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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00명 이상 병원 찾는 '뇌전증'…"불치병·정신병 아니다"

등록 2023.02.07 14: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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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교수 "정확한 진단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

전세계 인구 0.5~1%서 발생, 국내 연간 15만명 병원

약물·수술 치료하면 대부분 일상생활 문제없어

발작 발생 시 기도확보 중요, 반복 시 바로 응급실

음주·운전 피하고, 감기약·한약 복용 땐 성분 확인

최윤호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인천성모병원 제공)

최윤호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인천성모병원 제공)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뇌전증은 신경세포에 과도하게 전류가 흐르면서 불규칙하고 반복적으로 발작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미친병', '지랄병'이라는 의미의 '간질'이나 '전간증'으로도 불리며 꼭꼭 숨겨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뇌전증은 국내에서만 한해 15만명에 가까운 환자가 병원을 찾을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뇌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14만8293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이 뇌전증으로 진료를 받는 셈이다.

최윤호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은 전체 인구의 0.5~1%에서 나타날 만큼 전 연령층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흔한 신경계 질환"이라면서 "결코 불치병이나 정신병이 아니고 숨겨야 하는 질환도 아닌, 정확한 진단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뇌전증협회(IBE)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ILAE)은 2015년부터 매년 2월 둘째주 월요일을 '세계 뇌전증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올해는 2월13일이 세계 뇌전증의 날이다.

약물·수술로 대부분 일상생활 가능

현재까지 확인된 뇌전증의 원인은 ▲유전 ▲분만 중 뇌 손상 ▲뇌염이나 수막염 후유증 ▲뇌가 형성되는 중에 문제가 있는 경우 ▲뇌종양 ▲뇌졸중 ▲뇌혈관 기형 ▲뇌 내 기생충 등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는 원인을 알지 못한다.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항경련제 복용이다. 뇌전증 환자의 약 60% 이상은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반면 뇌전증 환자의 약 30%는 약물치료로도 발작이 잡히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되는데, 이때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그렇다고 모든 뇌전증 환자가 수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충분한 검사를 통해 예상되는 수술 결과와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신경증상 및 합병증에 대한 검토 후 수술 여부와 방법을 결정한다.

발작 시 기도유지 중요…반복되면 응급실로

일단 뇌전증 발작이 발생하면 당황하지 말고 환자를 안전한 곳에 눕힌 후 몸을 조이는 벨트 등을 느슨하게 한다. 특히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입에 이물질이 있는 경우 반드시 단단한 기구를 사용해 빼낸다. 상비약 등을 입에 투여하면 흡인성 폐렴이나 기도폐쇄를 일으킬 수 있으니 절대 하면 안 된다.

또 발작이 발생했을 때 곧장 응급실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몇 분 이내에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에 여러 차례 발작이 반복되거나 의식 회복 없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최윤호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발작이 잘 조절되면 다른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다"면서 "뇌전증 발작 현상을 억누르는 약물을 쓰거나 병소를 제거하면 일부는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 피하고, 감기약 복용 땐 성분 확인

뇌전증 환자의 경우 음주는 멀리하는 게 좋다. 알코올이 항경련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키거나 그 자체로도 발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렸을 땐 일반 종합감기약을 복용하기보다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한약을 먹을 때도 주의해야 한다. 약 성분 중 항경련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운동할 때 수영, 암벽타기 등 갑자기 발작이 일어나면 위험한 운동은 동반자와 함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뇌전증 환자는 절대 운전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고 안정적인 경과를 보인다면 담당 의료진의 의견과 뇌파검사 결과 등을 참고해 운전할 수 있는 지침이 마련돼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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