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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뮤지컬 리뷰] 음악·젊음이 이끄는 무대…'베어 더 뮤지컬'

등록 2015.07.06 11:30:41수정 2016.12.28 15: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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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사진=마케팅컴퍼니 아침)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사진=마케팅컴퍼니 아침)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은 동성결혼이 합법이라 결정했다. 하지만 동성애자는 여전히 대다수 국가에서 비주류다.

 한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지난달 말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인근은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단체들의 시위로 들끓었다. 최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TV '심야식당'은 한국적 상황을 고려했다며 일본 만화 원작에 있는 게이 마담과 스트립걸을 등장인물에서 뺐다.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남부의 가톨릭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성장기와 인간애를 다룬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기 15년 전인 2000년 미국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지난달 막을 올렸다.

 동성애가 주요 소재로 다뤄진다. 만 15세 이상 관람가로 남학생인 제이슨과 피터의 키스 장면, 다소 노출이 있는 제이슨과 아이비의 베드 신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 부분이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성장기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방황, 불안한 심리 등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사진=마케팅컴퍼니 아침)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사진=마케팅컴퍼니 아침)

 이야기는 사실 허점이 있다. 세실리아 기숙학교의 잘생긴 킹카 '제이슨'과 그의 비밀스런 남자친구이자 내성적인 성격인 '피터'가 사랑에 빠지는 계기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둘 사이가 멀어지는 과정이 개연성이 있더라도 탄력을 받지 못한다.

 예쁘고 인기 있는 '아이비'와 '제이슨'이 사랑에 빠지는 것도 불분명하다. 제이슨과 이란성 쌍둥이인 나디아는 아이비와 같은 방을 쓰며 그녀의 문란한 생활을 비난하는데 둘 사이의 비밀스런 관계와 사연이 명확치 않아 겉돈다.  

 하지만 이를 만회하는 건 음악과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다.

 이야기의 혼란스러움은 아이러니하게도 질주감이 인상적인 '에피파니' 등 강렬한 록 음악과 만나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인물들의 분위기를 살려내는데 기여한다.

 록을 비롯한 일렉트로닉, 클래식, 팝 발라드 등 8인 라이브 밴드가 들려주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은 극에 펄떡거리는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유 & 아이(You & I)' '원(One)' 등이 추천 넘버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사진=마케팅컴퍼니 아침)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사진=마케팅컴퍼니 아침)

 이를 능숙하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에너지도 인상적이다. 이미 뮤지컬 신에서 자리를 잡은 제이슨 역의 성두섭은 물론 피터 정원영·윤소호·이상이, 제이슨 전성우·서경수 등 젊은 배우들의 몸짓과 목소리는 그것만으로도 매력이다. 아이비 역의 문진아는 관능적이다.

 그런데 발군은 나이다 역의 이예은이다. 제이슨과 아이비에 대해 사랑, 열등감, 연민 등이 뒤범벅이 된 애증을 느끼는 역인데 복잡한 감정 표현은 물론 어려운 가창도 척척 해낸다. '위키드' '킹키부츠' 등 대작 뮤지컬에 출연하며 내공을 탄탄히 다진 게 증명됐다.

 '베어 더 뮤지컬'은 이로 인해 일부분 흠에도 '아이들은 그렇게 자란다'는 명제를 완결한다. 넘버와 배우들의 매력이 뮤지컬의 충분조건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원작의 약점에도 "성소수자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것에 고통받고, 무엇을 원하는지 폭 넓게 아우르기 위해" 주변의 반응들을 녹여내려고 한 이재준 연출의 노력도 인정 받을 만하다.  

 넘버와 젊은 배우들의 매력만으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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