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대만인 범죄용의자 32명 중국 송환

【광저우=신화/뉴시스】 대만인 32명을 포함한 97명의 전화금융사기 용의자들이 30일 중국 광저우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이날 대만인 용의자들을 대만이 아닌 중국으로 송환했다. 2016.05.01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말레이시아 경찰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대만인 32명 포함, 97명의 전화금융사기 용의자를 중국으로 송환했다고 신화통신, 타이페이타임스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오후 8시께 97명이 남부도시 광저우(廣州)에 검정색 후드티를 입고 수갑을 찬 채 도착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말 말레이시아 당국과 중국 당국은 다국적 전화금융사기 5건에 대한 공조 수사를 벌여 대만인 52명 등 중화권 용의자 117명을 체포했다. 대만인 52명 중 20명은 지난달 15일 대만으로 송환됐다. 대만 당국은 송환된 자국민들이 해외에서 이 같은 불법 행위를 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이들을 바로 석방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가 사기피해자 모두 중국인이라는 점을 들어 말레이시아 당국에 나머지 대만인 32명과 중국인 65명을 중국 본토로 송환해 달라 요청해 남은 97명 모두 이번에 중국 본토로 송환됐다.   

 이후 중국 공안부는 이날 당국이 대만 경찰에 연락해 이번 사건에 대해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화금융사기 용의자 송환과 관련 안펑산(安峰山)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대만 당국에 전화금융사기 단속 강화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천이신(陳以信)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이날 대만인의 중국 송환에 깊은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항의했고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장산정(張善政) 행정원장과 법무부에 석방 교섭을 위한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논의를 빨리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타이페이타임스가 보도했다.

【광저우=신화/뉴시스】 대만인 32명을 포함한 97명의 전화금융사기 용의자들이 30일 중국 광저우 공항에 도착해 수갑을 찬 채 경찰에 끌려가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이날 대만인 용의자들을 대만이 아닌 중국으로 송환했다. 2016.05.01

 대만 외교부도 이날 성명에서 말레이시아 정부에 이번 조치가 말레시아와의 우호적 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이 문제에 대해 정식으로 항의했다고 밝혔다.  

 대만 야당 민진당의 왕민성(王閔生) 대변인도 이날 성명에서 이번 송환과 관련, 중국의 이번 강경 조치가 양안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만 국적자는 대만 사법 당국의 관할이라는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비난했다.  

 지난달에도 케냐가 대만인 45명을 포함, 중화권 전화금융사기 용의자 77명을 중국으로 추방하자 대만 정부가 자국민을 납치했다며 강력 항의한 바 있다.

 신화통신은 최근 중국 당국과 대만 당국은 공조 수사를 통해 지금까지 전화금융사기 용의자 7700명을 체포했고 대부분 대만인이었지만, 대만 사법 당국이 관련 사건을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만 용의자들이 주도하는 전화금융사기단이 주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 본거지를 두고 있으며 전로 중국 본토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에 따르면 피해자는 대부분 중국의 근로자, 교사, 학생, 노인이며 일부 피해자는 전화금융사기로 많은 돈을 잃어 자살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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