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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제 핫이슈]사우디 · 러시아 등 산유국 '동결 합의' 실효성 논란

등록 2016.02.20 11:08:27수정 2016.12.28 16: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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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우디 아라비아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앞으로 원유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낙관했다. (사진출처: 걸프비즈니스) 2016.01.18

【서울=뉴시스】산유국들이 이른바 ‘수인(囚人)의 딜레마’의 빠져들고 있다. 헐값에 기름을 파는 것이 아까워 생산량을 줄이고 싶지만 다른 산유국이 시장의 빈틈을 파고드는 게 두려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함께 저유가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유가는 2014년 최고점 대비 70% 이상 추락했다. 2014년 배럴당 116달러까지 올랐던 유가는 한때 2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수인의 딜레마’를 산유국들에 적용해보자.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줄이자는 약속을 했다고 치자. 당사자 모두가 이를 지키면 원유 값이 오르고 그 혜택을 골고루 나누어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한 쪽만 감산 약속을 지키고, 다른 쪽은 어길 경우 약속을 어긴 쪽이 큰 파이를 혼자 챙기게 된다. 감산 약속을 해놓고 아무도 지키지 않을 경우 파국이다.

 주요 산유국들이 작금에 처한 상황도 ‘수인의 딜레마’처럼 보인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 상황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은 하나이지만, 이를 위한 행동에는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서로를 불신하고,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가 정상화를 위한 작은 시도가 있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광물자원부 장관(사진)과 알렉산데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카타르 도하에서 회동한 뒤 원유 생산량을 1월 수준에서 동결하자는 데 합의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간판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비(非) OPEC의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산유국들 간 ‘치킨 게임’을 중단시킬 수 있는 의미있는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OPEC 순회의장국인 카타르와 남미 최대산유국인 베네수엘라도 이번 원유 생산량 동결에 합의했다. OPEC의 회원국과 비 회원국 사이에 산유량 제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15년래 처음이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지난 17일 테헤란에서 이라크와 카타르, 베네수엘라 석유장관과 4자 회동을 한 뒤 “유가 인상을 위한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모든 결정과 협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의 동결 참여 여부에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유가 안정을 위한 이번 조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한 이란 석유 전문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내주 총선을 앞둔 민감한 정치적 시기임을 지적하며 잔가네 장관의 발언을 '외교적 반응'으로 평가했다. 또 " 이란은 뭔가 얻을게 없을 경우엔 그 무엇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의 한 석유 관련 관리 역시 FT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이란 정부와 국민들의 '불신'을 지적하면서, " 모든 국민들이 제재 해제 이후 석유 생산과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특히 사우디)를 위해 양보한다고 정부가 국민들에게 말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 3년 동안 서방의 경제제재로 원유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장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해 시급하게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당장은 동결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힘으로써 국제유는 급등세를 보였지만 상승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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