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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테러 위험속 기약도 없었지만"…이란지킨 의리의 상사맨들

등록 2016.05.01 10:34:08수정 2016.12.28 16: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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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AP/뉴시스】이란 석유부 장관은 미국 기업의 대이란 석유, 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환영한다고 13일(현지시간) 말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12월22일 테헤란의 정유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자전거를 타고 공장 옆을 지나가는 모습. 2016.03.14 

경제제재·잇따른 테러 상황 속에서도 의리 지키며 네트워크 구축  朴대통령 순방 계기 주재원 확충 등 현지 교류 강화 본격화 나서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2010년 이란 경제·금융 제재 당시 이란 주재원으로 있다 서울 본사에서 근무 중인 한 무역상사의 A씨는 현지 체류시절 놀란 가슴을 한 두 번 쓸어내린 게 아니었다.

 숙소에서 밥을 먹다가 앞쪽 호텔에서 폭발하는 테러를 목격한 동료 주재원의 경험담도 다른 사람 얘기 같지 않았다. 옆 국가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폭탄 테러 소식을 수시로 들을 때마다 혹시 이란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A씨는 "다행히 이란에는 폭탄 테러 등 위험한 유혈 범죄사건은 없었지만, 옆 국가에서 테러사건 등이 발생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졌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올해 1월16일(현지시간) 핵 개발 의혹을 받아온 이란에 부과됐던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우리나라도 자동차, 철강, 풍력발전, ICT 등 다양한 분야의 대(對)이란 수출이 용이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현지진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제재 상황에서도 철수하지 않고 언제 테러에 희생양이 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란을 지켰던 '상사맨'들의 보이지않던 노력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그동안 생사의 위협을 넘어서며 키워온 의리와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작동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이란 순방에 나서면서 대이란 교역과 교류는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면서 종합상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종합상사 주재원들은 언제 풀릴지 모를 경제제재 상황에 대비해 현지 지사에 그대로 남아 시장 동향을 파악해왔다. 더불어 이란의 경제제재가 해제될 경우 곧바로 시장 공략을 할 수 있도록 현지 거래처와의 네트워크 끈을 꾸준히 이어 왔다.

 현지 지사에서 근무했던 B씨는 기약 없는 경제제재 해제를 기다리며 현지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B씨는 "무역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네트워크"라며 "전 세계 곳곳에 지사를 설립하고 영업 활동을 하며 현지 업체 및 정부와 신뢰관계를 쌓아야 더 큰 비즈니스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란의 경제제재로 인해 거래가 한순간 끊긴 대형 거래처들과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기가 가장 힘들었다"며 "상호 비즈니스가 사라진 거래처를 직접 찾아가 정세 변화에 대해 얘기하고 사업 기회 창출을 모색하는 등 꾸준히 노력해야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상사직원 C씨는 "거래가 있는 파트너라도 이란의 금융제재로 인해 채권 회수에 대한 위험이 늘 따라 다녔다"며 "제재로 인해 이란경제가 위축되면서 비즈니스의 기반이 무너진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D씨는 "이란에는 카드(비자나 마스터)가 없어 늘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하는게 여간 신경쓰이지 않았다"며 진담 섞인 농담을 건넸다. 그는 "체크카드가 있기는 하지만 이란 은행과 연계하는 거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늘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녀야만 했다"고 웃었다.

 경제제재로 인한 이란 현지 지사의 실적이 좋지 않다 보니 본사의 지원 또한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현지 주재원들의 경제적 어려움으로까지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에 대한 본사 지원이 축소되고 주재원 인원도 최소한으로 운영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관계자도 "당시 사무실 임대료, 임금 등은 본사에서 지원했지만, 성과금이 사라져 직원들의 실질적 소득이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상사들은 이같은 역경을 이겨내며 지켜온 이란 시장에 대한 진출을 본격화 하기위해 최근 현지 지사 인원을 늘리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대우(전 대우인터내셔널)는 주재원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리고 현지인 12명도 추가 채용해 총 15명이 현지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제품의 확대를 비롯해 곡물 및 자동차 부품사업의 확대를 기대 중이다.

 삼성물산은 1명이었던 주재원을 3명으로 늘렸다. 기존 이란과 거래하던 철강·화학 트레이딩 품목 및 시장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향후 발주 증가가 예상되는 플랜트·인프라 분야 프로젝트 사업 참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현지 채용인원을 포함해 13명이 이란에서 활동 중이다. 철강재 공급 확대를 비롯해 추가적인 사업기회를 엿보고 있다.

 LG상사는 주재원 1명과 현지 직원 3명을 중심으로 SOC(사회간접자본)나 플랜트 등 사업 참여 확대를 검토 중이다. 현대종합상사도 이란 제재 해제 전부터 TF팀을 꾸려 철강, 전력기기, 건설장비 등 분야별로 현지 시장조사를 마쳤다.

 무역상사 관계자는 "이란 경제제재 당시 이윤만을 좇았다면 바로 철수했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 돈이 안 된다고 사업을 접으라고 했다면, 경제제재 해제 이후 네트워크 형성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사업의 경우 연속성·계속성의 관점으로 부가가치 창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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