '혼돈의 장' 2부작이다. '꿈의 장'은 타인을 인식하며 성장하는 이야기였고, '혼돈의 장'은 타인을 사랑하거나 갈등을 겪으며 세상과 불화하는 과정을 그렸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앨범 연작엔 중간다리도 있다. 에피소드의 변주격인 '미니소드(minisode)'다. 다음 장을 넘어갈 때 부연 설명을 하며 세계관의 연결을 매끄럽게 해주는 역을 한다.
[서울=뉴시스] 2023.01.10.(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3.01.10.(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꿈의 장' 3부작과 '혼돈의 장' 2부작을 연결해주는 건 '미니소드 원 : 블루 아워(minisode1 : Blue Hour)'다. 세상이 낯설어지는 근거를 마련해준다. '혼돈의 장'과 새 시리즈인 '이름의 장'을 연결해준 건 '미니소드 투 : 서스데이스 차일드(minisode 2: Thursday's Child)'다. 이별 후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의 깊이를 더 알게 해준 깊이를 보여준다.

미니 4집인 '미니소드 투 : 서스데이스 차일드' 이후 선보이는 '이름의 장' 첫 번째 에피소드인 미니 5집 '이름의 장: 템테이션(TEMPTATION)'은 유혹에 흔들리는 청춘의 이야기다.

여기서 경계에 선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정체성이 더 명확해진다. 근데 이번 음반에선 그 경계를 오가는 게 아니라 넘어버린다. 하이브 의장인 방시혁 총괄 프로듀서를 필두로 슬로우 래빗(Slow Rabbit), 슈프림 보이(Supreme Boi), 세일럼 일리스 등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타이틀곡 '슈가 러시 라이드(Sugar Rush Ride)'에서 "금지된 선들이 희미하게 / 사라져"가고 "넌 능숙히 잠긴 내 문을 열어"라고 노래한다.

여기서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 한 대목을 차용한 "이리 와서 더 / 업고 놀자 더"(원래 대목은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는 적확한 인용이다. 사실 '사랑가'는 노골적이고 관능적이다. 그런데 우리 전통 사랑의 표준이 되면서 숭고함이 더해졌다. 짧지만 이런 우리 전통 미학을 차용하면서 관능의 청춘을 현대화한다.

이런 성향은 앨범에 실린 다른 네 개의 트랙에서도 이어진다. "유혹이 내 혀에 닿았어"(Temptation touched my tongue)라고 속삭이는 영어곡 '데빌 바이 더 윈도(Devil by the Window)', "기분 좋은 게으름의 맛"을 표현한 '해피 풀스(Happy Fools)', "그저 굴러가는 게 / 나만의 로클롤(rock 'n' roll) / 아주 달콤한 걸"이라고 노래하는 '티니투스'(Tinnitus·돌멩이가 되고 싶어), "무책임한 꿈의 낙원에 / 마지막 인사를 건넬게"라고 고하는 '네버랜드를 떠나며'가 그렇다.
[서울=뉴시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2023.01.29.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2023.01.29.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내용적 서사뿐만 아니라 사운드적 서사의 통일성을 만드는 것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음반의 '강점'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사운드적 특징은 세련된 팝을 기반으로 당시 유행하는 음악들을 매끈하게 녹인다는 점이다. 

이번 음반에서 가장 매력적인 트랙은 '티니투스'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 태현·연준을 비롯 싱어송라이터 스텔라장(Stella Jang) 그리고 작사·작곡가 조윤경·이스란 등이 참여했는데 아프로 비트의 공간감과 여유로움이 나른함을 안겨준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장기인 애틋한 록 팝 '네버랜드를 떠나며', 보사노바 풍의 '해피 풀스', 다채로운 구성이 서사적 긴장감을 주는 '데빌 바이 더 윈도' 등은 각 장르는 다르지만 몽환적 기운의 사운드를 뭉근하게 품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유혹이라는 키워드와 맞닿는 부분이다.

그건 육감의 낭만주의이기도 하다. 현실주의의 이름으로 청춘을 가둬놓기만 할 때 그들은 성장하기를 멈춘다. 데뷔 이후 탈 한번 없이 잘 자란 모범생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이 안정적으로 설정한 세계관 안에서 위험함을 꿈꾸는 일탈은 기만이 아닌 기민함이다. 마음껏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진짜 숨기고 있을 다양한 이름을 이제 호명해야 한다. '이름의 장'에서 멤버들의 이름을 부를 때 그들은 이제 더 이상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될 것이다. 이번 '빌보드 200' 1위는 북미 청춘들이 이런 메시지에 공명했다는 뜻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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