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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번엔 '음란행위'…검찰을 어떻게 해야 하나

등록 2014.09.01 14:40:45수정 2016.12.28 13: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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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강재남 기자 = 19일 오후 제주시 이도2동 모 빌딩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의혹 관련 CCTV 영상 속 남성의 신장을 확인하기 위해 신장계측 데이터 취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4.08.19.  hynikos@newsis.com

【제주=뉴시스】강재남 기자 = 19일 오후 제주시 이도2동 모 빌딩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의혹 관련 CCTV 영상 속 남성의 신장을 확인하기 위해 신장계측 데이터 취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4.08.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이 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찰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어졌던 일련의 검사들의 비위행위에 대해 대검찰청과 법무부가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검찰의 자정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감찰 기능 일부를 외부에 넘겨야 한다’, ‘검사 임용 및 승진 과정에서도 외부 인사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8월22일 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속 음란행위를 한 남성이 김 전 지검장과 동일 인물이라고 발표했으며, 김 전 지검장 역시 변호인을 통해 “수사결과를 인정하며 사죄드린다. 치료를 받겠다”고 인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지검장은 지난 8월12일 오후 11시32분께부터 약 20분 동안 제주시 이도2동 왕복 7차선 도로변 등에서 5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를 받고 있다.

 앞서 김 전 지검장은 8월13일 오전 0시45분께 제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분식점 인근을 지나다 ‘한 남성이 바지 지퍼를 내리는 등 음란행위를 하고 있다’는 여고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동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댔다가 지문조회 결과 신원이 일치하지 않자 뒤늦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고,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 “초유의 사태, 얼굴 들 수 없다"

 김 전 지검장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이는 검찰 66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검사장이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것만으로도 유례없는 일이거니와 김 전 지검장이 경찰 조사과정에서 동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대고 자신의 신분을 속인 것 역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사건 초기만 해도 검찰 내부 분위기는 ‘설마 그랬을까’라는 반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검사들은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이 실수로 다른 사람을 체포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의 발표가 전해지면서 검찰 분위기는 급변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은 경찰의 발표에 대해 “경찰의 수사에 대해 검찰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김 전 지검장이 맞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 “사실이 아니길 바랐지만 안타깝다” 등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수도권 검찰청에 재직 중인 한 평검사는 “창피한 일”이라며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다”라며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좋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김 전 지검장의 개인적인 일’이라며 “조직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서울 지역 검찰청에 근무하는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지검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겠다고 하는데 문제를 더 만들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여러 가지 할 말이 있지만 딱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 중 하나인 ‘성(性)’과 관련한 문제에서 검찰 조직 고위간부의 일탈 행위가 벌어진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며 “그동안 스폰서 검사, 성추문 검사, 브로커 검사, 해결사 검사, 장부 검사 등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이번 ‘음란행위 검사’ 의혹은 검사장이라는 신분때문에 그 충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법무부(法務部)? 법무부(法無部)?

 검사장(차관급)은 ‘검찰의 꽃’, ‘검찰의 별’로 불린다. 전국 1900여 명의 검사 중 모두 검사장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택된 49명만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

 특히 김 전 지검장은 검사를 구속한 검사, 일명 ‘검사 잡는 검사’로도 명성을 떨쳤다. 그는 지난 2012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10억 비리 검사’ 사건의 특임검사로 임명돼 활약했다.

 김 전 지검장은 수뢰 의혹을 받고 있던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부장검사)를 수사해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근 등으로부터 10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잡고 김 전 부장검사를 구속기소했다. 뇌물을 제공한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과 동생 유순태 대표 역시 함께 재판에 넘겼다.

 당시 그는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12년6월을 구형했다. “검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과 검사가 가진 권한 등을 고려해 김 부장검사에게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날 경찰의 발표로 ‘검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과 검사가 가진 권한’이라는 말은 김 전 지검장에게 그대로 다시 돌아왔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검찰의 별’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법무부가 김 전 지검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것과 관련해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8월18일 김 전 지검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고 ‘의원면직’ 처분한 바 있다. 의원면직 처분은 강제로 직위를 박탈하는 ‘징계면직’이나 ‘직권면직’이 아니라 사표가 수리될 경우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처분으로, 변호사 개업이나 퇴직금 및 연금 수령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임은정(40·여·30기) 창원지검 검사는 지난 8월20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김 전 지검장에 대한 사표 수리는 부당하다”며 “법무부(法務部)입니까, 법무부(法無部)입니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 자정능력에 의구심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검찰은 갖은 추문과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10억 뇌물’ 사건의 김 전 부장검사 외에도 현직 검사들이 부산지역의 한 건설업자를 통해 성 접대와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스폰서 검사’, 최근 피살된 서울 강서구 재력가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피살 재력가 장부기재 검사’ 등 금품수수 비위에만 그치지 않았다.

 조사를 받던 피의 여성과 검사실 등에서 성관계를 가진 전모(32) 전 검사, 별장 성 접대 동영상 사건에 연루된 김학의(58) 전 법무부 차관, 사건 피의자로 만난 연예인 에이미를 위해 성형외과 원장을 협박한 이른바 ‘해결사 검사’ 사건의 전모(37) 전 검사 등은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검찰 수사관이 함께 당직 근무 중인 여직원을 성희롱한 의혹이 불거져 징계위에 회부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채동욱(55)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 역시 검찰 조직에 큰 상처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잇따른 비위행위와 각종 논란에도 검찰 내부의 자정노력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남의 눈에 난 티끌만 볼 것이 아니라 제 눈의 들보부터 봐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지만 검찰은 여전히 구체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묵묵부답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검찰 조직의 특성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내부 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검찰 역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검찰 감찰 기능 일부를 외부에 넘기거나 외부 감시 기구를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검사 임용 및 승진 과정에서도 외부 인사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채용방식이나 인사평가 과정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예측이 가능한 ‘기수 방식’의 인사 시스템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으며 검사 임용 단계에서도 인성 부분을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한다”며 “외부 인사들의 평가나 일반 시민들의 눈높이가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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