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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중남미 모자보건 ODA①] '칸막이만 허물었는데'…'母子 건강' 해법도 '협업'

등록 2014.07.14 10:48:38수정 2016.12.28 1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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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웨떼낭고 산파-산모

[편집자 주: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도약한 대한민국은 요즘 중남미인들의 마음을 공략하는 데 한창이다.  뉴시스는 코이카(KOICA)가 과테말라, 페루, 파라과이 등 3개국에서 기울이고 있는 모자보건 ODA의 현장을 4회에 걸쳐서 싣는다]



【웨웨떼낭고·치말떼낭고(과테말라)=뉴시스】박영환 기자 = ‘칸막이를 허물고 아이디어를 널리 구하라“

 한국의 코이카나 미국의 유에스에이드, 일본의 자이카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주요 공적개발원조(ODA) 기관들은 ‘협업’에서 ODA전쟁 승리의 열쇠를 찾고 있다.

 이들은 수원국 현지의 시민사회단체나 유엔, 심지어는 경쟁 기관 등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고, 떄로는 월가의 투자은행들과도 머리를 맞대는 등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빈곤퇴치, 모자보건 등 인류사회의 고질병 해법찾기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코이카도 이러한 흐름의 선두에 서 있다. 과테말라, 페루, 파라과이 등 중남미는 시민단체와의 칸막이를 허무는 협업 실험의 최전선이다. 아섹사(ASECSA), 파르마문디(FARMAMUNDI) 등 현지 NGO, 유엔협력기금 등이 상생의 파트너다.

 이들은 과테말라에서 가장 모자 사망률이 높고, 30만에 달하는 극빈층이 있는 '웨웨떼낭고주'를 이러한 실험의 무대로 선택했다. 코이카와 유엔인구기금, 아섹사 등이 협업 3중주를 펼치고 있는 과테말라 웨웨떼낭고주 주립병원의 생생한 현장을 돌아봤다.

◇북쪽에서 온 산파-산모, 그들이 매월 병원에 가는 이유는

 중남미 특유의 겨울철 부슬비가 내리던 지난 달 11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과테말라 웨웨떼낭고주의 웨웨떼낭고시.

운파

 수도인 과테말라시티에서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자동차로 5시간을 걸려 도착한 이 지역 주립병원 1층 산부인과 진료실에는 모녀로 보이는 여성 2명이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의사와 상담 중이었다.

 임신 8개월로 한 눈에 보기에도 배가 부른 쏘니아 레또나(여·25)씨와, 어머니로 보이는 프란시스까 뻬레즈 (여·55세)씨가 그 주인공이다.

 인디오인 프란시스까 뻬레즈씨는 담당의사인 후안 오록손(38) 박사에게 쏘니아 레또나씨의 몸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모녀처럼 보이는 두 사람은 사실 산모와 산파다. 두 사람은 원주민들로 코이카-유엔인구기금의 '모자보건 교육프로그램'에서 인연을 맺었다.

 이들은 이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한 달에 한번 꼴로 이 병원을 찾아 담당 의사와 상담을 한다. 산파는 산모의 건강 상태, 증상 등을 의사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그녀는 걸어다니는 진료 기록인 셈이다.

 산파 또한 의사의 전문적 조언을 통해 조산 등 비상시 대처 요령을 배울 수 있다고 주립병원 측은 설명한다.

  하지만 모자 보건 사업 초기만 해도 이러한 해법을 찾아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문제는 아기를 집에서 낳는 이 나라 출산 문화, 그리고 극빈곤층이 몰려있는 지역적 여건에서 싹텄다.

