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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BS '마음은 언제나 청춘' 유영미 아나운서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켰죠"

등록 2015.09.02 11:22:02수정 2016.12.28 15: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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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BS 러브FM '마음은 언제나 청춘' 유영미 아나운서,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켰죠"

[인터뷰] SBS 러브FM '마음은 언제나 청춘' 유영미 아나운서,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켰죠"

21년 째 이어지는 노인을 위한 라디오 프로그램 제42회 한국방송대상 사회공익 라디오 부문 수상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UN에서 새로운 나이 기준을 발표했잖아요. 17살까지 미성년자, 65살까지 청년, 79살까지 중년이라고요. 우리 모두가 중년인 시대를 살고 있는 거예요!"

 61살은 1살, 62살이 2살, 63살은 3살이다. 무슨 소리냐고? SBS 러브FM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에서는 60살부터 나이를 센다. 팔순의 나이도 여기서는 고작 스무 살이다.

 "우리 형님, 언니, 오빠들이 무슨 노래를 좋아할까" 고민하며 매일 오전 다섯 시를 연 지도 벌써 21년. SBS 라디오 개국 이래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 중 1994년부터 11년을 SBS 유영미 아나운서가 지켰다.

 "처음에는 제가 너무 어렸으니까,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공부했어요. 노래도 찾아서 들어보고 아버지께 여쭤보기도 하고요. 이제는 너무 편해요. 우리 형님, 오빠, 언니들이 뭘 좋아할지 딱 알죠."

[인터뷰] SBS 러브FM '마음은 언제나 청춘' 유영미 아나운서,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켰죠"

[인터뷰] SBS 러브FM '마음은 언제나 청춘' 유영미 아나운서,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켰죠"

 진행 뿐 아니라 PD, 엔지니어까지 겸하며 '마음은 언제나 청춘'을 이끄는 유영미 아나운서의 가장 큰 모토는 활기와 열정이다. 노인하면 으레 떠올리는 침체되고, 과거 지향적이고 고인 물 같은 프로그램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노인의 '오늘'도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기에 그 오늘을 밝고 활기차게 살자는 게 기본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어르신들이 아침을 시작하면서 이 방송을 들으실 때 오늘 하루를 살아갈 힘과 에너지를 얻고 가시길 바랐어요. 과거의 아름다운 낭만이 3할이라면, 나머지 7할은 기쁨과 희망으로 채우고 싶어요."

 그 밝은 에너지와 함께 1시간을 생활과 밀착된 정보로 채운다. 의사를 게스트로 불러 노인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강 문제에 대해 상담하기도 하고, 요리선생님을 초대해 부인의 생일에 대접할 수 있는 미역국 끓이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갖고 있는 재산을 지키는 법, 안전한 재테크 방법, 노년을 함께 할 친구를 사귀는 법 등 전방위를 아우르고 있다.

 "우리 방송은 시골밥상 같은 방송이거든요. 고기도 없고, 비싼 레스토랑도 아니지만 먹고 나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몸도 편하고, 값도 싸고요. 거품이나 허세를 다 빼고 실속 있는 방송을 하는 게 PD로서 목표이기도 해요."

 콘텐츠보다 더욱 신경 쓰는 건 선곡이다. 말 한마디보다 음악 한 곡이 그 날 하루를 좌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 가지 테마를 정해 세대 별 노래를 한 곡 씩 엮어서 소개하는 '청춘공감' 코너에서는 자이언티의 '꺼내먹어요' '양화대교' 등 이른바 젊은이들이 듣는 노래도 소개한다.

[인터뷰] SBS 러브FM '마음은 언제나 청춘' 유영미 아나운서,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켰죠"

[인터뷰] SBS 러브FM '마음은 언제나 청춘' 유영미 아나운서,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켰죠"

 "사랑합니다"라는 마지막 멘트와 함께 엔딩을 밝고 희망찬 노래로 장식하는 건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 매일 지키고 있는 약속이다. 지금보다 더 가부장적이고 감정을 감추는 시대를 살아 온 노인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낯설고 부끄럽지만 싫지 않은 표현이다.

 "제 마음을 다해서 사랑한다고 해요. 어르신들이 그걸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공개방송에 오시거나, 엽서나 편지를 써 주실 때 본인들도 사랑한다고 써 주시고요."

 주 청취대상은 노인들로 잡고 있지만 '마음은 언제나 청춘'은 결국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이다. 세상을 떠난 부모님께 전하는 이야기, 마음의 뿌리인 조부모와의 에피소드를 털어 놓는 손자의 이야기까지 노인과 자식, 그리고 그 자식까지 3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매 해 연하장이나, 입춘대길,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편지를 보내 주시던 것이 어느 해부터 안 오는 때가 있어요. 그럼 느낌이 와요. 아, 하늘나라 가셨구나 생각하죠. 지난 20년 동안 인생의 마무리 시점에서 이 방송을 들었던 분들이잖아요. 이 방송을 하면서 삶과 죽음을 다 체험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21년 노인들의 곁을 지킨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한국방송대상 사회공익 라디오 부문에서 상도 받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성실하게 한 우물을 파고 뿌리를 내린 결과다.  

[인터뷰] SBS 러브FM '마음은 언제나 청춘' 유영미 아나운서,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켰죠"

[인터뷰] SBS 러브FM '마음은 언제나 청춘' 유영미 아나운서,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켰죠"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잖아요. 예쁜 나무들은 이미 다 베어졌고, 못생긴 나무만 남아서요. 다 내 방송이 못생겼다고,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고 했는데 이렇게 오래 잘 자라서 이제 향기를 뿜는 것 같아요"

 "라디오 부스에 들어가면 숨이 턱 막히고, 어깨가 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커피 한 잔 하면서 거기 앉아 있을 때가 최고"라고 말하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유영미 아나운서의 나이도 어느덧 50대가 됐다.

 "정년을 하면 공식적으로는 방송을 떠나겠죠. 그 때가 되면 제가 노년이니까요. 대한민국에서 노년으로 사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고 아름답고 당당했으면 좋겠어요. 모든 노인들이 꿈꾸는 노년, 희망을 노래하는 노년이 됐으면 해요. 아름다운 마무리가 최고죠.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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