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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여선생과 악수 거부 학생 부모에 벌금 부과" 결정으로 스위스 격론

등록 2016.05.26 09:05:50수정 2016.12.28 17: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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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 평등 및 스위스 전통 보존 vs 종교의 자유 대결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스위스의 바젤슈타트 칸톤(주)이 수업 시작 전과 수업 종료 후 모든 학생들이 선생님과 악수하는 전통을 거부하는 학생의 부모에게 최대 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스위스에서 종교의 자유와 양성 평등에 대한 격론이 펼쳐지고 있다고 미 워싱턴 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의 발단은 바젤슈타트의 주도 바젤 인근 테르빌 마을의 한 학교에 다니는 14살과 15살의 시리아 출신 무슬림 두 형제가 여선생과 악수하는 것은 이슬람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며 악수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면제해줄 것을 요구한 것. 지역 교육 당국은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여선생이든 남선생이든 관계 없이 교사들과 악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슈바이츠 암 존타크의 보도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종교의 자유를 내건 이들의 요구가 스위스의 전통에 배치된다며 이민 및 이민자들이 스위스 사회와 문화에 융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됐다. 시모네타 솜마루가 스위스 법무장관은 SRF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선생님들과 악수하는 것은 스위스의 문화이다.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스위스의 문화를 거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학교의 유르크 로이너 교장은 "악수를 강요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악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교육 당국의 결정을 옹호했다.

 논란이 격화되자 결국 바젤슈타트 칸톤이 나서 지역 교육 당국의 결정을 뒤엎었다. 모든 학생들이 교사와 악수하는 전통을 지켜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는 학생의 학부모들에게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칸톤은 결정했다. 칸톤은 양성평등에 대한 존중과 이민자들이 지역사회와 융화되는 것이 학생들의 양심의 자유 또는 종교의 자유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스위스 내 무슬림 인구는 약 35만 명으로 전체의 5%에 조금 못미친다. 무슬림 인구는 스위스 사회에 잘 융화되지 못해 많은 충돌을 빚어왔다. 스위스는 지난 2009년 투표를 통해 스위스 내에 미나렛(이슬람 사원의 첨탑) 건축을 금지시켰으며 지난해에는 티시노 칸톤에서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착용하는 것에 1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또 무슬림 부모들이 딸의 수영 강습 참가에 반대해 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악수를 거부한 두 형제 중 한 명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슬람국가(IS)를 지지하는 동영상을 게시하고 이들의 아버지가 IS와 연관됐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파이잘 재단이 운영하는 이슬람 사원의 이맘(성직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들 가족에 대한 시민권 심사는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한편 스위스 내 무슬림 사회는 무슬림이라도 스위스의 전통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며 악수를 거부한 두 형제의 결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스위스 이슬람기구연맹의 벤 음라드 위원장은 악수를 거부하는 것이 상호존중이라는 이슬람의 가르침보다 더 중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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