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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모주 투자자, 수익률 하락에 '발끈'…"연말상장·특례상장 급증 탓"

등록 2015.11.30 06:51:33수정 2016.12.28 15: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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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금융위는 2일 한국거래소의 각 시장을 지주사 아래 독립된 자회사 형태로 두는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거래소 각 본부는 자회사로 분리돼 독자적인 거래소 기능을 수행하며, 거래소지주는 대외업무와 경영지원에 집중할 예정이다. 사진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습. 2015.07.02. suncho21@newsis.com

올해 11월 상장한 종목 9곳 평균 공모주 투자 수익률 -4.0% 공모 투자자 "연말·특례상장 예년 비해 크게 늘어난 게 원인"

【서울=뉴시스】 한상연 기자 = 공모주 투자자들의 불만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최근 지속적으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11월 들어서는 마이너스까지 곤두박질 쳤기 때문이다.

 이들은 거래소가 과거보다 연말 상장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데다, 특례상장 사례까지 크게 늘리고 있는 등 공모주 투자 환경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끌고가고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거래소에 집중하고 있다.

 공모주 투자는 일반 공모를 통해 배정받은 신규 상장 종목 주식이 실제 거래가 시작된 뒤 공모가보다 높을 경우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차익 실현은 커녕 손해만 보고 있다는게 이들의 항변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한 종목(이전상장, 재상장, SPAC 제외)은 총 42개다.

 시장 변동성이 뚜렷하게 나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상장한 종목은 38곳. 이 중 16곳(42.1%)은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부실 공모주'에 해당됐다.

 특히 이달 들어 부실 공모주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1월 한 달간 신규 상장한 연우, 더블유게임즈, 금호에이치티, 나무가, 유앤아이, 케어젠, 네오오토, 케이켐, 하이즈항공 등 9곳 중 연우와 더블유게임즈를 제외한 7곳(77.8%)이 부실 공모주에 해당됐다.

 11월 상장한 종목의 평균 공모 투자 수익률은 -4.0%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장한 전체 종목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부실 공모주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하락률은 최소 1.1%(아이콘트롤스)에서 최대 47.6%(제너셈)까지 분포돼 있다.

 이처럼 최근 상장된 종목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등 공모주의 부실화가 심화되면서 공모주 투자자들의 근심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공모주 업계에서는 상장 건수가 11월, 12월 등 연말에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과 특례상장 급증을 이 같은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전문적으로 공모투자를 하는 A씨는 "최근 상장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라며 "점차 공모주 투자의 이점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상장 건수가 지난해 연말 20여개에서 올해 30여개를 훨씬 넘기는 등 예년에 비해 공급이 크게 늘어났다"라며 "시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공모주 시장의 연말 쏠림 현상이 심화되며 옥석가리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업 가치 산정 방식에도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A씨는 "상장 기업의 공모가 산정 시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가치/세금·이자지급전이익(EV/EBITDA) 등 기본 요건을 자의적으로 선택하고 있어 가격의 합리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령 EV/EBITDA로 공모가를 책정하게 될 경우 다른 산정 요건에 비해 가격 부풀림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업계에선 인식되고 있다"며 "실제 EV/EBITDA를 기준으로 공모가를 책정해 최근 상장한 한 종목의 경우 다른 요건으로 공모가를 책정했다면 가격이 조금 더 합리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반도체 후공정 장비제조업체인 제너셈와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업체인 타이거일렉의 코스닥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강홍기 한국IR협의회 부회장, 주익수 하나금융투자 IB대표, 한복우 제너셈 대표이사,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 이경섭 타이거일렉 대표이사,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김홍철 코스닥협회 상무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5.09.25.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photo@newsis.com

 덧붙여 "어떤 것을 기준으로 공모가를 책정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는 등 공모가 책정을 합리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거래소가 상장요건을 대폭 낮추며 이런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특히 '기술특례 상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했고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특례 상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심사한 뒤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로 지난 2005년 처음으로 도입됐다.

 올 초부터 11월까지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이미 상장된 6곳과 예비심사를 받았거나 심사를 통과한 기업 12곳 등 총 18개에 달한다. 고작 5건에 불과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1년 새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올해 특히 기술특례 상장 사례가 늘어나면서 특례상장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그런 데다 시장 상황까지 안 좋다 보니 공모주 투자 환경이 더욱 나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모주 투자 환경의 악화와 상장요건 완화에 따른 부실 공모주 증가 가능성에 대한 비판에 대해 조금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공모가 부풀리기보다는 오히려 언더 밸류의 경우가 더 많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시장실장은 "기업공개(IPO) 공모가가 실제보다 뻥튀기 됐다는 지적보다는 반대로 언더벨류에 대한 문제점 지적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IPO가 이뤄진 뒤 가격변동을 살펴보면 떨어지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오르는 경우가 조금 많은 것 같다는 게 학계 전반의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황 실장 역시도 현재 이뤄지고 있는 공모가 책정 방식을 다각화하는 등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황 실장은 "어느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우수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공모가를 명확히 산정해 내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여러 가지 측면을 다 고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공모가 책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이 다양한 모델을 사용해 최종적인 공모가를 확정하는 게 합당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모가와 실제 거래 가격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모델을 사용함으로써 어떠한 방식으로 가격 범위가 형성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작업은 분명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상장요건 완화로 인한 부실 공모주 급증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부 인정하고는 있지만, 본격적으로 전개가 될 때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모색이 더 중요하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황 실장은 "7월 이후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부실 공모주 급증 현상이 나타났고, 이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기조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상장요건 완화로 인한 증권시장 내 부실기업 난립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기업을 발굴하고 상장까지 끌고 갈 증권사와 이를 심사하고 감시할 거래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실장은 "증권사와 거래소 간 협력관계가 중요하다"라며 "증권사들은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해야 하며 거래소는 증권사들이 발굴한 기업들이 실제 성장 가능성이 높은지 철저하게 심사를 하는 등 스크리닝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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