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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반복되는 中企 산업기술 유출…대안은 없나?

등록 2015.07.08 12:02:39수정 2016.12.28 15: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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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9일(현지시각) 중국 산시성 시안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신규라인에서 직원이 반도체 설계도가 새겨진 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2014.05.09. (사진=삼성전자 제공)  photo@newsis.com

中企, 특허등록시 기술공개 '부담'…인식 개선 필요 대구시·중기청 등 관계기관 대책 마련 

【대구=뉴시스】김태규 기자 = #1 연매출 800억원에 달하는 대구 중견기업의 연구소 직원으로 근무하던 김모(32)씨는 지난해 11월18일 회사를 퇴사했다. 그는 회사 퇴사 직전 자동화 기계 관련 핵심 기술이 담긴 파일을 외부로 빼돌렸다. 이 기술은 해당 기업이 5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었다.

 #2 특수목적 기계 생산업체의 설계팀 과장으로 재직 중이던 문모(36)씨는 2010년 5월 자동차부품 조립 설비기계인 '초음파용착기' 설계도면 등 파일 2만여개를 빼돌렸다. 문씨는 퇴사 후 동종업체를 설립, 매년 20~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피해업체는 그 만큼의 매출 손실을 봤다.

 대구 지역 내 중소기업들이 내부직원의 잇딴 기술유출로 시름을 앓고 있다.

 심지어 몇년간 기술 개발에만 매진한 중소기업들은 하루 아침에 보유기술을 빼겻 기업운영에 위협까지도 받고 있다. 

 이에 대구시를 비롯해 관련기관에서 대책마련에 주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전반적으로 보안 의식이 취약한 상황으로, 회사 영업 기밀이 외부로 새 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부정보 유출방지 서비스를 기피하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산업스파이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 대구 지역 내에서 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적발된 건수는 총 6건이었다. 지난해는 11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는 벌써 6건(2015년 1월~7월)에 달한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의 2015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도별 산업스파이의 적발 건수는 총 438건이었다.

 기술유출에 따른 예상 피해액만 연평균 50조원에 달한다. 이는 4700개 중소기업의 연평균 매출액(107억원·2013년 기준)에 버금가는 액수다.

 최근 5년(2010~2014년)간 피해기업 현황을 살펴보면 대기업 16%, 중소기업 64%로, 중소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은 피해를 봤다. 대학 등 공공연구기관의 피해는 20%에 달했다.

 산업스파이의 표적이 되는 기술도 변화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과거 대기업 IT분야 기술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정밀기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대구시 '첨단기술 지킴사업' 등 대책마련

【서울=뉴시스】유희연 기자 = 기록삭제 대행업체 ‘뉴런케어’ 측에 따르면 의도와 다르게 온라인에 유출된 개인정보 혹은 자료는 빠른 삭제처리를 통해 확산을 막을 수 있다.  lovely_jh@newsis.com

 이 같은 상황에 따라 대구시는 지난달 24일 중소기업들의 기술 불법 유출 사례를 사전에 막기 위한 대책인 '지역기업 첨단기술 지킴사업' 추진안을 발표했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와 함께 추진하는 이 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17년까지 연간 13~14억원을 들여 중소기업들의 부족한 보안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있다.

 향후 3년 간 대구 지역 600개 이상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 첫 해인 올해는 대구 지역 내 100개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내년에는 스타기업, 2017년에는 일반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집중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중소기업청이 대·중소협력재단과 손을 잡고 시행하고 있는 '기술자료 임치제도' 역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자료를 제3의 기관인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다. 

 보유 기술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특허등록을 꺼려하던 중소기업들이 이 제도를 통해 기술 유출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09년 첫 선을 보인 임치제도를 활용한 기업은 첫해 120곳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만6623곳으로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관행 벗어나야

 산업기술 유출 사례는 특성상 피해업체의 신고 뒤에야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피의자가 처벌받는 형태를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 불법 유출이 이뤄지면 피해업체가 입은 손실을 복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에 반해 처벌 수위는 약하다. 관련법에 따르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도록 돼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산업기술 유출의 경우 직원의 퇴사 과정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피해 기업의 신고 뒤에야 유출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등 수사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영세한 기업일 수록 유출에 따른 타격은 더욱 크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 수록 기술 개발 단계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모든 직원이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때문에 유출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영남대학교 기계공학부 고태조(54) 교수는 "중소기업의 경우 관행적으로 가족 중심의 분위기 속에서 핵심 기술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공유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보유기술이 언제든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는 보안의식이 선행되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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