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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59년 만에 한국인'된 老신부가 광주시장 찾은 까닭은]

등록 2016.02.05 17:54:01수정 2016.12.28 16: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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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윤장현 광주시장(오른쪽)이 5일 오후 시청 3층 접견실에서 59년만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광주무지개공동회 대표 천노엘(84·본명 오네일 패트릭 노엘) 신부를 접견한 뒤 귀화증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6.02.05 (사진=광주시청 제공)  photo@newsis.com

특별귀화한 천노엘 신부, 윤 시장 찾아 감사 표시 추천자 윤 시장 "헌신과 노고에 대한 당연한 결과"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장애우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인권을 보호하는데 더욱 노력하렵니다" "늘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5일 오후 2시50분께 광주시청 3층 접견실. 백발의 노(老) 신부가 윤장현 시장을 찾았다. 윤 시장과 노 신부는 악수를 나누며 고개 숙여 서로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20여 분 간 이어진 면담에서는 명절 덕담과 함께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주고받았다.

 59년 만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아일랜드 출신 천노엘(84·본명 오네일 패트릭 노엘) 신부. 1957년 처음으로 한국에 온 천 신부는 법무부가 특별귀화를 허용하면서 어제서야 비로소 '진짜 한국인'이 됐다.

 2012년 인요한 박사, 2014년 브라스 마리 헬렌 전진상의원 원장과 엄넬리 한민족학교 교장, 2015년 프로스트 마르틴 박사와 보르도 빈체조 신부에 이어 6번째다.

 천 신부는 한국에 입국한 뒤 60년 가까이 낯선 땅에서 늘 낮은 자세로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인권 보호,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헌신했다.

 광주와 전남지역 성당에서 24년간 사목활동을 해오던 그는 1981년 국내 최초로 지적장애인과 봉사자가 함께 동고동락하는 소규모 가족형 거주시설인 '그룹홈'을 만들어 장애인 지원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어 사람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28년 간 엠마우스복지관장을 지내며 장애인을 '봉사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가족'으로 대했다. 1997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장애인 인권상' 첫 수상자로 결정했을 때도 이 같은 이유로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현재는 엠마누스복지관을 비롯해 엠마우스일터, 엠마우스보호작업장, 주간보호센터 등 9개 시설을 아우르는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 대표를 맡고 있다. 주로 작업활동을 통해 중증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힘쓰고 있다.

 장애인 풋살축구단을 창단해 장애인 풋살대회를 열어온 지도 올해로 15년째다.

 그런 그의 변함없는 장애인 사랑과 헌신을 지켜본 광주시는 법무부에 특별귀화를 추천했고, 천 신부는 태극기와 귀화증과 받은 뒤 사실상 첫 외부 일정으로 광주시청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천 신부는 "앞으로도 지적 자폐성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 안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람 중심의 철학을 바탕으로 개인별 계획에 의해 따뜻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인으로서 생을 마칠 때까지 매 순간 봉사하며 살겠다"고도 했다.

 이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윤 시장은 축하의 말을 거듭 건넨 뒤 "우리 지역 장애인들을 위해 그동안 헌신하고 땀흘린 사랑에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특별귀화는) 평생을 자폐성 장애인 삶의 질 향상과 인권 향상에 노력해 주신 데 대한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성광 시 장애인복지과장은 "무지개공동회가 하고 있는 엠마우스 복지관 비롯해 9개 시설이 모두 모범적"이라며 "행정적, 재정적으로 불편이 없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천 신부는 1991년 11월 광주시로부터 24번째 명예시민증을 받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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