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국제

마케도니아 국경 통제로 난민 3만여 명 그리스에 발 묶여

등록 2016.03.02 18:19:08수정 2016.12.28 16:41:3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게브겔리야=AP/뉴시스】그리스와 국경을 맞댄 마케도니아 게브겔리야 인근 국경에서 29일(현지시간) 중무장한 마케도니아 수비대원들이 그리스쪽에 몰려있는 난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2016.03.01 

【게브겔리야=AP/뉴시스】그리스와 국경을 맞댄 마케도니아 게브겔리야 인근 국경에서 29일(현지시간) 중무장한 마케도니아 수비대원들이 그리스쪽에 몰려있는 난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2016.03.01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발칸 국가들이 국경을 통제해 이른바 '발칸 루트'가 막히면서 3만 명에 가까운 난민이 그리스 영토에 갇혔다. 대부분은 분쟁을 피해 유럽에 온 시리아와 이라크 출신 난민이고, 여성과 아이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 중 3분의 1 가량인 8500여 명은 마케도니아와의 국경 지역인 그리스 이도메니에서 오갈 곳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마케도니아가 국경 통제를 강화하면서 북쪽으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전날 이도메니 지역은 마케도니아 경찰이 쏜 최루가스로 아수라장이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난민들이 철조망을 뚫고 국경을 넘으려고 하자 강경 대응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갓난아기를 포함한 아이들이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고 국경없는의사회 등 구호 단체의 응급 처치를 받았다.

 이날 많은 비가 내려 많은 난민 텐트가 못 쓰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적십자사연맹 소속 캐롤라인 하가는 "밤새도록 비가 내렸는데 많은 난민 텐트가 방수 재질이 아니었다"며 "그리스 군이 현장에서 식량을 나눠주고 새로운 장소에 텐트를 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지 자원봉사자는 "아이들이 너무 많이 아파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많은 난민들이 긴 여정에 지쳐있다. 이들이 알고 싶은 유일한 것은 언제 (마케도니아) 국경이 다시 열리는지다. 사실 우리는 난민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그리스 북부 국가들이 신속하게 국경을 통제하면서 인도주의적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에 갇힌 난민에게 더 나은 숙박 시설을 제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유럽연합(EU)에 촉구했다.

 아드리안 에드워즈 UNHCR 대변인은 "난민이 대거 몰리면서 음식과 거처, 물이 부족하고 위생 상태도 열악하다"며 "계속 높아지는 긴장은 폭력을 부추기고 난민들이 밀입국 알선 업자들의 손에 놀아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도메니=AP/뉴시스】그리스 북부의 마케도니아 접경 도시에서 24일 이주자와 난민들이 비정부기구가 배급하는 식품을 얻기 위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마케도니아가 입국 심사를 강화해 대기자 적체가 심해졌다. 2016. 2. 24.  

【이도메니=AP/뉴시스】그리스 북부의 마케도니아 접경 도시에서 24일 이주자와 난민들이 비정부기구가 배급하는 식품을 얻기 위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마케도니아가 입국 심사를 강화해 대기자 적체가 심해졌다. 2016. 2. 24. 

 에드워즈 대변인은 "그리스 혼자 이 상황을 모두 처리할 수 없다"며 모든 EU 회원국에게 난민 수용 범위를 늘리라고 촉구했다.

 난민들만 고통받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그리스 당국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일 현지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난민 위기를 겪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유럽 국가들의 어리석은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케도니아 정부 관계자는 추가 방침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국경 통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마케도니아 정부는 난민 입국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 전까지는 국경 상태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4일 오스트리아와 발칸 4개국은 빈에서 회의한 뒤 국경을 통제하고 난민 수용 인원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마케도니아를 포함한 발칸 국가는 하루에 국경을 통과할 수 있는 인원을 580명으로 제한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