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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연극이 던지는 정치적 과제, '줄리어스 시저'

등록 2014.06.04 11:14:45수정 2016.12.28 12: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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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모두 한 편인가? 브루터스, 너마저? 그럼 시저는 끝이로구나!"  로마 공화정 말기 3두 정치의 한 축인 장군 줄리어스 시저(BC 100~BC 44)는 그렇게 삶을 끝냈다.  '고결한 로마인' 브루터스는 "시저를 덜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신뢰한 시저 살해에 가담한다. 시저가 왕으로 추대되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었다. 자신이 염원한 공화정의 위기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정은 끝내 지켜지지 못한다. '절대 권력자'가 사라지면서 로마는 오히려 내분과 전란으로 혼란에 빠져든다.   6·4 지방선거 열기로 가득한 선거의 계절, 연극 '줄리어스 시저'는 많은 질문을 던진다.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1599)를 무대로 옮겼다.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1594), '안토니오 클레오파트라'(1607~1608), '코리올레이너스'(1607~1609)와 함께 셰익스피어가 로마를 배경으로 쓴 네 작품 중 하나다.  신으로 추앙받던 시저를 살해했지만 결국 '실패'한 혁명으로 자리매김된 로마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연출을 맡은 김광보(50) 극단 청우 대표는 이 연극의 전제로 '실패한 혁명'을 깐다. 중심에는 '배신의 아이콘'으로 인식된 정치가 브루터스가 있다. 특히 그가 우유부단한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저를 살해한 뒤 그의 수족인 '안토니'까지 죽이자는 '카시어스'의 제안을 브루터스는 거절한다. 오히려 안토니에게 고인을 추모하는 기회를 준다. 브루터스의 '우유부단'함은 결국 화를 부른다. 앞서 시저를 죽인 이유를 밝힌 브루터스의 이성적인 연설과 달리 안토니의 연설은 격정적으로 흐르며 사람들을 선동한다. 결국 브루터스는 반군으로 몰린다. 스스로를 옥죈 꼴이 됐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대중의 반응이다. 극 속에서 시민들은 일관성이 없다. 연설에 따라 부화뇌동한다. 시저를 신처럼 모시던 그들은 브루터스의 연설을 듣고 그에게 만세를 외친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안토니의 연설로 브루터스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운다.  정치가들의 이합집산을 욕하지 않으면서도 흐름에 휩쓸리는 현실이 자연스레 투영된다.  원작에 등장하는 2명의 여자 배역을 과감하게 없애고 16명의 남자배우들로만 무대를 꾸려나가는 점도 권력에 휘둘리는 대중의 모습을 극대화한다. 이들이 무턱대고 시저와 브투터스를 연호할 때 존경심은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들의 욕망을 하염없이 투영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아우성일 뿐이다.    완벽하게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시저·브루터스·안토니오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KBS 1TV 사극 '정도전'이 겹친다. '정도전'은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의 우정과 인간애 등을 절절히 그리면서 '남자 멜로'로 호평 받고 있다. 시저·브루터스·안토니나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이나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위해 나아갔지만, 서로에 대한 존경심과 동지애 역시 한 축에 자리잡았다.   역시 남성 2인만 나오는 '스테디 레인'의 담백한 무대로 미니멀리즘의 절정을 선보인 김 연출은 '줄리어스 시저'에서도 같은 미학을 뽐낸다. 격투기 장을 연상케 하는, 철망으로 뒤덮인 황폐한 무대에서 정치인들 또는 수컷들의 욕망은 격렬해지고 처절해진다.  '당통의 죽음' '환도열차'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연극배우 윤상화는 '우유부단'한 브루터스를 맡아 '밋밋함 연기'의 미학을 선보인다. 자신의 이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극단을 택했으나 하염없이 고민하고 주저하는데 안성맞춤형 연기다.  줄리어스 시저 역의 손종학은 어김 없이 강렬하고 카시어스 역의 박완규는 열등감에 휩싸인 캐릭터의 미묘함을 붙잡으며 이번에도 존재감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발군은 안토니 역의 박호산이다.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활동 중인 그는 화려한 웅변가인 안토니의 매력을 정확한 발성과 강렬한 눈빛으로 재현한다.   올해 셰익스피어의 탄생 450주년을 맞아 그의 여러 작품이 다시 재해석되는 가운데 드물게 무대에 올랐던 '줄리어스 시저'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하다.   또 맞섰던 안토니가 그의 고결함을 인정했을 만큼 브루터스는 도덕적인 인물로 그려졌지만, 과연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 관객에게 남겨진 질문은 숙제와도 같다. 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대중에게도 과제가 안겨졌다.  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무대디자인 박동우,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김지연, 소품디자인 이희순 등이 힘을 보탠다. 러닝타임 2시간. 2만~5만원.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연극이 던지는 정치적 과제 ★★★★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모두 한 편인가? 브루터스, 너마저? 그럼 시저는 끝이로구나!"

