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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오바마 美대통령 히로시마 방문…日 동맹 강화, 中 견제 다목적

등록 2016.05.27 22:49:42수정 2016.12.28 17: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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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시마=AP/뉴시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2016.05.27

【 히로시마=AP/뉴시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2016.05.27

핵무기 위험성 초점…'韓·美 희생자' 언급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핵화 메시지 전달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원자폭탄 피폭지인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했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진 지 71년 만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히로시마 방문이 전쟁에 따른 모든 무고한 희생자를 추모하고,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자신의 비전을 강조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의 이번 히로시마 방문이 대일(對日) 동맹과 대중(對中) 견제를 동시에 강화하려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히로시마를 방문해 핵무기의 위험성을 강조, 대북(對北) 메시지까지 발신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핵무기 위험성 강조…원폭 투하 사과는 안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버섯구름은 우리에게 인류의 모순을 상기시킨다"며 "인류 제도의 진보 없는 기술 발달은 우리를 파멸시킬 수 있다. 원자를 쪼개는 과학 혁명에는 도덕적 혁명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태평양전쟁을 시작한 일본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주변국의 우려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그의 희생자 추모 발언에서도 감지된다. 그는 "수만명의 남자, 여자, 어린이들이 죽었고 수천명의 한국인과 수백명의 미국인들도 죽었다"며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를 일본인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희생자위령비를 방문하지 않는 대신 추모 연설에서 한국인의 피해를 언급한 것은 또다른 동맹국인 한국의 불편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미국인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까지 얘기함으로써 일본이 피해자로 비쳐질 여지를 없애고, 당시 미국의 원폭 투하가 2차 대전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였음을 강조하려 했다는 관측이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핵무기가 인류 모두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가를 강조한 것"이라며 "일본 또한 현직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메시지에까지는 집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방문에서 "한국인 희생자를 명시적으로 애도했다"며 한·미·일 3국 희생자들을 동등한 입장에 놓고 언급한 것을 평가했다.

 ◇ 美日 동맹-對中 견제 모두 강화하려  

 전문가들은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미·일 양국 간 동맹관계가 한층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모든 일본 국민이 기다리던 역사적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양국의 화해, 신뢰와 우정의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결단과 용기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은 핵없는 세상의 희망의 빛이 될 것"이라며 양국 간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히로시마 방문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내포됐다는 관측이다. 그가 히로시마 방문에 앞서 베트남을 방문한 것 또한 중국 주변국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새로운 태평양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의 히로시마 방문에 앞서 난징대학살을 언급하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도 미국의 이러한 전략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봉 초빙연구위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히로시마 방문으로 인한 파장이 당장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가시적인 모습들이 보여진다면 중국이 반응할 것"이라며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이러한 대결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對北 비핵화 메시지 '성과'  

 정부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앞두고 외교채널을 통해 동선과 메시지 등을 협의해왔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평화공원 원폭사망자위령비와 2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한국인 원폭희생자위령비를 들르지 않은 데 대한 국내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히로시마 방문이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국인 원폭희생자위령비까지 들르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히로시마 방문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강조한 만큼, G7 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앞서 G7 정상회의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비난한다"는 내용의 정상선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015년 G7 정상회의에서는 북핵 문제가 단 3줄에 불과했다"며 "G7이 주요 그룹으로, 핵대국을 추구하겠다는 북한에 국제사회의 신호를 확실하게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이번 히로시마 방문의 성격에 비춰볼 때 한국인 희생자에 대한 추모 여부를 클로즈업하는 것은 과잉 기대일 수도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희생자를 언급했다는 것을 평가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가 비중 있게 논의된 것이 나름의 성과"라며 "거기에 대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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