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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로봇PB시대온다③]자산관리 '대중화' 기대되지만…"도입 전 충분히 검증해야"

등록 2015.11.02 07:40:04수정 2016.12.28 15: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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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희연 기자 = 윤순숙(Bill플러스 대표)의 (주)부자되기 아카데미 강의실은 휴가철 삼복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회원들로 꽉 들어찬다.  지난 메르스 사태 때도 교회는 텅 비는 데가 있었지만 여기 강의실은 항상 만원, 개인 주식 투자자들이 재테크 전략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lovely_jh@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1913년 미국 헨리 포드가 도입한 컨베이어벨트는 생산라인의 자동화로 자동차를 대량 생산, 특정 계급만 소유할 수 있던 상품의 '대중화'를 이룬 기술로 평가 받는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중화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투자자의 자금, 투자 성향 등을 토대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그간 개인 PB(프라이빗뱅커)를 통해 이뤄진 '자산 관리 서비스'는 일부 고액 자산가들만이 향유할 수 있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자동화해 일반 투자자들까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만들어주는 컨베이어벨트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로봇 모시기에 나선 금투업계

 업계에서도 로봇 자산 관리 도입을 위한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KDB대우증권은 에임(AIM)과 디셈버컴퍼니, 쿼터백, 밸류시스템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신한금융투자도 빅데이터 주가 분석 업체 스마트포캐스트와 협약을 맺고 서비스 준비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WM 핀테크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삼성증권도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을 준비 중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주관적인 판단은 최대한 배제, 기계가 시장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자금 규모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소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며, 정량적인 분석을 빠르게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도구로 여겨진다.

 KDB대우증권 스마트금융부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시장 지표를 받아들이고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에서 활동한다"며 "알고리즘을 통해 기계적으로 여러 고객에게 자산 관리 서비스를 하는, 기존 서비스의 보완재 격"이라고 말했다.

【뉴욕=AP/뉴시스】29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의 TV 전광판에서 미국 연준(Fed)의 금리 결정을 보여주고 있다. 연준은 금리 인상 시기 발표를 또다시 미뤘다. 재닛 옐런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도달했을 때 경제 상황을 보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07.30.

 그는 "알고리즘 판단이 아닌 시장이 얼마나 대응하는지, 시스템에 맞춰 주문 나갈 수 있는 지 등을 회사에서 실제 계좌를 터서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라며 "인프라 구축 중으로 내년 1월정도 서비스 오픈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필연, 바로 적용하기는 일러"

 전문가들은 자산관리 체계의 자동화 차원에서 로보어드바이저의 도입은 필연적인 흐름이라고 본다. 하지만 실효성 관점에서 보면 현 시점에서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중론이다.

 모든 기술은 물론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은 로보어드바이저라는 기술을 시장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아직 기초적인 검증 자체가 부족해 보인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서 논의되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은 크게 보면 자동화 기술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거나,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찾아 고객 대신 분산 투자해주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전자는 일종의 '자동화 분산 포트폴리오 제공', 후자는 '자동화 분산 투자 일임 매매'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의 축적 정도, 한국형 로보어드바이저의 분석 능력 등이 현재 자본시장에 적용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먼저 자동화된 분석을 통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처리해야할 초기 정보가 구체적이어야 한다.

 실제 개별적으로 특화된 분석을 위해서는 투자자 자금과 원하는 시장, 운용 방식 등은 물론 현·선물 연계 여부 등 구체적이고 많은 데이터를 개인 투자자가 먼저 입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로봇이 기능적으로 '스마트'하게 분석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제대로된 분석을 위해서는 재료인 데이터 인프라가 충분해야 한다.

 정교하게 짜인 시스템도 시장 변화에 따라 변수와 산식까지 계속해서 보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초적인 부분부터 뒷받침 되지 않으면 오류로 이어지기 쉽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7.95포인트(0.39%) 오른 2026.98로 상승 출발하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1포인트(0.14%) 오른 713.87에 출발한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전광판에 나타난 지수가 장 초반 등락을 반복하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2015.07.31.  go2@newsis.com

 코스콤 최기우 R&D 부서장은 "실제 개인 투자자가 여러 변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려우니 선수에게 맡기려고 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의사 결정 산출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정교한 입력 값과 충분히 분석을 수행할 만한 데이터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많은 시뮬레이션도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입력 변수가 다시 발생하게 된다"며 "현재 수준에서 유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효용 측면에서 리스크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소 3년 이상 안정성, 수익성 검증해야"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 판단에 효과적인 도구라는 점에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다만 금융기술이라는 흐름에 힘입어 충분한 검증 없이 시장에 도입하면, 자리 잡기도 전에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된다고 이들은 말한다.

 일각에서는 충분히 검증을 거치지 않은 기술을 시장에 도입하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을 모르모트로 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신근영 한국금융시스템협회장은 "기존 알고리즘이 수익 극대화가 목적이었다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안정적으로 자산을 분산하면서 중수익을 목표하겠다는 것"이라며 "운영 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수익이 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로보어드바이저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실적으로도 연결되는지 여부를 최소 3년 이상 검증해야 연착륙할 수 있다고 본다.

 적어도 기관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 대한 투자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시간 만큼은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그는 "다양한 인력과 충분한 인프라, 경험에 기초한 자산운용 철학이 없으면 힘든 분야"라며 "적어도 3년 이상은 안정적이고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검증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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