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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中서 '글로벌 리더' 위상 확인 朴 대통령, 이젠 美·日 관계가 '과제'

등록 2015.09.03 18:09:51수정 2016.12.28 15: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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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중국 베이징에서 3일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톈안먼 성루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기념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2015.09.03

朴대통령 中 '군사굴기' 강조한 심장부서 위상 과시 中과의 '특별함' 확인이 美日 관계에 미칠 영향 주목돼  한미정상회담서 굳건하고 밀접한 공조 '확인' 과제

【서울=뉴시스】김경원 기자 = 중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3일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참관한 것은 한중간 관계가 특별하다는 점을 새삼 확인하는 자리였다. 더불어 박 대통령이 글로벌 리더로서 위상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도 된 것으로 분석된다.

 자국산 무기 가운데 84%를 외부에 공개하며 군사력을 전세계에 과시하며 '군사굴기'(군사적으로 우뚝 일어섬)를 강조한 중국의 심장부에 박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나란히 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일 시 주석과 단독 정상회담과 오찬까지 갖는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세계적 지도자에 걸맞는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일본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전승절 기념식 참석으로 중국과 가까워진 박 대통령은 이제부터 경쟁관계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현명한 균형외교를 펼쳐야 하는 숙제가 남은 것이다. 

 남북 간 관계 개선도 주목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8·25 합의로 해빙무드로 접어든 가운데 박 대통령 일행이 북측 대표로 방중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500여 무기 동원, '글로벌 파워' 과시

 중국은 이날 열병식에서 미사일과 탱크 등 40여종, 500여 개의 무기와 장비를 선보였다. 이들 무기는 전부 중국산인데, 이중 84%가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31의 개량형인 둥펑-31A를 비롯해 7종의 미사일 100여기도 공개했다. 또 전투기와 폭격기, 함재기, 해상초계기, 공중급유기 등 군용기 200여대가 공중에서 비행하면서 위용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중국 위협론'을 불식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그는 열병식 기념사에서 "인민해방군 병력 30만명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이 아무리 강해진다 하더라도 중국은 결코 패권주의나 팽창주의를 모색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중국이 겪었던 고통을 다른 나라로 하여금 겪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朴대통령, 60여년 전 김일성과 마오쩌둥 주석이 참관했던 곳에 자리 

 박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 두 번째 좌석에 앉아 사열과 분열을 참관하는 모습이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중국의 전통적 혈맹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다음 자리였다. 더군다나 이곳은 60여년 전 김일성과 마오쩌둥 주석이 참관했던 장소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박 대통령은 '퍄오다제'(朴大姐)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퍄오다제란 '박(朴) 큰 누나'라는 표현이다. 시진평 주석의 애칭이 시다다(習大大)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인들이 박 대통령에게 친밀감을 느낀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중국인의 정서를 감안,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손님 가운데 한분이다"라며 "박 대통령을 잘 모셔라"고 실무진에게 지시를 하기도 했다. 한국과 중국이 성큼 가까워진 셈이다.

 반면 중국의 혈맹으로 불리는 북한은 열병식에서 상대적으로 홀대 받은 분위기다. 북한 측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 당비서가 톈안먼 성루 앞 열의 오른쪽 끝 편에서 관람했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최룡해 비서는 북한 내에서 핵심 실세 중 한 명으로 중요한 사람이다"라며 "박 대통령이 남북문제를 대화로 풀자는 의지를 전달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美 '朴 대통령, 이해한다' vs 日 '쀼루퉁'

 미국은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에 대해 내심 반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이 중국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미국과의 균형있는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전략적 접근을 해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관련, 미국 측에 중국 전승절 참석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설득해왔다. 중국 방문에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미국 앵커리지에서 열린 '북극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존 케리(Jone Kerry)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기도 했다. 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의 9·3행사 참석이 한반도 전체에 미칠 함의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일본은 난처한 입장이다. 이번 행사가 항일전쟁 승리 기념식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유포해 왔다. 다만 일본은 한국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열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소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정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번 대통령의 방중으로 한중 관계가 긴밀해 지고, 우리의 외교가 독자적인 입지가 강화됐다"고 평가한 뒤 "한국의 생존과 관련해서 중국은 물론 미국이 가장 중요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내달 16일 미국 방문에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에서 제기될 수도 있는 '중국 경사론'이라는 우려감을 불식시키고 미국과 보다 진전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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