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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건반위의 여제' 서혜경 "모차르트 음악엔 인생의 아픔 녹아있어"

등록 2016.05.26 17:42:02수정 2016.12.28 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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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혜경, 피아니스트(사진=스테이지원)

【서울=뉴시스】서혜경, 피아니스트(사진=스테이지원)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신사동 풍월당에서 울려퍼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사뭇 다른 소리였다.

 '건반 위의 여제'로 통하는 피아니스트 서혜경(56)이 45년 전인 11세 때 명동 국립극장에서 국립교향악단과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에서 선보인 그 곡과 같았지만 음색은 차이가 났다. 영화 '엘비라 마디간'(1967)에 삽입돼 유명한 곡이다.  

 서혜경은 이날 새 앨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9∙20∙21∙23'(2CD)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열한살 때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예쁘게 쳤다. 지금은 애들을 키우고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발전했는지 약간 느리고 슬픔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역시 모차르트답게 기쁨이 담겨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세계적인 클래식음악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발매된 이번 앨범은 서혜경이 인간미와 섬세함을 느끼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담았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집(2010),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전집(2012)에 이은 그녀의 세 번째 피아노 협주곡 앨범이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선택한 이유는 "연주하기에 성숙한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 골랐다"고 말했다.

 모차르트 음악에는 인생의 아픔이 녹아들어가 있다고 했다. "매일 일상이 담겨 있는 음악이다. 어렸을 때는 경쾌하게 생각했다. 나이가 먹다보니 고통과 인생이 담겨있더라. 그럼에도 모차르트는 밝은 사람이었다. '라이프 이스 굿'이라고 생각했지. 나 역시 희열이 담겨 있다."

【서울=뉴시스】서혜경, 피아니스트(사진=스테이지원)

【서울=뉴시스】서혜경, 피아니스트(사진=스테이지원)

 서혜경은 2006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지만 이를 극복했다. 어두움을 '밝음'으로 바꿔놓은 그녀는 긍정적이다.

 "누구든지 아플 때가 있다. 나는 두 아이를 내 손으로 길러야 했다. 살아냈어야 했다. 여섯 아이 중 네 명의 아니가 죽은 모차르트는 나보다 더 많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 때마다 아픔을 대(大)곡으로 표현했다. 난 (유방암 인식의 국제 상징인) 핑크 리본 홍보대사다. 최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를 알리기 위해 마라톤도 뛰었다. 호호."  

  서혜경은 국제 무대로 진출한 한국 피아니스트 1세대다. 지난해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문지영, 같은 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조성진 등이 우승하는데 주춧돌을 쌓았다. 1980년 부조니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로 이 콩쿠르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낸 첫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콩쿠르 등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당시 한국 클래식 음악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아시아 여자에게 우승을 내주기 싫었던 부조니 콩쿠르 심사위원단은 예정에 없던 본선을 한 차례 더 치르기도 했다.  

 "당시 여자를 엄청 무시하던 시절이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지만 당시 내정된 우승자가 있었던 걸로 안다. 이런 저런 일도 많았다. 결국은 1등을 안주더라. 약소 민족의 여자로서 서글픔을 느꼈지. 동료들이 훌륭한 제자들을 키웠고 그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해 기쁘다."

【서울=뉴시스】서혜경, 피아니스트(사진=스테이지원)

【서울=뉴시스】서혜경, 피아니스트(사진=스테이지원)

 서혜경은 그러나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만약에 풀(pool)장이 있다고 하자. (한국의 클래식 음악은) 이쪽에서 저쪽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다. (우승자 나온 뒤) 한 때만 응원하지 말고 (아티스트들이) 풀장 끝까지 갈때까지 응원해야 한다. 음악회 티켓, CD를 사주면서. 우승자들 안에서도 갈수록 피라미드 구조처럼 살아남아야 한다. 다들 훌륭한 연주자로서 살아남기를 잘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이번 음반을 계기로 대중 앞에 자주 나설 계획이다.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부조니가 편곡한 파가니니 대연습곡 제3번 '라 캄파넬라'를 녹음한다. 중국 상하이, 홍콩, 일본과 동남아를 순회하는 투어에도 돌입한다. 줄리아드 음악원 재학 시절에 체임버 뮤직을 접한 그녀는 실내악 그룹을 만들어서 역시 투어를 돈다.

 우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9∙20∙21∙23' 발매를 기념, 김민 음악감독이 이끄는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6월1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4만~12만원. 스테이지원. 02-780-505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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