치말떼낭고 산모

◇ 모자사망률 가장 높은 '웨웨떼낭고'…걸림돌은 ‘출산문화'

 인구 130만명의 웨웨떼낭고주는 인구와 면적에서 수도인 과테말라시티 다음으로 큰 지역이다. 사용 언어만 무려 9가지. 이 지역 북부에 거주하는 산모들은 이동거리가 긴데다 교통수단도 거의 없다 보니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웨웨떼낭고가 과테말라 전체에서 가장 높은 모자사망률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다. 과테말라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산모들은 10명 중 7명꼴로 집에서 아이를 낳고, 모자사망사고 10건 중 8건은 집에서 발생한다는 게 이 나라 보건부의 설명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외간남자에게 몸을 맡길 수 없다는 전통 의식도 산모들의 가내 출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는 코이카가 중남미 모자보건 사업을 펼치며 직면한 최대 걸림돌이었다. 무엇보다, 고산 지대 등 농촌지역에 임시로 지은 주택에서 아이를 낳다 보니 식수 등 위생 상태가 엉망이었다. 옥수수로 끼니를 잇다보니 영양수준도 형편없었다. 

 산파들이 민간요법 등에 뿌리를 둔 잘못된 처방을 하거나, 산모들의 몸 상태를 잘못 판단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이들을 결국 죽음으로 내모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병원 측은 설명한다. 관건은 산모들을 병원으로 불러내는 것이었다.

◇만악의 근원은 '무지'…아섹사-유엔인구기금과 해법 찾다

치말떼낭고

 전준호 과테말라 코이카 사무소장은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이카가 유엔인구기금(UNFPA)등에 눈을 돌렸다고 회고한다. 유엔인구기금 측이 운영하는 ‘산파-산모 교육 프로그램’은 현지 사회에서 평판이 좋았다.

 코이카는 현지 NGO로 산모나 산파들의 거주지역 등 현황을 손금보듯 파악하고 있던 아섹사(ASECSA), 파르마문디(FARMAMUNDI) 등과도 머리를 맞댔다. 유엔인구기금이 아섹사와, 아섹사가 다시 파르마문디와 계약을 하는 방식이었다.

 코이카-유엔인구기금-아섹사 등 협업 트리오가 웨웨떼낭고주에서 발휘한 시너지는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산모들이 어머니뻘인 산파들과 함께 병원을 방문해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 소득이었다.

 이동거리가 멀거나 교통수단이 부족해 집에서  머물던 산모들을 집밖으로 불러내 의사와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보건부 관계자는 "웨웨떼낭고주 북부의 8개 지역에 무려 30만여명의 극빈층이 살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 교육프로그램으로 가까운 장래에 이 지역 모자보건사망률이 뚜렷한 하향곡선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밀려드는 모자보건시설 요청…내달 산부인과 병동 착공

 치말떼낭고주도 또 다른 시험의 무대다. 코이카가 치말떼낭고에 300만 달러를 들여 지어준 산부인과 병동이 들어선 이후 이 병원의 산모 사망률은 지난해 '제로'를 기록했다. 연간 26%에 달하던 산모 사망률이 병동 건립후 거짓말처럼 감소한 것이다.

치말병원

 우리 측이 제공한 첨단 장비와 교육, 그리고 병동 등이 산모 사고 감소의 기반이 됐다는 게 병원측의 설명이다.

 치말떼낭고 주립병원은 이러한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산원의 산파들을 초청해 위기대응 교육을 하고 있으며, 코이카의 주선으로 간호사들도 한국의 유수병원에 연수를 보내 의료선진국의 노하우를 배우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환자 110명을 수용할 수 있던 산부인과 병동에 220명이 수용돼 있다며 병동 증설, 장비 지원 등을 우리 측에 요청하고 있다.

 유엔인구기금과 모자보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중인 코이카는 인구 130만명이 사는 웨웨떼낭고주 국립병원에도 내달 입찰을 거쳐 내년까지 모자보건병동을 신축해줄 예정이다.이 사업에 투입되는 사업비만 510만 달러.

 전준호 과테말라 사무소장은 “선진국들은 현재 병원 건물은 더이상 지어주지 않고 있다. 우리가 어디까지 해야할 지는 고민해볼 문제"라면서도 "이 모자보건병동은 유엔의 언타이드(untied)조항의 권고를 적용해 과테말라 현지 건설업체들을 상대로 입찰 자격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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