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문화

경기도미술관 "세월호 희생자추념전 슬프지만 아름다운 전시될 것"

등록 2016.04.14 16:33:03수정 2016.12.28 16:54:5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최정화, '숨쉬는 꽃', 2016, 천, 공기 주입기, 원경 1000cm. 안산의 분향소에 헌화하고 그 꽃을 피우는 '움직이는 꽃'이다. 진흙 속에서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복수의 상징처럼 피어난 검은 연꽃은 전시기간 동안 분향소를 지킬 예정이다.

【서울=뉴시스】최정화, '숨쉬는 꽃', 2016, 천, 공기 주입기, 원경 1000cm.  안산의 분향소에 헌화하고 그 꽃을 피우는 '움직이는 꽃'이다. 진흙 속에서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복수의 상징처럼 피어난 검은 연꽃은 전시기간 동안 분향소를 지킬 예정이다.

미술관앞 '정부합동분향소' 슬픔 목도 16일 2주기 맞아'사월의 동행' 개막 안규철 최정화 이세현등 22명 참여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슬프지만 아름다운 전시가 될 것 같다."

 최은주(53)경기도 미술관장은 지나칠 수 없었다. 1년전 4월13일 경기도 미술관장으로 발령받고 첫 근무를 시작할때부터였다.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가 미술관앞을 지키고 있었다.

【서울=뉴시스】경기도미술관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

【서울=뉴시스】경기도미술관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

 안산은 '슬픔의 세월호'로 잠식되어 있었다. "미디어를 통해서 볼때와 현장분위기는 많이 달랐어요. 모든 이야기가 '기승전세월호'로 깔려있더라고요."

 슬픔앞에서 미술가가 해야할 자세는 무엇일까. 그날부터 결심했다. "2주기때는 같이 생각하고, 이야기할수 있고 슬픔을 나눌수 있는 걸 해봐야겠다. 희생자 가족은 물론, 참사로 인해 공동의 아픔을 갖게 된 이웃들과 서로를 위무하자"

 최은주 관장은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이후 예술의 길을 고민하며 열린 독일 미술행사, 카셀도큐멘타가 떠올랐다"고 했다. "세계적인 국제 카셀도큐멘타가 만들어진 이유가 2차세계대전을 경험한 사람들이 무엇을 논할 것이냐, 실천할 것이냐를 보여주는 행사잖아요.  5년에 한번씩 열리지만 지금도 현대미술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 자리잡았고요."

 오는 16일 개막하는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은 '사월의 동행전'으로 제목을 달았다.  지난 2년간 '세월호 분향소'를 앞에두고 유가족과 국민들의 슬픔을 함께 목도한 경기도미술관이 공동체와 마음을 나누고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 ‘동행’하고자 마음을 담았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

 작가섭외도 순탄했다. 이미 세월호를 보고 느낀 감정들을 작품으로 풀어낸 작가들이 많았다.  "작가들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번 전시는 작위적인 전시가 아니라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세월호를 잊지 않았다는 미술적인 표현입니다."

 하지만 조심스럽기도 했다. '세월호'말만 나와도 울컥하는 유족들에게 또다시 세월호가 소재화되는 것, 대상화되는 것이 상처를 줄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 관장은 유족들을 만나 "원치 않으신다면 이 전시를 기획하지 않겠다"는 말을 전했고, 전시기획을 들은 유족들은 흔쾌히 허락했다.

 참여작가들은 정치적인 성향의 작가들이 아니다. 국내 미술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스타작가들로 작품을 선뜻 내놓았다. 세월호 참사를 예술가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해석해낸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안규철, 조숙진, 최정화 이세현 노충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예술가와 강신대, 전명은 등의  젊은작가, 전진경, 이윤엽과 같은 현장 설치가 등 다양한 분야와 세대를 아우르는 22인(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서울=뉴시스】조소희, <봉선화 기도 304>, 2016, 혼합 재료, 가변 설치/ 손가락 전체에 봉선화 물을 들이고 기도하는 손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인간의 염원에 담긴 아픔, 슬픔, 분노 등을 표현한 작업이다.

