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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소아과]④“잘못된 처방만 남발…대통령직속 '어린이청' 필요”

등록 2023.02.27 07:01:00수정 2023.02.27 11: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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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의장 인터뷰

미국·일본처럼 어린이 정책 전담 기구 만들어

정책 연속성 확보·현장 맞춤형 정책 만들어야

[서울=뉴시스]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사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제공) 2023.02.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사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제공) 2023.02.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소아청소년과가 '고사(枯死)' 위기에 직면했다. 소청과 수련병원의 레지던트 지원율이 2019년 80%에서 올해 상반기 15.9%로 추락했다. 소청과 레지던트 모집정원이 있는 50개 대학병원 중 76%(38개)는 레지던트를 단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모집정원을 다 채운 곳은 서울대병원이 유일했다. 절반을 넘긴 곳도 순천향대서울병원, 아주대병원, 전남대병원, 울산대병원 등 4곳에 불과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24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진단(의료현장 파악)이 미흡하니 잘못된 처방(정책)이 나오고 결국 환자(어린이 의료 체계)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서 "소청과 지원 정책을 책임있게 이끌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직속 논의 기구를 설치해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정부와 전문가가 긴밀히 소통해 현장 맞춤형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면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어린이 정책을 전담하는 대통령 직속 '어린이청(가칭)'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을 통해 소청과 붕괴의 원인과 해법 등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저출산이 소청과 붕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현상(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3 이하)이 2002년부터 시작됐는데요.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것이 소청과입니다. 돌 전후 아기들은 엄마로부터 받은 면역력이 떨어져 자주 아프고 예방접종도 가장 많이 해야 해 진료과 중 소청과를 가장 많이 방문하는데요. 최근 5년 간 아이들이 확 줄었습니다. 거의 자유낙하 수준인데요. 코로나19가 3년간 지속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지고, 집값이 너무 올라 주거도 불안정해지면서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가 없게 된거죠."

-정부가 지난 20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200조 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효과는 미미한데요.

"저출산이 20년 넘게 지속되는 동안 정부가 현장의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정책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특히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실효성 있는 어린이 의료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짧으면 2년, 길면 3년을 안 넘기고 다른 과로 발령이 납니다. 가령 보건복지부 응급의료 과장이 바뀌면 새롭게 발령받은 공무원은 초기에는 업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하죠. 담당 공무원이 업무에 익숙해져 학회 차원에서 현장에 필요한 사업을 제안할 때 쯤이면 또 자리가 바뀝니다. 이러니 제대로 된 어린이 의료 정책이 나올 수가 없죠."

[서울=뉴시스]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대한아동병원협회는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 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생중계화면 캡처) 2022.12.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대한아동병원협회는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 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생중계화면 캡처) 2022.12.16. [email protected].

-미국은 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된다고 하던데요.

"네. 미국은 1912년 미국의 아동정책을 주관하는 아동국(Children's Bureau)을 창설해 어린이 건강증진, 아동학대 문제 등 어린이와 관련된 각종 정책을 수립하는데요. 공무원이 한 업무를 몇십년 간 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모유 정책 전문가인 의사도 30년 넘게 아동국에서 근무한 후 세계보건기구(WHO)로 자리를 옮겼죠. 그러니 현장에 얼마나 딱 들어맞는 정책이 나오겠습니까."

-고착화된 낮은 수가(진료비)도 전공의 기피를 심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소청과를 붕괴로 몰고 간 주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소청과 의사들이 아이들을 더 이상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소청과는 국내 의료수가 체계상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고, 환자가 어린이여서 진찰 외에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처치와 시술이 거의 없습니다. 진찰료로만 수익을 내는 셈이죠. 그런데 30년 동안 1인당 평균 진료비가 1만7000원가량(2021년 의원급 의료기관(동네 병·의원) 기준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1만7611원)으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진료비가 전체 15개 진료과 중 가장 낮아 압도적인 꼴찌일 뿐 아니라 10년 간 유일하게 수입이 감소(25%)한 과입니다. 5년 간 동네 병·의원 662곳이 문을 닫았죠. 그나마 있던 전문의들도 진료과를 바꾸는 실정입니다. 제가 아는 분은 최근 내과로 바꾸려고 초음파 진단법을 배우러 다닙니다. 이런 판국에 과연 누가 소청과 의사를 하겠다고 나서겠습니까."

-해외와 비교한다면 적어도 어느 나라 수준으로 올려야 할까요?

"우리나라 소청과 진료비는 캄보디아, 중국보다 낮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을 최대한 많이 보기 위해 평일에는 아침 일찍 나와 저녁 늦게 퇴근하고 주말에도 진료를 보는 의사들이 많습니다. 진료비가 적다고 알려진 대만도 환자 1인당 6만 원 정도를 받습니다. 최소한 이 수준으로 올려야 합니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이 어렵다면 국가 재정으로라도 올려줘야 합니다. 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 수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효과가 없죠. 3년간 힘든 과정을 버티고 나와도 보상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턴이 소청과 레지던트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실효성 있는 소청과 지원 정책이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통령 직속 논의 기구를 설치해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현장에 필요한 정책을 내놔야 합니다. 복지부를 비롯해 질병청, 기재부, 소청과 의사들이 참여해 미국이나 일본처럼 어린이 정책을 전담하는 '어린이청(가칭)' 같은 공식 정부 기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린이청을 만들려면 정부조직법이 바뀌어야 하지만, 여야가 정쟁을 떠나 뜻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처럼 저출산 대응에 고심 중인 일본도 오는 4월 저출생 대책과 어린이 정책 등을 전담하는 '어린이가정청'이 새롭게 출범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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