 로마 공화정 말기 3두 정치의 한 축인 장군 줄리어스 시저(BC 100~BC 44)는 그렇게 삶을 끝냈다.

 '고결한 로마인' 브루터스는 "시저를 덜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신뢰한 시저 살해에 가담한다. 시저가 왕으로 추대되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었다. 자신이 염원한 공화정의 위기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정은 끝내 지켜지지 못한다. '절대 권력자'가 사라지면서 로마는 오히려 내분과 전란으로 혼란에 빠져든다.  

 6·4 지방선거 열기로 가득한 선거의 계절, 연극 '줄리어스 시저'는 많은 질문을 던진다.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1599)를 무대로 옮겼다.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1594), '안토니오 클레오파트라'(1607~1608), '코리올레이너스'(1607~1609)와 함께 셰익스피어가 로마를 배경으로 쓴 네 작품 중 하나다.

 신으로 추앙받던 시저를 살해했지만 결국 '실패'한 혁명으로 자리매김된 로마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연출을 맡은 김광보(50) 극단 청우 대표는 이 연극의 전제로 '실패한 혁명'을 깐다. 중심에는 '배신의 아이콘'으로 인식된 정치가 브루터스가 있다. 특히 그가 우유부단한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모두 한 편인가? 브루터스, 너마저? 그럼 시저는 끝이로구나!"  로마 공화정 말기 3두 정치의 한 축인 장군 줄리어스 시저(BC 100~BC 44)는 그렇게 삶을 끝냈다.  '고결한 로마인' 브루터스는 "시저를 덜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신뢰한 시저 살해에 가담한다. 시저가 왕으로 추대되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었다. 자신이 염원한 공화정의 위기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정은 끝내 지켜지지 못한다. '절대 권력자'가 사라지면서 로마는 오히려 내분과 전란으로 혼란에 빠져든다.   6·4 지방선거 열기로 가득한 선거의 계절, 연극 '줄리어스 시저'는 많은 질문을 던진다.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1599)를 무대로 옮겼다.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1594), '안토니오 클레오파트라'(1607~1608), '코리올레이너스'(1607~1609)와 함께 셰익스피어가 로마를 배경으로 쓴 네 작품 중 하나다.  신으로 추앙받던 시저를 살해했지만 결국 '실패'한 혁명으로 자리매김된 로마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연출을 맡은 김광보(50) 극단 청우 대표는 이 연극의 전제로 '실패한 혁명'을 깐다. 중심에는 '배신의 아이콘'으로 인식된 정치가 브루터스가 있다. 특히 그가 우유부단한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저를 살해한 뒤 그의 수족인 '안토니'까지 죽이자는 '카시어스'의 제안을 브루터스는 거절한다. 오히려 안토니에게 고인을 추모하는 기회를 준다. 브루터스의 '우유부단'함은 결국 화를 부른다. 앞서 시저를 죽인 이유를 밝힌 브루터스의 이성적인 연설과 달리 안토니의 연설은 격정적으로 흐르며 사람들을 선동한다. 결국 브루터스는 반군으로 몰린다. 스스로를 옥죈 꼴이 됐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대중의 반응이다. 극 속에서 시민들은 일관성이 없다. 연설에 따라 부화뇌동한다. 시저를 신처럼 모시던 그들은 브루터스의 연설을 듣고 그에게 만세를 외친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안토니의 연설로 브루터스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운다.  정치가들의 이합집산을 욕하지 않으면서도 흐름에 휩쓸리는 현실이 자연스레 투영된다.  원작에 등장하는 2명의 여자 배역을 과감하게 없애고 16명의 남자배우들로만 무대를 꾸려나가는 점도 권력에 휘둘리는 대중의 모습을 극대화한다. 이들이 무턱대고 시저와 브투터스를 연호할 때 존경심은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들의 욕망을 하염없이 투영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아우성일 뿐이다.    완벽하게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시저·브루터스·안토니오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KBS 1TV 사극 '정도전'이 겹친다. '정도전'은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의 우정과 인간애 등을 절절히 그리면서 '남자 멜로'로 호평 받고 있다. 시저·브루터스·안토니나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이나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위해 나아갔지만, 서로에 대한 존경심과 동지애 역시 한 축에 자리잡았다.   역시 남성 2인만 나오는 '스테디 레인'의 담백한 무대로 미니멀리즘의 절정을 선보인 김 연출은 '줄리어스 시저'에서도 같은 미학을 뽐낸다. 격투기 장을 연상케 하는, 철망으로 뒤덮인 황폐한 무대에서 정치인들 또는 수컷들의 욕망은 격렬해지고 처절해진다.  '당통의 죽음' '환도열차'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연극배우 윤상화는 '우유부단'한 브루터스를 맡아 '밋밋함 연기'의 미학을 선보인다. 자신의 이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극단을 택했으나 하염없이 고민하고 주저하는데 안성맞춤형 연기다.  줄리어스 시저 역의 손종학은 어김 없이 강렬하고 카시어스 역의 박완규는 열등감에 휩싸인 캐릭터의 미묘함을 붙잡으며 이번에도 존재감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발군은 안토니 역의 박호산이다.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활동 중인 그는 화려한 웅변가인 안토니의 매력을 정확한 발성과 강렬한 눈빛으로 재현한다.   올해 셰익스피어의 탄생 450주년을 맞아 그의 여러 작품이 다시 재해석되는 가운데 드물게 무대에 올랐던 '줄리어스 시저'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하다.   또 맞섰던 안토니가 그의 고결함을 인정했을 만큼 브루터스는 도덕적인 인물로 그려졌지만, 과연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 관객에게 남겨진 질문은 숙제와도 같다. 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대중에게도 과제가 안겨졌다.  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무대디자인 박동우,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김지연, 소품디자인 이희순 등이 힘을 보탠다. 러닝타임 2시간. 2만~5만원.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연극이 던지는 정치적 과제 ★★★★  realpaper7@newsis.com