【서울=뉴시스】조소희, <봉선화 기도 304>, 2016, 혼합 재료, 가변 설치/ 손가락 전체에 봉선화 물을 들이고 기도하는 손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인간의 염원에 담긴 아픔, 슬픔, 분노 등을 표현한 작업이다.

 전시는 세 개의 파트, ‘동행하다’, ‘기억하다’, ‘기록하다’ 로 나눠 선보인다. ‘동행하다’는 2년간 목도한 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분노를 넘어 예술가가 이러한 사회적 비극을 어떻게 극복하고 함께 나아갈 것인지를 묻는다.

 최정화 작가는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 앞에 10m 크기의 거대한 검은 연꽃 작품 '숨 쉬는 꽃'을 통해 희생자들에게 헌화한다. 꽃잎이 반복적으로 오므라들었다가 펴지는 이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살아있는 생명력을 보여줌으로써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헌화의 몸짓이다.  

 재미작가 조숙진은 '천국의 얼굴'이라는 304개의 빛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빛과  음악의 공간을 통해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304명이 생명과 빛으로 다시 태어나 하늘의 별이 되고 남은자의  고통과 슬픔을 치유하기를 염원하고 세상의 어두운 현실을 비추리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권용주 작가는 전시 전체를 구성하는 공간의 디자인으로 세월호를 기록하고 반추한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직전의 모양을 참고한 기울어진 벽, 세월호가 증축한 부분을 본 따 만든 아카이브의 공간, 기울어진 의자 등을 통해 위태롭고 불안정한 한국 사회를 은유하고 이 사건이 불러일으키는 불편한 감정의 상태를 조형적으로 풀어냈다.

【서울=뉴시스】박은태, 기다리는 사람들, 2015, 캔버스에 아크릴, 187×454cm

【서울=뉴시스】박은태, 기다리는 사람들, 2015, 캔버스에 아크릴, 187×454cm

 조소희 작가는 시민 304명이 손가락 전체에 봉선화 물을 들이고 기도하는 손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봉선화 기도 304'로 세월호 참사로 인한 고통과 분노, 그리고 애도가 담긴 공동의 기도를 담아낸 작업으로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중인 안규철 작가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읽기'를 통해 전시기간동안 관람객들이 20대들이 읽어야 하는 필독 도서 등을 낭독한다.

 서용선, 박은태 작가는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과 팽목항의 풍경 등은 세월호 사건을 리얼하게 기록함으로써 우리에게 그들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게 한다.

  어딘지 알 수 없는 어떤 공간을 그리고 있지만 노충현의 풍경 작품에서 우리는 어떤 공간을 연상하게한다. 홍순명 작가는 팽목항 주변의 버려진 물건들을 염하듯 랩으로 감싸 새로운 사이트 스케이프를 구성했다. 김상돈 작가는 구멍이 뚫리고 수신 받지 못하는 엉터리 안테나를 조형적으로 구성하여 그것의 사진을 찍어냈다. 이세현의'붉은 산수'는 대한민국 산천의 아름답고 수려한 산천초목이 품은 슬픔과 고통을 묘사했다. 이윤엽은 울고 있는 사람들을 판화로, 전진경은 키스하는 사람들의 드로잉으로 묘사한다.

【서울=뉴시스】경기도미술관, 이세현, 붉은 산수-015AUG01, 2015, 리넨에 유채, 250×250cm

【서울=뉴시스】경기도미술관, 이세현, 붉은 산수-015AUG01, 2015, 리넨에 유채, 250×250cm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난지 2년. 허망한 죽음에 다 같이 슬퍼하고 분노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의 삶과 대한민국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이었지만 벌써 희미해지고 있다.

 최은주 관장은 "'사월의 동행'전을 통해 공감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고, 이를 통해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막식인 16일, 오후 2시부터 안규철 작가가 선정한 시 3편을 작가의 안내에 따라 동시에 낭독하는 '관객 참여 퍼포먼스'가 1층 로비에서 열린다. 전시는 6월 26일까지.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