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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도' 넘은 아베내각 우경화에 일본 양심세력 반발 고조

등록 2014.04.22 09:10:00수정 2016.12.28 12: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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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신화/뉴시스】8일 도쿄에서 평화헌법 재해석을 통해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2014.04.09

【도쿄=신화/뉴시스】8일 도쿄에서 평화헌법 재해석을 통해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2014.04.09

【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양심을 버린 역사 부인 시도, 잇따른 망언 등 일본 아베 내각의 우경화가 도를 넘자 일본 시민단체에서 미인대회 우승자, 야쿠자 조직까지 나서 비난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집단적 자위권 확보에 골몰하는 아베 정권에 대한 일본 내부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어 이를 잠재우기 위한 아베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의식해 아베 총리는 이번 봄 제사 기간 직접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야스쿠니 참배 단골 멤버인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일본 총무상은 지난 12일 신사를 참배해 파장이 일었다.

 신도 총무상은 야스쿠니 신사에서 열린 이오지마(硫黃島) 전투 위령제를 기회 삼아 다른 참석자 약 80명과 함께 태평양 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를 또다시 참배했고, 아베 내각 각료로서 봄, 가을 제삿날이나 일본 패전일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닌 일반적인 신사를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됐다.

 사실 극우파인 신도 총무상은 2011년 한국의 독도 영유에 항의, 울릉도를 방문하려다 김포공항에서 쫓겨났던 인물이고, 그의 외조부는 2차 대전 때 이오지마 전투에서 수비대를 지휘했던 구리바야시 다다미치(栗林忠道) 육군대장으로 신사에 합사돼있다.  

 이런 참배 행보에 한·중 양국 외교부는 당일 즉각 반발했다. 양국 외교부는 “일본 정부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를 또 참배한 것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부터 고통받은 이웃나라들과 국제사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그럼에도 신도 총무상은 며칠 후 이와 관련해 개인적인 참배를 외교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하면서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줬다.

 현 정부의 이중성과 파렴치함에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해오던 일본의 양심세력은 결국 참지 못하고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민단체가 앞장을 선 가운데 일본 오사카 시민단체는 지난 11일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과거에도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식 참배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아베의 신사 참배로 평화롭게 살 헌법적 권한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오사카 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시민단체 소속 540명은 각각 1만엔씩 손해배상 소송과 더불어 아베의 추가 야스쿠니 신사 방문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은 아베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는 것은 군인들의 죽음을 미화하고 전쟁 준비 행위로 인정되어 일본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이들 단체와 소속이 다른 일본 내 또 다른 시민단체의 270여 명도 곧 도쿄 지방법원에 소송 제기를 준비하고 있고, 유사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 미인대회(2012년 미스 인터내셔널) 1위 출신의 일본 여성 요시마쓰 이쿠미(吉松育美·27)는 최근 미국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사죄를 거부하는 일본 우익 인사들의 발언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로 인해 우익 네티즌의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소신을 지켜 화제가 되고 있다.

 요시마쓰는 지난달 29일 미국 CBS 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질문에 “일본인 우익들 사이에서 ‘위안부는 매춘부이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생존 위안부의 증언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일본인으로서 이런 발언(위안부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 내 우익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요시마쓰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어 능력 문제도 있어 여러분에게 큰 혼란과 오해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사과한다”면서도 “위안부 여성들의 삶, 그런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있었다는 데 대해 슬픔을 느끼고 있다”는 소신을 지켜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아울러 아베가 헌법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자위권을 확보하려 하자 일본 여당 내부에서도 비난 수위가 높아졌다.

 9선의 현직 중의원인 무라카미 세이이치로(村上誠一郞) 의원은 “아베 총리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침에 대한 비판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단으로 취급된다면 이미 파시즘 위기”라고 밝힌 데 이어 13일 한 방송에 출연, “헌법 해석의 최종 책임 소재는 사법부에 있고, 행정부가 스스로 해석법을 만들면 승부 조작보다 더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지난달 아베 총리는 “헌법 해석을 둘러싼 최고 책임자는 총리다. 정부의 답변에 대해서도 내가 책임진다”라며 각의 결정에 의한 해석변경 강행 의지를 보이자 고가 마고토(古賀誠) 전 자민당 간사장은 “어리석은 도련님”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아울러 일본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군중집회가 최근 열린 가운데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까지 아베 정권을 규탄하고 나섰다. 

 지난 8일 5000명이 도쿄에 모여 아베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가운데 세계적인 소설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도 연단에 올라 “아베 정권이 지난 67년간 지키려 했던 평화주의, 민주주의 정신을 정부가 부수려 하는데 이것은 민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 목적에 대해 논란 여지가 있지만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까지 아베 정권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야마구치구미(山口組)는 최근 자신들의 공식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최근 일본 국민의 평등 권리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아베 총리의 언행을 비춰볼 때 아베 내각은 일본 사회를 파시즘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경기 불황과 당국의 고립상황에 처한 이 조직의 ‘언론 몰이’ 행보라는 지적도 있지만 야쿠자 조직이 현 정부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야쿠자의 이런 행동 자체가 아베 내각이 도를 넘어섰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며 ‘이는 아베 내각이 갈 데까지 간 것’이라고 언론들은 평가했다.

 일본 소수 우익을 대표하는 아베 정권은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집단 자위권 확보에 사활을 걸었고, 동맹국인 미국은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반대 여론으로 무리한 강행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내 양심세력의 자성과 반발은 당연한 일로, 고장 난 세계관으로 국가와 민족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아베 정부를 돌려세울 수 있을지가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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