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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막구균·장티푸스 예방 손잡았다…"제2 콜레라 백신으로"[인터뷰]

등록 2024.05.12 13:01:00수정 2024.05.12 17: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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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재단과 유바이오로직스 5년 동안 동행

김한이·백영옥 대표 "협력으로 국제보건 기여"

재단, 개발비 지원 및 공공조달 정보·팁 제공

유바이오, '생산 현지화'로 선순환·공장 증설

[서울=뉴시스] 라이트재단(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의 김한이 대표(왼쪽)와 유바이오로직스의 백영옥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라이트재단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4.05.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라이트재단(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의 김한이 대표(왼쪽)와 유바이오로직스의 백영옥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라이트재단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4.05.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라이트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 중인 장티푸스 백신, 수막구균 백신을 제2, 제3의 '유비콜'(콜레라 백신)로 개발하려고 합니다."(유바이오로직스 백영옥 대표이사)

"라이트재단은 공공재가 될 백신과 진단기술 등의 개발을 지원하는 동반자입니다."(라이트 재단 김한이 대표이사)

국제 보건의 주역인 라이트재단(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의 김한이 대표와 유바이오로직스의 백영옥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라이트재단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최근 콜레라 구원투수로 떠오른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9년부터 라이트재단으로부터 연구 자금을 지원받아 국제 보건에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며 5년간 함께 동행하고 있다.

라이트재단은 중저소득국의 감염병 분야 보건 형평성 증진을 위해 2018년 보건복지부와 빌&멜린다게이츠재단,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공동 출연으로 국내에 설립된 재단이다. 중저소득국의 감염병 퇴치 등 보건의료 문제 해결에 필요한 신약·진단 중 우수한 R&D 프로젝트를 심사로 선발한다. 이 프로젝트가 공공재로 개발될 수 있도록 투자·지원하며, 지금까지 총 94곳을 지원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2019년부터 라이트재단 지원을 받아 수막구균 4가 접합백신, 수막구균 5가 접합백신, 장티푸스 접합백신, 콜레라 접합백신 등 4건의 과제를 개발 중이다. 모두 다당백신보다 면역반응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접합백신이다. 2020년부터는 라이트재단에 평의회 회원으로 동참해 출연금을 내고 있다.

김한이 대표는 "콜레라, 장티푸스, 수막구균 감염증은 대부분 중저소득국에서 발병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오래 전 만들어진 백신이 쓰이며 혁신이 늦어지는 질병"이라며 "최신 기술인 접합백신을 적용하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중 수막구균 백신은 임상 1~3상, WHO PQ(사전적격성평가) 인증까지 총 370억원이 지원되는 대형 과제로 개발 중이다. 라이트재단, 빌&멜린다 게이츠재단, 유바이오로직스가 3분의 1씩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급성 감염병인 수막구균 감염증은 중저소득국에서 10만 명당 10~25명으로 발생률이 높은 질환이다.

김 대표는 "라이트재단 창립 이래 단일과제 중 가장 큰 규모의 투자"라며 "2018년부터 유바이오로직스와 4가 수막구균 백신 개발을 시작했는데 중간에 새롭게 등장한 균주로 인해 5가 백신 개발로 전환하면서 2~3상 규모 및 투자 규모도 커져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WHO도 세계 뇌수막염 퇴치 계획을 발표해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고 게이츠재단, 라이트재단이 현재 지원하고 있다. 많이 기대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5가 백신은 국내 임상 1상 후 아프리카에서 2·3상을 수행 중이다. 제 2의 유비콜로 육성할 계획이다. 4가 백신은 국내 1상이 완료됐다.

장티푸스에 대해서도 접합백신을 개발 중이다.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균종 중 특정 아종에 감염된 환자의 소·대변에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 감염되는 전염병이다. 임상 3상 투여가 끝나 연내 종료보고서를 수령할 예정이며 빠르면 내년 WHO PQ 인증을 목표로 한다.

백 대표는 "장티푸스 백신은 당사가 필리핀 3상까지 진행해 수출용 허가를 획득할 수 있었는데 WHO PQ 승인을 받으려면 3000명 이상의 안전성 데이터가 필요했다"며 "코로나 백신 개발 등에 연구비를 많이 써 어렵던 중 라이트재단의 지원을 받아 세네갈, 케냐에서 3000명 대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백신이 될 기반을 라이트재단이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만약 내년 성공적으로 WHO PQ 승인을 받으면 라이트재단이 지원한 백신 중 첫 PQ 승인 사례가 된다"고 말했다.

