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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MF 내에서 신자유주의 재고론 대두…'시장경제 어젠다' 변화 조짐

등록 2016.05.27 13:22:38수정 2016.12.28 17: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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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신화/뉴시스】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3일(현지시간) 그리스와 새로운 구제금융 지원 협상을 개최하기까지는 아직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IMF가 그리스 구제금융으로부터의 탈퇴를 위협했다는 주장에 대해 "IMF의 협상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지 협박을 통해 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진은 2014년 6월 16일 미국 워싱턴에 있는 IMF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라가르드 총재. 2016.04.04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신자유주의의 첨병’ 노릇을 해온 국제통화기금(IMF)이 기존의 자유 시장경제 정책 일변도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발간된 IMF 기관지는 조너선 오스트리 IMF 조사국 부국장 등 IMF의 핵심 경제학자 3인의 공동 논문인 ‘신자유주의: 너무 지나친가(oversold)?’라는 글을 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이들의 논문을 인용해 IMF가 그동안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정책이 부의 불평등 등 부작용을 초래했음을 시인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내부 토론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반대한다. 시장의 활동을 저해하는 모든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IMF는 이런 신자유주의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의 기관지인 '소셜리스트 워커(Socialist Worker)'는 이번 주 발간한 기사를 통해 “IMF는 부채를 무기로 이용해 사악한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리 부국장 등 IMF 학자들의 논문은 신자유주의 어젠다의 두 가지 특정한 요소를 분석하고 있다. 하나는 자본계정의 자유화(capital account liberalisation), 즉 자본이동의 벽을 없애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재정건전성(fiscal consolidation)이다. 흔히 재정 긴축(austerity)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IMF 학자들은 “그동안 신자유주의 어젠다는 박수를 받을 일들을 많이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측면들도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불평등이 초래되기도 했다”라고 시인했다.  

 IMF는 최근 기존의 엄격한 태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 부채 문제를 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IMF는 지난 23일 유럽 채권국들에 그리스에 대한 무조건적 부채탕감을 촉구했다. IMF는 이날 발표한 부채평가보고서(DSA)에서 현재 그리스의 형편으로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엄격한 조건을 맞출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선행적이고 무조건적인 부채탕감을 촉구했다.

 이번 IMF 저작을 주도한 오스트리 부국장은 “새로운 저작은 전체 신자유주의 어젠다 혹은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해 공격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자유주의에 대한 좀 더 넓은 차원의 통찰을 하기 위한 무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워싱턴 컨센서스’란 자유주의 시장 경제체제의 대외 확산 전략을 뜻하는 말이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인 존 윌리엄슨이 지난 1989년 자신의 저서를 통해 남미 등 개도국에 대한 개혁 처방을 ‘워싱턴 컨센서스’로 부른 데서 유래됐다. 1990년대 초 IMF와 세계은행, 미국 내 정치경제 학자들의 논의를 거쳐 ‘워싱턴 컨센서스’가 정립됐다.

 오스트리 부국장은 “지금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제까지 신자유주의 어젠다는 재고해야 할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그동안 우리의 생각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스트리 부국장은 자신들의 논문이 IMF 주류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시인했다. 그는 그러나 “문화는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라고 이라면서 IMF 내부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했다.

 IMF의 새로운 변화 조짐에 대해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워싱턴대학의 이탈리아 경제학자인 파비오 기로니는 “새로운 논문은 (IMF의)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폐를 기치고 있다”라고 불편한 내색을 보였다.

 반면 세계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해 온 네덜란드 경제학자인 로버트 웬트는 “이런! IMF가 신자유주의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고 반겼다.

 하버드대학의 터키 경제학자인 다니 로드릭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라면서 IMF의 변신을 반겼다. 로드릭 교수는 세계화의 이득에 대해 의심을 표시해온 인물이다.

 로드릭 교수는 그러나 “IMF 연구기관들과 다른 부서 간 분명한 갭이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대출 조건을 협상하고, 정책을 수행하는 IMF 운영부서는 보다 보수적이다. 변화는 느리게 이루어진다. 변화는 생각하는 것과는 한참 처져서 따라 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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