 시저를 살해한 뒤 그의 수족인 '안토니'까지 죽이자는 '카시어스'의 제안을 브루터스는 거절한다. 오히려 안토니에게 고인을 추모하는 기회를 준다. 브루터스의 '우유부단'함은 결국 화를 부른다. 앞서 시저를 죽인 이유를 밝힌 브루터스의 이성적인 연설과 달리 안토니의 연설은 격정적으로 흐르며 사람들을 선동한다. 결국 브루터스는 반군으로 몰린다. 스스로를 옥죈 꼴이 됐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대중의 반응이다. 극 속에서 시민들은 일관성이 없다. 연설에 따라 부화뇌동한다. 시저를 신처럼 모시던 그들은 브루터스의 연설을 듣고 그에게 만세를 외친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안토니의 연설로 브루터스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운다.

 정치가들의 이합집산을 욕하지 않으면서도 흐름에 휩쓸리는 현실이 자연스레 투영된다.

 원작에 등장하는 2명의 여자 배역을 과감하게 없애고 16명의 남자배우들로만 무대를 꾸려나가는 점도 권력에 휘둘리는 대중의 모습을 극대화한다. 이들이 무턱대고 시저와 브투터스를 연호할 때 존경심은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들의 욕망을 하염없이 투영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아우성일 뿐이다.   

 완벽하게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시저·브루터스·안토니오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KBS 1TV 사극 '정도전'이 겹친다. '정도전'은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의 우정과 인간애 등을 절절히 그리면서 '남자 멜로'로 호평 받고 있다. 시저·브루터스·안토니나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이나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위해 나아갔지만, 서로에 대한 존경심과 동지애 역시 한 축에 자리잡았다. 

