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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로 운전 업무 중 사고…法 "직접 원인 아니면 업무재해"

등록 2024.04.29 07:00:00수정 2024.04.29 07: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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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운전 상태로 업무 도중 차량 사고

유족 "업무상 재해" 주장에도 공단은 거부

法 "무면허, 사고 직접 원인으로 볼 수 없어"

[서울=뉴시스] 서울중앙지법(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 서울중앙지법(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근무 중 차량 사고로 인해 사망한 경우 운전면허 취소 등 근로자 과실 사유가 있더라도 사고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원고 승소 판결했다.

경기 화성시 소재 한 공사현장에서 사토 처리 운반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21년 어느날 새벽 회사 소유 차량을 운전해 사토 하차지로 가던 중 도로를 이탈, 배수지로 추락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유족들은 A씨가 근무 중 사망했기에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2022년 4월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사고 당시 무면허 상태였던 A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 사유 등 중대 과실이 있어 산재 인정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A씨는 2015년 음주운전으로 인해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2016년 1종 대형견인차 운면허와 이듬해 1종 대형 운전면허를 취득했으나 이 역시 2021년 음주운전으로 취소된 상태였다.

하지만 유족 측은 A씨가 무면허 상태로 차량을 운전한 것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며, 회사 역시 A씨가 차량을 출퇴근·업무용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며 사업주의 지시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가 근무 중 사고를 당한 것이 명백하고, 무면허 운전 등 업무상 과실이 일정 부분 사고에 기여했더라도 이를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보기는 게 법원 판단이다.

법원은 또 사측에서 이미 A씨의 운전면허 취소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운전에 대해 주의를 준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가 퇴직한 후에도 차량을 회수하지 않는 등 사실상 이를 묵인해 왔기에 이번 사고는 통상적인 업무 중 발생한 업무상 재해가 맞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사고는 망인의 업무인 사토 반출을 위해 하차지를 점검하러 가는 도중 발생한 사고로 고용주로부터 제공받은 차량을 운전해 하차지로 이동하는 것 역시 통상의 업무수행 방법"이라며 "사고 장소가 하차지 점검과 무관한 장소에서 발생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망인의 운전면허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면허 운전 행위가 사고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고 현장은 미개통된 도로로 가로등이 설치되지 않았고 노면이 젖어 미끄러웠던 점, 안전시설물이 없었던 점 등을 보면 온전 망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렇다면 망인에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가 성립한다는 것이 명백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도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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