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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원·엔 800원 시대, 희비 엇갈리는 기업들

등록 2015.04.29 15:52:03수정 2016.12.28 14: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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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종원 기자 = 원·엔 환율이 장중 7년여만에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진 28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을 비롯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15.04.28.  choswat@newsis.com

【서울=뉴시스】조종원 기자 = 원·엔 환율이 장중 7년여만에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진 28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을 비롯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15.04.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주연·신효령·유자비 기자 = #1. 직장인 이모(28·여)씨는 5월 초 황금연휴에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최근 계속되는 엔저(低)로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진입하면서 여행비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일본에서 평소 점찍어둔 화장품과 전자제품 등을 저렴하게 사올 생각이다.

 #2. 대기업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강모(51)씨는 최근들어 불안함에 잠을 못이루고 있다. 엔저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인 자동차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이 7년2개월만에 100엔당 800원대에 진입한 가운데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아베노믹스를 통한 돈 풀기를 지속하면서 엔화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반면 유럽과 일본 등에서 풀린 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면서 원화가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엔저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수출 중심인 한국경제의 특성상 대부분의 기업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합을 하고 있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우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등의 매출액이 대부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어들면서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 역시 고민이 커졌다. 일본에 직접적으로 수출을 하는 제조기업들의 타격은 더 심하다.

 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취약한 국내 중소기업들은 환율변동으로 인한 타격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며 "일본에 직접 제품을 수출하거나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중소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2008년 키코 사태 이후 환 헤지를 소홀히 해 환 리스크 대처능력이 취약한 상태"라며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업체들과, 한국인들의 일본여행을 주선하는 여행사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29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5일까지의 '황금연휴' 기간 중 45만명 가량이 해외로 떠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다수가 엔저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일본을 여행지로 택할 전망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엔저 현상으로 일본으로 향하는 관광객이 늘었다"며 "이런 추세에 맞춰 소규모 여행 상품을 늘리고 일정을 다양화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2박3일 정도 짧게 휴일을 이용해 자유여행하는 소비층들이 늘어났고 전자제품, 화장품 등을 쇼핑하기 위해 여행하는 고객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모두투어 관계자 역시 "4월은 여행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일본 상품을 중심으로 여행객들이 많이 늘었다"며 "지난 9월부터 엔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가까운 일본을 찾는 여행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나투어의 4월1일~29일까지 일본 관광상품 이용 고객은 5만5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6.2% 늘었다. 같은 기간 모두투어의 일본 관광상품 이용객 역시 163% 증가했다.

 일본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기업들 역시 엔저의 수혜를 입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달(3월29일~4월28일)간 일본 패스·입장권·현지투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2% 급증했다. 일본서적(200%), 디즈니·헬로기티 상품(96%), 일본 호텔(74%), 일본 패키지(28%) 등의 판매가 늘었다.

 일본 장난감도 인기다. 최근 엔화 약세(원·엔 환율 하락)로 오픈마켓에서 제품 단가가 평균 10%가량 하락하면서 일본산 제품 판매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옥션은 최근 한 달(3월24일∼4월23일)동안 일본 장난감 '파워레인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급증했다고 밝혔다. 인기 직구 상품인 '요괴워치'는 최근 한달 판매량이 올해 1월보다 350% 급증했다.

 일본 제품 직접구매(직구)도 늘었다. 해외 배송 대행업체 몰테일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일본 제품 배송 대행 건수는 5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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