 역시 남성 2인만 나오는 '스테디 레인'의 담백한 무대로 미니멀리즘의 절정을 선보인 김 연출은 '줄리어스 시저'에서도 같은 미학을 뽐낸다. 격투기 장을 연상케 하는, 철망으로 뒤덮인 황폐한 무대에서 정치인들 또는 수컷들의 욕망은 격렬해지고 처절해진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모두 한 편인가? 브루터스, 너마저? 그럼 시저는 끝이로구나!"  로마 공화정 말기 3두 정치의 한 축인 장군 줄리어스 시저(BC 100~BC 44)는 그렇게 삶을 끝냈다.  '고결한 로마인' 브루터스는 "시저를 덜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신뢰한 시저 살해에 가담한다. 시저가 왕으로 추대되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었다. 자신이 염원한 공화정의 위기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정은 끝내 지켜지지 못한다. '절대 권력자'가 사라지면서 로마는 오히려 내분과 전란으로 혼란에 빠져든다.   6·4 지방선거 열기로 가득한 선거의 계절, 연극 '줄리어스 시저'는 많은 질문을 던진다.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1599)를 무대로 옮겼다.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1594), '안토니오 클레오파트라'(1607~1608), '코리올레이너스'(1607~1609)와 함께 셰익스피어가 로마를 배경으로 쓴 네 작품 중 하나다.  신으로 추앙받던 시저를 살해했지만 결국 '실패'한 혁명으로 자리매김된 로마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연출을 맡은 김광보(50) 극단 청우 대표는 이 연극의 전제로 '실패한 혁명'을 깐다. 중심에는 '배신의 아이콘'으로 인식된 정치가 브루터스가 있다. 특히 그가 우유부단한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저를 살해한 뒤 그의 수족인 '안토니'까지 죽이자는 '카시어스'의 제안을 브루터스는 거절한다. 오히려 안토니에게 고인을 추모하는 기회를 준다. 브루터스의 '우유부단'함은 결국 화를 부른다. 앞서 시저를 죽인 이유를 밝힌 브루터스의 이성적인 연설과 달리 안토니의 연설은 격정적으로 흐르며 사람들을 선동한다. 결국 브루터스는 반군으로 몰린다. 스스로를 옥죈 꼴이 됐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대중의 반응이다. 극 속에서 시민들은 일관성이 없다. 연설에 따라 부화뇌동한다. 시저를 신처럼 모시던 그들은 브루터스의 연설을 듣고 그에게 만세를 외친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안토니의 연설로 브루터스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운다.  정치가들의 이합집산을 욕하지 않으면서도 흐름에 휩쓸리는 현실이 자연스레 투영된다.  원작에 등장하는 2명의 여자 배역을 과감하게 없애고 16명의 남자배우들로만 무대를 꾸려나가는 점도 권력에 휘둘리는 대중의 모습을 극대화한다. 이들이 무턱대고 시저와 브투터스를 연호할 때 존경심은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들의 욕망을 하염없이 투영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아우성일 뿐이다.    완벽하게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시저·브루터스·안토니오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KBS 1TV 사극 '정도전'이 겹친다. '정도전'은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의 우정과 인간애 등을 절절히 그리면서 '남자 멜로'로 호평 받고 있다. 시저·브루터스·안토니나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이나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위해 나아갔지만, 서로에 대한 존경심과 동지애 역시 한 축에 자리잡았다.   역시 남성 2인만 나오는 '스테디 레인'의 담백한 무대로 미니멀리즘의 절정을 선보인 김 연출은 '줄리어스 시저'에서도 같은 미학을 뽐낸다. 격투기 장을 연상케 하는, 철망으로 뒤덮인 황폐한 무대에서 정치인들 또는 수컷들의 욕망은 격렬해지고 처절해진다.  '당통의 죽음' '환도열차'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연극배우 윤상화는 '우유부단'한 브루터스를 맡아 '밋밋함 연기'의 미학을 선보인다. 자신의 이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극단을 택했으나 하염없이 고민하고 주저하는데 안성맞춤형 연기다.  줄리어스 시저 역의 손종학은 어김 없이 강렬하고 카시어스 역의 박완규는 열등감에 휩싸인 캐릭터의 미묘함을 붙잡으며 이번에도 존재감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발군은 안토니 역의 박호산이다.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활동 중인 그는 화려한 웅변가인 안토니의 매력을 정확한 발성과 강렬한 눈빛으로 재현한다.   올해 셰익스피어의 탄생 450주년을 맞아 그의 여러 작품이 다시 재해석되는 가운데 드물게 무대에 올랐던 '줄리어스 시저'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하다.   또 맞섰던 안토니가 그의 고결함을 인정했을 만큼 브루터스는 도덕적인 인물로 그려졌지만, 과연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 관객에게 남겨진 질문은 숙제와도 같다. 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대중에게도 과제가 안겨졌다.  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무대디자인 박동우,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김지연, 소품디자인 이희순 등이 힘을 보탠다. 러닝타임 2시간. 2만~5만원.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연극이 던지는 정치적 과제 ★★★★  realpaper7@newsis.com

 '당통의 죽음' '환도열차'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연극배우 윤상화는 '우유부단'한 브루터스를 맡아 '밋밋함 연기'의 미학을 선보인다. 자신의 이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극단을 택했으나 하염없이 고민하고 주저하는데 안성맞춤형 연기다.

 줄리어스 시저 역의 손종학은 어김 없이 강렬하고 카시어스 역의 박완규는 열등감에 휩싸인 캐릭터의 미묘함을 붙잡으며 이번에도 존재감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발군은 안토니 역의 박호산이다.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활동 중인 그는 화려한 웅변가인 안토니의 매력을 정확한 발성과 강렬한 눈빛으로 재현한다. 

 올해 셰익스피어의 탄생 450주년을 맞아 그의 여러 작품이 다시 재해석되는 가운데 드물게 무대에 올랐던 '줄리어스 시저'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하다. 

 또 맞섰던 안토니가 그의 고결함을 인정했을 만큼 브루터스는 도덕적인 인물로 그려졌지만, 과연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 관객에게 남겨진 질문은 숙제와도 같다. 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대중에게도 과제가 안겨졌다.

 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무대디자인 박동우,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김지연, 소품디자인 이희순 등이 힘을 보탠다. 러닝타임 2시간. 2만~5만원.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연극이 던지는 정치적 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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