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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GDP통계, 바꿔야 하나②] "삶의 질·디지털경제 반영 못해" vs "핵심 성장지표, 섣부른 무용론 안돼"

등록 2016.05.29 08:04:08수정 2016.12.28 17: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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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05.25.  20hwan@newsis.com

이주열 한은 총재 "GDP 신뢰성 점차 하락" 지적  GDP, 디지털경제로의 변화와 삶의 질 반영 못해  그렇다고 대체할만한 지표도 없어, 여전히 중요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경제 지표로 절대적인 권위를 누려온 국내총생산(GDP)이 다시 한계론에 직면했다. 이번에는 GDP통계를 주관하는 한국은행의 이주열 총재가 "GDP의 신뢰성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여전히 중요한 상황에서 GDP만큼 성장률을 잘 보여주는 핵심 지표가 없기 때문에 성급한 무용론은 금물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총재는 지난 25일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GDP가 일국의 경제규모와 성장속도, 물질적 번영의 정도를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품질 차별화가 가능한 서비스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디지털 경제도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한은은 앞으로 GDP통계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GDP의 효용성과 신뢰성을 둘러싼 문제는 196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더욱이 제조업이 국가경제를 견인하던 1940년대에 정립된 지표가 21세기 한 국가의 경제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짜서비스 반영 못 해…디지털경제는 배제

 GDP는 한 국가에서 일년간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합한 금액이다. 소비, 투자, 정부의 지출 그리고 순수출(수출과 수입의 차액)을 합산해 산출한다. GDP는 대체로 대가 없이 서비스가 제공되는 디지털경제를 반영하지 못한다. 금액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가 대표하는 디지털경제로 산업구조가 재편된 현재 추세와 GDP통계 간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총재가 인용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특집 기사는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쇼핑과 은행거래, 그리고 유튜브 등을 예로 들었다.

 온라인을 통한 쇼핑과 은행거래는 소비자의 편리함과 거래의 효용성을 극대화했지만 시설에 투자하는 비용을 줄여 GDP에는 되레 감소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온라인 은행거래가 확대되면서 은행 지점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

 유튜브로 학원 강의를 시청할 경우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지만 돈이 오가지 않기 때문에 GDP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무료인 이메일보다 우편비를 지불하는 편지가 GDP규모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설 연휴가 끝난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2016.02.11.   bluesoda@newsis.com

 이같은 GDP통계의 함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사노동이다. GDP통계는 보수가 지급되는 가사노동의 경우 통계에 넣지만 무보수로 이뤄지는 가사노동은 배제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폴 사무엘슨은 가장 유명한 경제학 교과서로 거론되는 저서 <경제학>에서 "남자가 그의 하녀와 결혼하면 GDP가 감소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더 나은 건강보험시스템과 위생상 발전, 그리고 냉·난방 시스템 등을 생각하면 GDP성장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년간 진보한 삶의 질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썼다.

 ◇"GDP 늘어나는데 왜 행복하지 않나"

 또 다른 한계는 GDP규모가 국민의 행복도를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 GDP순위 11위로 경제대국 축에 들지만 행복지수, 양성평등지수, 성 격차지수, 언론자유도 등 양질의 삶과 직결되는 지표의 순위는 GDP순위보다 한참 떨어진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를 중심으로 프랑스 정부가 2008년 발족한 위원회도 이같은 점을 짚었다.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양보다 질적인 개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삶의 질은 물질적인 범위를 넘어서 우리 인생에서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한은 관계자는 "GDP에 대한 의문은 전세계적인 추세"라며 "GDP가 늘어나는데 왜 국민은 행복하지 않은지, 그리고 어떻게 우리 삶을 GDP수치에 제대로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 GDP만큼 성장률 보여줄 지표 없어, 무용론 금물

 하지만 전문가들은 GDP를 대체할만한 지표가 없는 상태에서 GDP무용론은 섣부른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세계경제는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발전하는 등 물적 생산량이 중요한 경제였다"며 "이제 서비스와 정보의 비중이 커지면서 물량 개념의 GDP가 한계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GDP성장률이 현존하는 지표 중 성장성을 나타내는 가장 가용한 지표이기 때문에 GDP성장률을 통해 경제 성장을 살펴보는 작업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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