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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 존재하는가”…빌 비올라의 비디오아트

등록 2015.03.05 18:00:30수정 2016.12.28 14: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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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비올라 'Inverted Birth'(비디오/사운드 설치, 8분 22초, 2014)

빌 비올라 'Inverted Birth'(비디오/사운드 설치, 8분 22초, 2014)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빌 비올라(64)의 작품은 심오하다. ‘변형’이라는 큰 줄기 안에 철학적이고 종교적 단상을 녹여낸 탓 혹은 덕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난 40여 년간 이 세 가지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온 그다.

 “나는 항상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더 있다는 느낌이 있다.” “고통은 반드시 필요하고 인간이 겪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쪽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 또 다른 저쪽에는 죽어가는 망자가 있다. 이 양쪽은 무한한 세상이다.” 그는 자신의 말 속에 담긴 심오한 의미들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테크놀로지와 미술, 철학을 공부한 그는 초창기부터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정신적, 심리적 의식의 흐름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발전시켜왔다. 특히 비디오라는 현대적 예술언어로 미술사적 주제를 연구하며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상이라는 매체를 확장하고 시간을 기반으로 영상이미지 전반에 대한 인식을 바꿔놨다는 평이다.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조수로 활동했던 그가 자신이 만든 이미지를 느림의 미학에 적용한 작품을 들고 방한했다.

 비디오아티스트 빌 비올라

비디오아티스트 빌 비올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 설치한 작품은 본질적이고 존재론적인 질문들을 던지며 시간의 심오한 특질들을 기록한다. 최근 2년간 작업한 7개 영상작품과 새롭게 소개되는 이전 주요작품들이다.

 작품 가운데 2014년 5월 영국 런던 세인트 폴 성당에서 선보인 대형 비디오 영구 설치작업인 ‘순교자(흙·공기·불·물)’ 시리즈 중 하나인 ‘물의 순교자’(Water Martyr)가 주목된다.

 거꾸로 매달린 인물(순교자)의 위에서 폭포수처럼 물이 쏟아져 내린 모습이다. 물의 세기가 강해질수록 순교자의 강직함은 더욱 견고해진다. 물은 그의 작업에서 항상 중요한 요소다.

 그는 “순교자의 그리스 어원은 ‘증인’을 의미한다. 오늘날 매스미디어가 현대인들을 타인의 고통을 지켜보는 증인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 순교자들의 모습을 보면 고통과 역경, 죽음을 극복하면서까지도 가치나 신념을 지키려는 능력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작품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행동이나 의지, 인내력, 희생의 가치”라고 부연했다. “사람은 신념이나 가치를 위해서 고통이나 역경을 극복할 수 있고 인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빌 비올라 'Water Martyr'(비디오/사운드 설치, 7분 10초, 2014)

빌 비올라 'Water Martyr'(비디오/사운드 설치, 7분 10초, 2014)

 5m에 달하는 대형 스크린에 영사된 ‘도치된 탄생’(Inverted Birth)도 눈길을 끈다. 검은 액체를 뒤집어쓴 한 남자가 나중에 깨끗한 물로 정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마지막에 나타나는 부드러운 안개는 수용, 각성, 탄생을 상징한다.

 이외에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인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위한 4시간 길이의 서사적 비디오 작품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대극 연출가 피터 셀라스와 협업으로 만들어진 ‘밤의 기도’(Night Vigil), 한 남자가 캘리포니아 남부 모하비 사막에서 겪는 외로운 여정의 순간을 기록한 ‘내적 통로’(Inner Passage), 두 여성이 한 곳을 보고 걷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짧은 순간 서로 마주하게 되는 ‘조우’(The Encounter) 등을 만날 수 있다.

 빌 비올라의 모든 영상은 느린 동작이다.

 그의 작업들은 어릴 적 익사할 뻔했던 경험과 무관치 않다. “6세 때 호수에 빠져 익사할 뻔했다. 당시 호수 밑바닥까지 내려갔는데 거기서 올려다보니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매우 아름다운 초록빛이었다. 삼촌이 나를 구하려고 했지만, 나는 그 세상에 더 있고 싶어서 삼촌의 팔을 밀쳐냈다. 결국, 삼촌에게 이끌려 나왔지만 그 경험은 나의 작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 마음속에 있는 그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빌 비올라 'Night Vigil'(비디오/사운드 설치, 18분 6초, 2005/2009)

빌 비올라 'Night Vigil'(비디오/사운드 설치, 18분 6초, 2005/2009)

 그는 살면서 자신이 보는 프레임이 굉장히 커졌다고 했다. “내가 성장하면서 많은 정보와 지식이 쌓이자 깊이를 갖게 됐다. 지금도 그 공간은 점점 자라고 있다”며 “나는 내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운이 좋다면 내가 가진 프레임이 굉장히 커져서 내가 원하는 곳에 도달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백남준에 대한 기억도 떠올렸다. “내 평생 그런 분은 처음이다. 재미있고 아름다운 분이었다. 노인이나 청년, 어떤 분에게도 마음이 열려 있었다. 당시 비디오아트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백남준 선생은 내 인생의 최고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그의 한국 개인전은 2003년과 200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작품은 5일부터 5월3일까지 전시된다. 02-735-844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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