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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새책]동양 사상의 정수 만나다…헤르만헤세 '싯다르타'

등록 2015.05.19 16:39:20수정 2016.12.28 15: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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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이 세상이 선한지 아니면 악한지, 하는 문제나 이 세상에서 사는 삶이 괴로움인지 아니면 기쁨인지, 하는 문제는 제쳐 두기로 하지요. 그런 문제는 본질적인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세상은 단일성을 이루고 있고, 모든 사건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은 똑같은 흐름에, 똑같은 하나의 인과 법칙에, 곧 변화되고 소멸되는 그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 이러한 것이, 아, 완전한 경지에 이르신 분이시여, 세존의 숭고한 가르침에서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55~56쪽)

 "이봐요, 카말라, 당신이 돌멩이 한 개를 물 속에 던지면, 그 돌멩이는 곧바로 물 속 바닥에 가라앉지요. 싯다르타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면, 하나의 굳은 결심을 세울 때도 그와 꼭 같아요. 싯다르타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는 기다리지요. 그는 생각하지요. 그는 금식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어떤 것도 하지 않은 채, 꼼짝하지 않은 채, 돌멩이가 물속을 가로지르며 가라앉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의 사건들 사이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끌리면 이끌리는 대로, 넘어지면 넘어지는 대로 그는 그대로 받아들이지요. 그의 목표가 그를 끌어당기는 겁니다."(93쪽)

 내면세계를 탐구해 자아를 실현하는 것을 평생 창작의 화두로 삼았던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 그의 장편소설인 '싯다르타'는 1926년 국내에 최초로 소개돼 현재까지 무려 1000만부 이상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인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 중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클래식 보물창고'에서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5월25일)을 앞두고 '싯다르타'를 펴냈다. 이 책은 2500여 년 전의 인도를 배경으로 불교의 창시자 '고타마 싯다르타'와 이름이 같은 브라만 계층 청년 '싯다르타'가 구도(求道)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고대 인도의 브라만 계층에서 태어난 싯다르타는 선천적으로 지닌 부와 지위는 물론, 뛰어난 두뇌와 어진 성품 그리고 출중한 외모를 두루 갖춘 청년으로 하루하루 성장한다. 훗날 브라만들의 우두머리로 우뚝 설 재목임에도 그는 자신의 삶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브라만들이 믿고 따르는 엄격한 종교적 제식과 신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

 결국 그는 구도에 대한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선다. 명상과 사색과 단식으로 감각을 억압하는 탁발승들과, 먹고 마시고 즐기며 물질세계의 형상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창녀 카말라와 상인 카와스와미를 차례로 만나며 싯다르타는 마침내 관념과 물질을 모두 초월하여 '단일성(單一性)'의 가르침을 전하는 '강(江)'에 다다른다.

 수많은 강물 소리를 들은 그는 지상의 삶과 죽음을 포함한 모든 대립되는 현상들이 하나의 형태를 이루고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이제 싯다르타는 자신이 브라만 신분으로 있었을 때, 그리고 참회를 하던 시절에 그 자아와 싸우기만 하면 왜 매번 헛수고로 끝났는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너무나 많은 지식이, 너무나 많은 성스러운 구절들이, 너무나 많은 제사 규익들이, 과도할 정도로 지나친 금욕이, 너무나도 많은 실천과 노력 등이 그를 방해했던 것이다."(143쪽)

 "그는 도망간 아들에 대한 사랑을 가슴속 깊이 느꼈다. 그것은 꼭 상처 같았다. 또한 그는 동시에 그 상처가 자신의 마음 속을 아프게 헤집으려는 목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상처는 활짝 꽃을 피우고 찬란하게 빛나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181쪽)

 평생 철학과 종교와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며 자아실현을 창작의 화두로 삼았던 헤르만 헤세는 싯다르타라는 한 인물이 스스로가 추구하는 목표에 이르는 과정을 그의 삶 전반을 통해 서술하며 독자들에게 힘차게 내면의 길을 걸어 나가라고 권유한다.  

 옮긴이 이옥용은 해설에서 "평생 자신을 탐구했던 헤세는 내면의 길이야말로 인간이 목표로 삼고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믿었다"며 "그는 소설 '싯다르타'를 통해 우리에게 실존적인 길을, 좁고 험난하지만 의미 있고 찬란한 길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240쪽, 1만원,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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