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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식하다 집어삼킨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마구치 류스케(濱口竜介·46) 감독이 만든 영화 중에 그렇지 않은 작품이 없겠지만, 새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3월27일 공개)에서 흔히 얘기하는 영화 보는 즐거움을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이 작품에선 현재 영화 예술 최전선에 서서 정점을 향해 가는 감독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하마구치 감독의 이 확신은 평범한 영화에선 어떤 식으로도 발견될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는다. 이건 마력에 가깝다. 그의 영화가 보여주는 카리스
손정빈기자2024.03.27 06:02:00
탈진실 어그로를 직시하라 '댓글부대'
영화 '댓글부대'(3월27일 공개)는 기자 영화가 아니다. 기자 영화라고 하면 흔히 탐정처럼 활동하며 자기 능력을 사회 정의에 바치는 기자가 나오지만 '댓글부대'엔 그런 게 없다. 한 때 적당히 부패했으나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직업 윤리를 지키기 위해 각성하는 기자 같은 것도 없다. 그렇다고 직업인으로서 프로페셔널리즘을 보여주는 기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기자다. 아마도 그건 이 영화가 내세우려는 게 기자가 쓰는
손정빈기자2024.03.25 06:03:00
고마워 여기까지야 '로봇 드림'
애니메이션 영화 '로봇 드림'(3월13일 공개)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연인이거나 친구일 수도 있고, 짧게 알았던 사람이거나 오래 알았던 사람일 수도 있다. 꼭 사람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이들에겐 개나 고양이일지도 모른다. 내 삶의 한 시기를 함께했으나 지금은 같이 하지 않는 존재들 말이다. 이 귀엽고 따뜻한 영화는 그런 이들과 맺었던 관계를 향해 미소 짓는 것만 같다. 너와 함께 있을 때 행복했다고, 네 덕분에 내 삶이 빛났다
손정빈기자2024.03.13 06:04:00
'오펜하이머' 오스카 싹쓸이 가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타이타닉'은 1998년 제7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 포함 1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감독상 등 11개 오스카를 들어올렸다. 14개 부문 후보에 오른 건 1951년 '이브의 모든 것'에 이은 두 번째였고, 11개 상을 받은 것 역시 1960년 '벤 허' 이후 두 번째였다. 지난해까지 최다 후보작은 '이브의 모든 것' '타이타닉' '라라랜드'가 14개로 동률이고, 최다 수상작은 '벤허' '타이타닉' '
손정빈기자2024.03.06 06:04:00
찍어 누른다, 이 시네마…'듄:파트2'
극장은 관객의 믿음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 믿음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게 영화라는 사실을 잊게 하고 새로운 세계로 이동시켜 줄 거라는 바람이다. 좋은 영화는 바로 그 허구의 이야기, 꾸며낸 그림이 가짜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극장의 칠흑 같은 어둠, 쏟아질 듯 거대한 스크린, 심장을 흔드는 것만 같은 소리는 그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장비들이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시네마가 주는 실감은 스트리밍 플랫폼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종류의
손정빈기자2024.02.27 06:03:00
더럽게 찬란한 청춘이여…'오키쿠와 세계'
'오키쿠와 세계'만큼 더러운 영화는 없다. 똥으로 시작해 똥을 보여주다가 똥으로 끝나버린다. 당연하게도 구역질과 불쾌로 채워져야 할 90분이지만, 사카모토 준지(阪本順治·66) 감독의 이 이상한 영화는 산뜻하고 유쾌하다. 게다가 종종 아름답기까지 하다. 말하자면 '오키쿠와 세계'는 밑바닥을 뒹군다. 몰락이 있고 굴종이 있고 발악이 있고 비통이 있으며, 천하고 비루하고 박복하다. 그래도 이 영화는 삶이라는 것, 그 중에서도 청춘이라는 것엔 절
손정빈기자2024.02.23 06:02:00
울린다, 이 코미디…'바튼 아카데미'
시종일관 우스꽝스럽고 유머러스하다고 영화 '바튼 아카데미'(원제:The Holdovers)(2월21일 공개)를 얕게 봐선 곤란하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새 영화는 내내 웃음기를 머금고 있으나 이 작품에 담긴 인간과 삶에 관한 통찰은 워낙 예리해서 닿기만해도 베일 듯하다. '바튼 아카데미'는 말하자면 인생 에세이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상실이란 무엇인지, 외로움이란 무엇인지, 나란 존재란 무엇인지, 위로란 무엇인지, 관계란 무엇인지, 꿈이란
손정빈기자2024.02.19 06:07:00
진실은 스토리다…'추락의 해부'
명쾌하게 딱 떨어지는 결론을 원하는 이들에게 쥐스틴 트리에(Justine Triet·46) 감독의 새 영화 '추락의 해부'(1월31일 공개)는 최악의 답안지다. 한 남성이 3층 짜리 집 꼭대기에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이 작품에는 공식이니 정답이니 하는 정석이 없다. 무엇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끝에 가서 마주하게 될 것을 보기 위해 손을 더듬어 가며 전진하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떡밥 회수'를 하지 않는다
손정빈기자2024.01.30 06:06:00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2의 '코다'가 될 수 있을까
2022년 3월에 열린 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이변이 있었다. 거의 모든 부문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결과가 나왔는데, 가장 중요한 작품 부문에서 예상에 없던 '코다'가 수상한 것이다. '코다'는 남우조연 부문에서 유력하고 각색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작품 부문에선 사실상 논외였다.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골든글로브나 영국 아카데미는 물론이고 앞서 열린 어떤 시상식에서도 '코다'는 작품상을 받지 못했다. 게다
손정빈기자2024.01.26 06:11:00
노장은 호소한다, 연대하라고…나의 올드 오크
해가 바뀌어 이제 86세가 된 노장이 다음 세대에게 전하려는 말은 복잡하지도 거창하지도 않다. 그는 에둘러 얘기할 생각도 없다. "함께 힘을 모아 살아갑시다." 힘을 합치면 모든 일이 잘 될 거라는 게 아니다. 이 만만치 않은 세상을 최소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을 아주 조금씩이라도 모아가자는 얘기다. 그것만이 삶의 고통을 작게나마 덜어낼 수 있는 방법,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노동자·서민을 주인공 삼아 사회
손정빈기자2024.01.19 09:09:33
그래도 그럼에도 카메라를…'노 베어스'
자파르 파나히(Jafar Panâhi·64) 감독의 '노 베어스'는 솔직하다.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고,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말하자면 파나히 감독은 현실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고, 그의 카메라는 진실을 담을 줄 모른다. 그는 경직된 이란 사회가 만들어내는 각종 문제를 타개할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한테 벌어진 일조차 어쩌지 못하는 처지다. 그의 카메라는 마치 사회의 목격자인 것처럼 움직이나 정작 가장
손정빈기자2024.01.10 06:08:00
무관 크리스토퍼 놀런 이번엔 받을까
그가 새 영화를 내놓기만하면 전 세계 영화계가 들썩인다. 그의 작품을 보는 건 이제 세계 영화계 큰 이벤트 중 하나일 정도다. 그와 그의 영화 모두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다. 흥행에 성공할 뿐만 아니라 완성도 면에서도 대체로 최상급 평가를 받는다. 그가 야심가이고 실력자이며 천재라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처럼 더 화려할 수 없는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지만, 그에게 전혀 없는 게 하나 있다. 상복이다. 그는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
손정빈기자2024.01.05 0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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