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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1주일 내 시리아 휴전' 합의 과정에서도 미·러 신경전 계속

등록 2016.02.12 12:32:37수정 2016.12.28 16: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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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AP/뉴시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스타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왼쪽부터)가 1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시리아 휴전 합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16.02.12

【뮌헨=AP/뉴시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스타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왼쪽부터)가 1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시리아 휴전 합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16.02.12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미국과 러시아 등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국가들이 1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국제적시리아지원그룹(ISSG)' 회의를 열고 시리아에서 1주일 이내에 모든 '적대적인 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각국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신경전은 계속됐다.

 특히 민감한 쟁점이 됐던 사안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시리아 내 지상군 파병과 러시아의 공습 중단 여부였다. 시리아 전역에서 적대적인 행위를 중단하기로 한 '1주일'의 기한도 미국과 러시아가 제시했던 날짜가 절충된 결과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거취 문제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하겠다고 밝힌 사우디 등 아랍 국가의 입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4일 사우디를 비롯해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군 주도 연합군의 동의를 전제로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할 준비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사우디의 입장 발표 직후 환영의 뜻을 표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날 독일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아랍 동맹국은 '영구적인 전쟁(permanent war)'을 원하는지 분명히 생각해야 한다"며 "또 다른 세계전쟁을 일으키지 말고 모든 주체들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다른 세계전쟁' 발언이 나오고 난 뒤 마크 토너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그게 만약 러시아의 걱정거리라면, 그들은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본인들이 뭘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너 대변인은 11일 ISSG 성명 발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몇 달 간 러시아가 시리아에 공습을 하며 아사드 정권을 지원했고, 특히 최근에는 알레포를 포위함으로써 시리아 내전 사태를 악화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또한 미국은 시리아 내 공습을 중단하라고 러시아에 강하게 요구했다. 지난해 9월30일 러시아가 극단 이슬람 무장세력 격퇴를 명분으로 시리아 내 공습을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반군을 공격하고 민간인을 사살한다는 것이 미국과 서방국, 아랍 동맹국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ISSG 성명 발표 이후에도 러시아는 시리아 내 공습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합의 내용에는 '이슬람 국가(IS)'와 알누스라 전선 등 극단 이슬람 세력에 대한 공격은 계속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공습 중단은 시리아 반군이 요구하는 핵심 사항이어서, 반군이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매우 냉소적인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이슬람 무장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동부 지역을 공격해 400여명의 민간인을 납치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yrian Observatory for Human Rights, SOHR)는 IS 대원들이 데이르 에조르(Deir al-Zour) 동부 지역을 공격해 최소 135명의 주민들 살해했으며, 400명의 주민들을 강제로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SOHR에 따르면 살해된 사람들 중 85명은 민간이었으며, 50명은 친정부 성향의 무장대원들이었다. 사진은 2013년 시리아 정부군과 IS의 공방으로 폐허가 된 데이르 에조르 시가 모습. <출처: BBC방송> 2016.1.17

【서울=뉴시스】이슬람 무장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동부 지역을 공격해 400여명의 민간인을 납치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yrian Observatory for Human Rights, SOHR)는 IS 대원들이 데이르 에조르(Deir al-Zour) 동부 지역을 공격해 최소 135명의 주민들 살해했으며, 400명의 주민들을 강제로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SOHR에 따르면 살해된 사람들 중 85명은 민간이었으며, 50명은 친정부 성향의 무장대원들이었다. 사진은 2013년 시리아 정부군과 IS의 공방으로 폐허가 된 데이르 에조르 시가 모습. <출처: BBC방송> 2016.1.17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은 가디언에 "이번 합의는 시리아 내전을 끝내기 위한 중요한 절차"라고 환영하면서도 "러시아의 공습 중단 등 시리아 정권과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의 행동이 바뀌지 않는 한 (합의 내용을) 성공으로 이끌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프랑스 외교관도 "러시아가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공습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들은 정치적인 위험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라며 "시리아 전역에서 모든 적대적인 행위를 중단한다는 데 러시아도 합의했기 때문이다. 1주일 내 러시아가 공습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대적인 행위'를 전면 중단하는 기한을 1주일 내로 잡은 것도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러시아는 오는 3월 1일부터 시리아 휴전을 개시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은 즉각 휴전해야한다고 맞섰다. 이 외에 정부군이 포위한 반군 점령지역에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방안과 시기 등을 두고도 팽팽하게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드 대통령의 향후 거취 여부는 원론적인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ISSG 성명에는 정권 이양을 추진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지만,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국제 사회가 합의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리아와 동맹 관계에 있는 러시아와 이란은 아사드 대통령의 거취를 시리아 국민들의 손에 온전히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등 서방국과 아랍 국가는 내전을 끝내려면 아사드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며 맞서왔다.

 성명에는 "ISSG 회의에 참석한 국가들은 시리아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시리아 국민들을 위한 것임을 다시 확인하며, 관련 협상을 빠르게 진전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을 약속한다"고 적었다. 6개월 이내에 새 헌법을 마련할 시리아 과도정부 구성, 18개월 이내에 유엔이 감시하는 선거 개최 등 주요 내용도 그대로 성명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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