주사용 콜레라 접합백신 개발에도 함께 한다. 유바이오로직스는 경구용 콜레라 백신의 세계 유일 공급업체로, 아프리카에서 확산 중인 콜레라 예방에 기여했다. 더 나아가 주사용 접합백신도 개발 중이다. 국제백신연구소(IVI)가 주도적으로 연구하면서 유바이오로직스가 임상 시료 생산을 맡고, 라이트재단이 연구비 지원하는 방식이다. 1상이 완료됐다.

백 대표는 "중저소득 국가 5세 이하 아동의 사망 1~2위가 콜레라"라며 "현 콜레라 백신은 5세 이하 아동에게는 예방효과가 현저히 줄어, 백신 효능과 항체지속능이 개선된 접합백신(CCV)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소아는 다당체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 아동을 우선순위로 둔 국제 보건 정책에 대한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연구비 지원뿐 아니라 공공조달 정보·팁 제공

라이트재단이 개발비만 지원하는 건 아니다. 김 대표는 "지원금만으론 충분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개발자가 국제기구에 제품을 공공조달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며 "라이트재단은 직접 약물을 조달할 수 있는 기관은 아니지만 WHO, 유니세프, 게이츠재단,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이들의 조달 계획과 WHO 정책 가이드라인을 파악하며 이 같은 정보를 개발기업에 제공한다. 동시에 이들 국제기구에는 진행 중인 개발 포트폴리오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은 있는데 자금이 없거나, 생산한 백신 가격이 높아 공공 조달하기 어려운 기업은 라이트재단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된다.

백 대표는 "개발비를 지원받은 기업은 무형자산 상각이 덜 되므로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고 공공조달 시 가격도 낮추는 선순환을 이룬다"며 "기존에는 고가여서 공급되지 못한 백신인데 기금을 통해 연구가 활성화되고 저가로 공급되는 순기능이 있다. 공공 백신의 좋은 파트너십 모델이라, 우리도 계속 참여하면서 라이트재단과 동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현지화'로 선순환…mRNA·콤보 백신 지원 확대

유바이오로직스는 백신 생산의 현지화, 생산시설 증설을 추진 중이다. 팬데믹과 전쟁으로 자주 혼선을 빚는 세계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작년 9월 해외 바이오 기업과 1000만 달러(약 132억원) 규모의 수막구균 4가 백신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 이전 후 제품 현지화 및 판매지역 내 제품 생산·공급·판매 독점권을 획득하는 내용이다.

백 대표는 "국내의 다른 업체도 관심을 갖고 있어서 1곳과 유력하게 기술 이전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9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백신 제조사 바이오백과는 수막구균 5가 백신의 완제품 생산기술을 이전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전염병 공공백신 공급이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 생산시설(완제품)을 갖추면 공급선이 다양해지므로 도움이 된다. 국제기구도 아프리카 지역에서 생산된 의약품에 구매 우선순위를 제공하는 방향이라는 게 백 대표의 설명이다. 개발금을 지원받아 제품 개발 후 다시 생산 기술을 현지 기업에 이전하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급증한 콜레라 백신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2공장도 증설 중이다. 내후년부턴 최대 9000만 도즈까지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또 폐렴구균 15가 접합백신의 국내 1상을 마쳤고, 대상포진 백신(국내 1상),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국내 1상) 같은 프리미엄 백신도 개발 중이다.

백 대표는 "콜레라 백신 생산을 통해 글로벌 수급을 맞추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장티푸스, 수막구균 백신의 PQ 승인을 받아 공공시장에 공급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하면서 수익성 높은 기업이 돼야 공공시장에도 기여할 수 있으므로 프리미엄 백신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라이트재단은 공공백신 개발과 조달 지원이란 핵심 미션에 더 근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김 대표는 "어떻게 한국의 장점을 이끌어내 중저소득국의 건강에 불균형을 끼치는 질병 퇴치에 공헌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보면 미래 유망한 기술에 근접하게 된다"며 "mRNA 백신 개발에 필수적이지만 특허 문제가 복잡한 LNP(지질나노입자) 개발에 대한 지원 범위를 넓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병원체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콤보 백신도 한국의 강점을 이끌어낼 새로운 방향이라고 보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공공재 개발에 기여하는 게 궁극적 목적이므로 근거 생성 연구비를 확대해 공공조달에 필요한 근거 마련에 힘쓰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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