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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고양종합터미널 화재…공무원·업체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

등록 2014.08.20 11:11:08수정 2016.12.28 13: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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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시스】고범준 기자 = 2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종합터미널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4.05.26.  bjko@newsis.com

【고양=뉴시스】고범준 기자 = 2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종합터미널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4.05.26.  [email protected]

공무원, 발주업체 등 19명 입건  "화재 당시 건물 내 유독가스 퍼지는데 1분도 채 안걸려"  공사편의 위해 소방설비는 모두 차단돼 피해 키워 '인재'

【고양=뉴시스】이경환 기자 = 지난 5월26일 124명의 사상자를 낸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건은 안전불감증이 불러 온 총체적인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발생후 수사관 50명으로 수사본부를 꾸려 3개월 동안 수사한 끝에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공사발주업체, 근로자 등 9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또 안전점검을 하지 않은 공무원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 직접적인 화재 원인은

 경찰은 국과수 감정과 목격자 진술, 8개 관련업체를 상대로 10회에 걸친 압수수색과 공사 관련자 45명이 사용한 컴퓨터, 이메일 서버 등을 확보해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용접작업 천정의 석고보드를 제거하고 가스배관공사를 위해 용접작업 중 튄 불티가 열어둔 밸브에서 샌 가스와 만나면서 불이 났다. 이 불이 가연소재인 보온재 마감재와 만나면서 생긴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사망자 8명, 부상자 116명 등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보온재 마감재인 '우레탄 폼'은 일순간에 폭발적으로 연소하며 유독가스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뉴시스】이경환 기자 =26일 오전 9시 2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 실내에서 구조된 구조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14.05.26.  lkh@newsis.com

【고양=뉴시스】이경환 기자  =26일 오전 9시 2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 실내에서 구조된 구조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14.05.26.  [email protected]

 또 방화시설을 꺼 둔 상태에서 여러 공사를 동시에 무리하게 진행한 것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화재피해 왜 커졌나

 사건 당시 지하1층은 방화시설이 모두 꺼져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건물 내부에서 불이 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소방시설 자동연동기능을 차단해 경보음이나 소방시설 작동이 1분7초 간 지연됐다.

 그러나 지하 1층에서 난 불을 막아주는 방화셔터의 전원이 꺼져 있어 유독가스가 건물 내로 퍼지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소방시설 복합수신기 기록상 이날 불은 오전 9시 17초인 것으로 확인됐다. 56초 뒤인 9시 1분 3초에 지상 1층, 다시 12초 뒤인 오전 9시 1분 14초에 지상 2층과 3층에 화재가 감지됐다.

 건물 내에 방화시스템도 꺼져 있어 대피방송이나 비상벨 등이 제때 작동하지 않아 건물 내에 있던 사람들이 미리 대피하지 못하면서 인명피를 키웠다. 사망자도 불이 난 지하 1층이 아닌 지상 2층에서 가장 많았다.

 경찰은 당시 연기가 확산되는 속도가 엄청 빨랐기 때문에 1분7초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화재참사의 직접 원인이 된 용접작업 관계자 조모(54)씨와 용접공 송모(51)씨, 배관공 장모(46)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같은 혐의로 공사발주사인 CJ푸드빌 설비담당자 박모(43)씨, 공사업체 현장소장 김모(58)씨, 건물 방재관리자 연모(45)씨와 현장소장 김모(48)씨, 하도급업체 현장감독자 이모(37)씨, 건물총괄 관리책임자 신모(57)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고양=뉴시스】이경환 기자 = 27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국과수 직원,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위해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2014.05.27.  lkh@newsis.com

【고양=뉴시스】이경환 기자 = 27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국과수 직원,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위해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2014.05.27.  [email protected]

 안전점검을 소홀히 한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양시 공무원 김모(51)씨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수선 공사 관련업체 현장소장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관련 업체 9곳도 함께 입건됐다.

 ◇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

 화재가 나기 전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에서는 전기, 가스, 소방, 공조 등 인프라 설비와 실내장식 공사를 발주했다. 지상 아울렛 쇼핑몰과 푸트코트 개점을 맞추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리한 공사를 진행했다.

 버스터미널과 영화관, 대형마트 등으로 하루 수천명이 오가는 건물에서 소방설비는 공사를 방해하는 장치에 불과했다.

 수사 결과 공사업체 및 현장소장들은 작업자들에게 안전교육이나 관리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로 8명이 숨지고 뇌사상태 1명, 중화상 2명, 뇌신경 손상 1명 등 큰 인명피해를 냈다.

 골절과 연기질식으로 치료 받은 사람도 112명에 달한다. 또 건물전체가 통제되면서 영업손실과 그을음 등으로 피해액도 364억에 달한다.

 한상구 일산경찰서 형사과장은 "누구 하나라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해를 크게 줄였을 것"이라며 "누구의 책임 크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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