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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첫 전통지화 명장 정명스님 "불교는 꽃의 세계"[이수지의 종교in]

등록 2024.05.11 05:00:00수정 2024.05.11 05: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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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정명 스님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필동 남산충정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11.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정명 스님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필동 남산충정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자연에서 온 지화는 현대인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꽃이기에 공해가 없는, 부처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서울 중구 필동 충정사에서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전통지화 명장 정명스님은 친환경이 중요한 요즘 시대 지화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종이와 천연염료는 다 자연에서 왔으니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마음이 편안해요. 자연에서 온 건 그냥 땅에 놔두면 다 없어집니다."

불교에서는 의례용 꽃으로 생화보다 가화(假花)를 주로 사용한다. 재료에 따라 지화(紙花), 채화(綵花), 금은화(金銀花), 밀화(蜜花)로 구분한다. 지화는 종이꽃을, 채화는 비단 꽃, 금은화는 금과 은으로 만든 꽃을, 밀화는 밀랍으로 만든 꽃을 뜻한다.

지화는 전통 한지에 전통 안료로 천연 염색해 전통의례와 불교의례에 사용하는 의례용 종이꽃이다. 염색된 종이를 접고, 자르고, 풀로 붙이고 끈으로 묶는 과정을 반복해 제작한다. 꽃임과 꽃모양을 만드는 한지, 천연 염색 안료, 꽃대 제작에 필요한 대나무, 싸리나무, 접착을 위한 풀이 재료다.

지화는 불교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정명스님은 ”불교는 바로 꽃의 세계"라며 "부처님의 말씀은 온갖 꽃으로 비유되고, 꽃이 부처로 상징돼 의례에 불보살님을 청해 모실 때 산화락(散花落) 꽃을 뿌린다, 부처님은 보이지는 않지만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면 부처님이 오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화는 생명 없는 가화(假花)지만 항상 살아있는 꽃입니다. 한지를 염색하고 살을 잡고 지화를 만들기는 힘들지만 버리지 않으면 오래가는 꽃이라 불교와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정명 스님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필동 남산충정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11.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정명 스님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필동 남산충정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11. [email protected]


정명스님을 만난 충정사 자하 작업실은 오는 15일 '부처님 오신날' 연등회에 장식하는 지화들로 가득했다. 연꽃이 가장 많았고 수국, 모란, 국화, 부들 등 형형색색의 화려한 종이꽃들이 '부처님 오신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달 전부터 작업했다"는 정명스님은 제작 과정 중 한지 염색을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꼽았다. 지화는 재료선택부터, 염색, 만드는 과정, 꽃꽂이, 설단 헌화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염색을 할 때 천연 염료 중 소목 빨간색이 많이 사용된다.

"꽃은 색이 아름다워야 눈길이 가기 때문에 첫 번째는 염색이 잘 돼야 해요. 두 번째로 살을 잘 잡고 그다음에 평면적 종이에 곡선이 들어가 주름을 잡아줘야 꽃이 되거든요. 그다음 작봉을 잘 만들어서 꽂는 네 가지 기법이 잘 돼야 완성품이 되는 거죠."

지화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국가와 왕가 의례와 상류층 일생의례에 사용됐다. 고려와 조선시대 고문헌에는 우란분회와 수륙재 등에 지화를 불전에 봉헌한 기록이 담겨있다. 비단이나 금은으로 가화를 만드는 것보다 비용부담이 적은 지화 사용을 권장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에 소속된 가화 장인이 있었다. '경국대전'에는 국가 제사 등의 업무를 주관했던 관서인 봉상시에 화공 6명을 뒀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지화 제작자는 화장(花匠)·지화장(紙花匠)·조화장(造花匠)·지공(紙工)·환쟁이 등으로 불렸다. 이들은 민간의 일생의례와 불교를 비롯한 종교의례에 쓰이는 지화를 제작했고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정명 스님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필동 남산충정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5.11.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정명 스님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필동 남산충정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5.11. [email protected]


태경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0년 수계한 정명스님은 태경스님으로부터 지화, 연등, 고임새, 팔모등, 초롱등을 만드는 법을 전수받았다. 1985년에는 청룡사 진우 스님에게 연등회 관불단 장엄을 배웠다. 2000년부터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관불단 장엄 및 육법공양, 제등행렬, 문화마당 관불이운 의식을 주관하고 있다.

현재는 불교지화장엄전승회장을 비롯해 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 연등회 장엄 도감, 한국전통지화보존회 창립 이사장, 전국비구니회 부회장, 가평 연화세계 주지 등을 맡고 있다. 30회 넘는 불교지화장엄전승회 전시회 개최, 10년 넘는 전통등과 불교지화 전승 교육 등 한평생을 불교 지화 발전·계승 기여한 공헌을 인정받아 지난해 8월 조계종 첫 전통지화 명장으로 지정됐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정명 스님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필동 남산충정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5.11.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정명 스님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필동 남산충정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5.11. [email protected]


정명스님은 전통지화 명장 지정에 대해 "종이 꽃 장엄은 불교에서 꼭 이어 나아가야 할 문화"라며 "앞으로 조계종 종단이 이를 좋은 제도로 발전시켜 사라져 가는 전통불교지화의 맥을 이어가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국 사찰법당에 다시 지화가 꽃 피우기를 기대하면서 서울시무형문화재, 나아가서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길 바랍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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