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경제

[로봇PB시대온다②]"시스템트레이딩 아니다!"…'투자자문가' 로보어드바이저

등록 2015.11.02 07:39:40수정 2016.12.28 15:50:2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시스템트레이딩 넘어 '인간PB'에 도전장 던진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기반 소프트웨어를 통해 최적 자산배분 제공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만큼 성공 여부에 대한 시각 엇갈려 적은 하락장 대응 경험, ETF에 국한된 투자상품 등 문제점으로 지적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핀테크(FinTech) 신조어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다.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PB(Private Banking) 대신 자동화된 포트폴리오 자문·운용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면 상담이 아닌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상에서 자산배분 전략을 짜주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 ▲평균 0.5%의 저렴한 수수료 ▲뛰어난 접근성 ▲낮은 투자금 하한선 등의 장점들을 지니고 있다.

◇"난 투자상담까지 해"…시스템트레이딩보다 똑똑한 로보어드바이저

 이미 금융시장엔 사람이 아닌 기계나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기술이 들어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스템트레이딩(System Trading)이다.

 시스템트레이딩은 사람의 자의적 판단이나 편견을 배제하고 일정한 매매규칙을 사용해 일관성 있게 매매를 수행함으로써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매매방법이다.

 쉽게 말해 특정종목의 매수가격과 매도가격 등 다양한 매매조건을 프로그래밍화해 컴퓨터에 입력한 뒤 매입가를 기준으로 일정폭 하락할 경우 매수하고 상승하면 매도한다. 매매 결정은 컴퓨터가 할 수도 있고 투자자가 할 수도 있다.

 사전에 투자자가 특정 조건을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컴퓨터가 그에 따라 매매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로보어드바이저와 시스템트레이딩은 일부 닮았다.

 이로 인해 로보어드바이저가 주요 투자대상인 ETF(상장지수펀드)의 투자비중을 조절하는 수준에서만 활용된다면 기존 시스템트레이딩과 큰 차별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 속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는 시스템트레이딩과 목적이나 내용 면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단순 매매 결정에 그치지 않고 무궁무진한 퀀트베이스를 바탕으로 투자자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rebalancing)한다는 점에서 시스템트레이딩보다 진일보한 능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로보어드바이저와 시스템트레이딩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며 "시스템트레이딩이 정해진 법칙에 따라 매매를 결정하는데 그친다면 로보어드바이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투자자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자산관리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의와 명칭은 운용업체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인간의 개입을 최소로 하며 온라인에서 포트폴리오 관리를 제공하는 재무 상담'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해석하면 된다"며 "고객 투자 성향에 따른 포트폴리오 구축과 투자 그리고 관리 등을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자동으로 수행해 주는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잘 자랄 수 있을까?…'신생아' 로보어드바이저 바라보는 기대와 우려

//

 시장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바라보는 기대와 우려감이 공존한다.

 구글 트렌드를 보면 로보어드바이저가 검색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아직 대중들 앞에 소개된 지 1년여 밖에 되지 않은 '신생아'인 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로드어드바이저를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미국 온라인 특화 자산관리회사들의 유형은 크게 ▲운용형 ▲자문형 ▲하이브리드형으로 나뉜다.

 운용형은 알고리즘 기반 소프트웨어를 통해 최적 자산배분 후 이에 맞춰 고객 자산을 직접 운용한다. 여기에 리밸런싱, 최적 세제 전략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자문형은 알고리즘 기반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 포트폴리오 모니터와 정기적 투자자문만 제공하고 하이브리드형은 실제 투자자문가의 판단으로 자문·운용 업무를 수행하되 고객과의 커뮤티케이션 수단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로보어드바이저의 프로세스는 대부분 유사하다.

 설문지 방식을 통해 고객성향과 목표 수익률을 진단한 뒤 이를 토대로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방식을 결정한다. 이후 이 포트폴리오에 대한 모니터링과 리밸런싱을 진행한다.

 현재까지는 고객의 성향을 진단한 후 투자성향과 맞지 않는 자산군을 제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최 연구원은 "로보어드바이저의 프로세스는 어렵지 않으나 핵심이 되는 포트폴리오 배분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한국 금융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고객의 동의와 이해도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들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과거의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박스권 장세에서는 유용하지만 금융위기나 특정 이벤트에 따라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주가 흐름에는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대부분의 로드어드바이저 업체가 증시 호황기에 설립됐기 때문에 하락장 대응 경험이 적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 사람이 제공하는 세금·상속·부동산 등 종합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도 한계가 있고 투자상품이 ETF에만 국한 돼 있어 종합적 자산관리가 필요한 고액 자산가들에게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신근영 한국금융시스텝협회장은 "시스템트레이딩에서 자산관리 기능이 결합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 같은 새로운 시장이 탄생하고 있다"면서도 "기존에 진행 중인 핀테크와 달리 반드시 실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전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박지홍 연구원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으나 전통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100%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환경에서 유효성을 검증받지 못한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시기에 고객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는 확신은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향후 로보어드바이저는 기술력과 사람의 지능이 혼합된 사이보그 형태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로 슈바프, 뱅가드 등 전통 투자자문사들은 기존 투자자문 서비스에 로보어드바이저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